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고민을 담은 《오늘도 합니다》 발간
노동조합의 고민을 담은 《오늘도 합니다》 발간
  • 참여와혁신
  • 승인 2021.10.06 11:06
  • 수정 2021.10.0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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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합니다》, ㈜레이버플러스, 2021
완성차, 병원, 공무원, 금융, 공공기관, 사무직, 플랫폼, 건설 등
​​​​열여섯 노동조합의 고민을 담은 인터뷰집
《오늘도 합니다》, (주)레이버플러스. 2021. 360쪽

<참여와혁신> 기자들은 ‘기자 없는 기자회견’에 나 홀로 떠 있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주최하는 기자회견에 뭇 언론이 관심을 가질 때도 다소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현수막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정성스레 빼곡하게 적힌 기자회견문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기자회견문의 깊이와 무게가 기사보다 훨씬 깊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여와혁신>은 지난 4월호 ‘노동조합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특집에서 기자회견문이 만들어지기까지 노동조합의 수많은 활동들에 대해서 들여다봤습니다. 그 와중에 미처 다 담지 못한 노동조합 대표자들의 소중한 말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오늘도 합니다》를 준비하게 된 계기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오늘도’ 노동조합 하는 이들입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사회, 가속하는 산업전환 흐름, MZ세대의 등장, 플랫폼노동의 확대. 우리 시대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가장 빠르게 감지되는 곳은 일터입니다. 사회와 일터의 변화 속에서 노동조합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변화의 길목에서 직접 현장과 부딪히며 체감한 노동조합 대표자들의 고민을 담았습니다. 뾰족한 해결책을 담은 건 아닙니다. 그보다 이 책이 노동조합에 뜻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고민을 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목차

1. 서문

2. 집행부의 조급함이 아닌 조합원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 윤태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 분회장

3. “노사관계에 합리란 없다”

- 김형선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4. ‘앵무새 간부’가 자판기 노동조합을 만든다

- 임은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

5. 회사와 조합원 사이, 균형감각은 왜 중요한가

- 강승욱 한국노총 화학노련 비아트리스노조 위원장

6. 전환시대, 완성차 공장의 선순환을 고민한다

- 최종태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7. 뉴 노멀, 노동의 후퇴를 경계하라

- 김창훈 한국노총 IT사무서비스노련 LG유플러스노동조합 위원장

8. 노동조합 이름에 ‘사람’을 중심에 둔 이유

- 유준환 LG전자사람중심사무직노동조합 위원장, 김해성·조진혁·최대성 부위원장

9. “삼성전자 사람들은 전문성을 많이 요구하더라고요”

- 진윤석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10. “함께 살고 웃기 위해서 노동자의 단결이 필요합니다”

- 정민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위원장

11. “살아남는 것을 지금 경험하고 있습니다”

- 이강호 한국노총 식품노련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동조합 위원장

12. 라이더유니온 2년, 배달노동자가 노조하기까지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13. 단단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여정

- 안병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 위원장

14. “현장을 장악해서 건설노동자의 현실을 바꿔나가는 중입니다”

- 이영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

15. 현장과 괴리 극복할 ‘분권형 노동조합’

- 김용서 한국노총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16. 노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주인됨’을 요구하는 존재

- 전호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17. “노동조합 간부의 진심, 조합원을 움직인다”

- 장기호 한국노총 공공노련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위원장

책 구절 중

“형식적인 투쟁과 집행을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투쟁 국면에 서 1인 시위가 있다면 위원장인 제가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대외적으로도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간부들이 릴레이로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할 수도 있지만, 효율을 따져서 저 혼자 나갈 때가 많죠. ‘우리 노조 엄청 고생하고 있어’라고 조합원에게 보여주는 투쟁은 줄이려고 해요. 투쟁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쟁의 근거를 남기는 투쟁, 결과를 얻어내는 투쟁. 실패를 대비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벌이는 투쟁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자신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은행 후배들인 간부들이 뻔히 보고 있는데 낯 뜨거운 일이기도 하고요.” 
김형선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인터뷰 중 51쪽

“조합원들한테는 한없이 칭찬만 듣는 간부가 과연 실력 있는 간부일까요? 회사는 노동조합을 기피하고 있는데?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봐요. 노동조합은 결국 사용자와 교섭을 해야 하잖아요? 서로 교섭을 해나가는 입장에서 무조건 노동조합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는 없어요. 회사가 노동조합과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조합원들한테 칭찬 받는다면 과연 단체교섭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이에요. 회사가 느끼기에 ‘합리적으로 대화가 되지만 엄청 어려운 사람’이라는 위치가 돼야 한다고 봐요. 또 조합원의 입장에서도 어떤 지점에서 분명히 욕먹는 게 있지만, 한편으로 분명한 개선점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 실력 있는 노동조합 간부가 아닐까 생각해요. 이런 균형감각이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강승욱 한국노총 화학노련 비아트리스코리아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중 88쪽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경험하게 된 비대면 업무환경은 자연스럽게 IT 인프라 확충과 업무자동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들이 전통적 대면 영역으로 확장될 경우 인력의 대체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또한 달라진 업무환경은 오랜 기간 투쟁의 산물로 구축해 왔던 노동 안전망을 무력화시킬지도 모릅니다. 급변하고 있는 산업구조와 사회 환경에 따라 노동의 시각도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교섭 의제도 연대와 단결의 방식도 시대상을 반영해야합니다. 이에 따라 올해는 기존의 노동조합 활동에 더하여 변화를 위한 학습과 토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김창훈 한국노총 IT사무서비스노련 LG유플러스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중 128쪽

“저는 노동조합의 노자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많이 배웠어요. 회사의 탄압이 거세다보니 노동조합 활동이 위험하고, 어렵고, 고통이다 보니까 극복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만큼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남들이 하지 않는 걸 경험해서, 돈 주고 배우라고 해도 이런 건 없을 것 같아요. 살아남는 것을 지금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 안에서 많은 노동조합의 각양각색의 투쟁이 있는데, 살아남기 위한 과정을 겪는다는 것은 노동조합을 좀 더 튼튼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노하우의 원천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계속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강호 한국노총 식품노련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중 225쪽

“이전에는 노동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지향도 있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건설노동자들이 행복한 미래, 희망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지향이라면 지향입니다. 노동운동가라기보다는 노동조합 간부죠. 이게 제가 할수 있는 역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영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 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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