[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노동조합을 경험하길 원합니다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노동조합을 경험하길 원합니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4.02 07:27
  • 수정 2022.04.13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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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커버스토리를 취재하면서 경험의 힘을 느꼈습니다. 경험이 다는 아니지만 경험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시작점이 달랐습니다. 백 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한 것이 촉매가 돼 조합원이 움직이고 노동조합이 움직였습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을 줄 안다는 것처럼 경험의 효과는 제곱의 힘을 나타냈습니다.

이번 호는 노동조합이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데 동력은 무엇인지와 고민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본 말들을 엮었습니다. 동력을 찾은 경험을 쌓은 노동조합은 흔히 말해 ‘잘 굴러가는’ 노동조합으로 수월하게 발돋움했습니다. 물론 그 경험을 축적해나가는 시간들을 쪼개보면 수월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각 과정에서 자기 노동조합이 소위 ‘노조다운’ 경험을 하고 있는지 잘 갈무리하고, 그 경험을 자기 집단과 공유해가며 자신들만의 ‘잘 굴러가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취재원들은 노동조합을 하면서 생긴 고민도 많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2030 조합원과의 어울림, 노동조합 운영, 산업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 등 고민들이 많았습니다. 그 고민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그래서 조합원의 생각은 무엇인지 읽고 조합원과 함께 어떻게 할 것이냐”였습니다. 오히려 다른 노동조합들의 사례가 궁금하다며 역으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질문을 받아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꼭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노동조합이 굴러가는 모습을 현장감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노조한다’는 사람들인 노동조합 위원장, 노동조합 임원, 노동조합 간부 위주로 만났습니다. 그들의 고민을 들은 셈입니다. 일반 조합원이라고 불리는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분들에게선 다양한 주제와 함께 노동조합에 대한 불만도 들어봤습니다. 지면에 다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쨌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겁니다. 노동조합 말고 대안이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7년 조사에서는 국민들의 85%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노동조합을 경험하길 원하는 마음이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겁니다. ‘잘 굴러가는’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경험하길 원하는 마음’을 잘 끄집어낸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