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⑥]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
[커버스토리⑥]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4.02 07:30
  • 수정 2021.04.02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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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의 경험과 문화를 축적시키자
마음속 ‘노조의 필요성’을 참여로 이어라

커버스토리 ➏ 노동조합, 참여의 경험을 만들자

커버스토리 × 누가 어떻게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사회·경제·정치적 지위와 조건을 바꿉니다. 바꾼다는 말은 결과를 부각시킵니다. 어떻게 바뀌었는지 관심은 높아져도, 누가 어떻게 바꾸는지 관심은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일반적으로 결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과정에는 관심이 적기 때문입니다. 누가 어떻게 노동조합을 움직여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과정에 집중해봤습니다. 이른바 ‘노조한다’는 사람들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봤습니다.

T가 지회장으로 있는 공기업노조의 조합원 S를 만났다. T와 같은 직군은 아니지만, 그 공기업노조를 바라보는 그냥 조합원의 이야기가 궁금해서다.

노동조합 필요는 한데,
나와 관련된 일만 했으면

S는 평소 노동조합을 ‘노동자와 회사를 연결해주는 통로’라고 생각했다. 노동자들의 고충을 회사에 전달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보통의 시각이다. S는 언제 노동조합에 좋은 인상을 받았을까. S는 “노동조합이 임금협상과 근무형태 개선 등 노동자들에게 실제적인 이익을 안겨 줄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임금을 올리고 불편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등 당장 체감하고 자신의 삶과 가장 밀접한 이익을 실현시켰을 때이다.

그럼 언제 노동조합이 답답할까. 답은 단순했다. 노동조합이 자신에게 손해가 갈 수 있는 행위를 했을 때이다. 자신이 원한 고충 해결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예측되거나 만드는 노동조합의 모습에서 실망감을 토로했다.

“워낙 큰 회사라 직원도 많고 다양한 직종이 있습니다. 그런데 직종 간 임금 차이가 꽤 큽니다. 특히 다수를 차지하는 직종과 임금 차이가 꽤 됩니다. 노동조합이 다수의 의견을 듣는다는 게 오히려 편향된 결과를 낳는다고 봅니다. 직종 간 임금 격차를 직무 특수성에 따라 이해는 할 수 있겠으나 부당한 정도라면 부당함을 없애주는 것 또한 노동조합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S는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해본 적은 없다. S는 “노동조합이 주로 하는 활동은 시위나 집회인데, 우리 회사와 관계없는 내용의 시위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의 고충을 회사에 전달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가장 큰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일터와 관계없는(=자기와 밀접한 이해관계가 없는) 일을 노동조합이 할 필요도, 그런 노동조합에 자신이 호응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다만 S는 “같은 업종일 경우 참여할 의향은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S가 자기 노동조합에 바라는 것도 간단하고 명쾌하다. S는 “회사 안 구성원 모두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노동조합이 의견을 표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S는 자기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 썩 긍정적이지 않지만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있다고 봤다.

“노동조합이 대체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사측에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산재 발생 시 노동조합이 회사에 일정 부분 의견을 전달해주고 있으며 이는 직원 입장에서 힘이 됩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노동조합, 참여에서 힘을 얻다

S는 노동조합을 고충처리반 혹은 자기 이익을 취해 주는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조건이든 우리의 조건이든 좀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활동하는 데 자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며 간부와 조합원의 주체성을 강조한 T의 시선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대신 해주면 안 되는 것인가? 대신 하라고 노동조합 임원도 뽑고 간부도 인준하고 한 것 아닌가? 그러라고 조합비도 내는 것 아닌가? 과정이야 어찌됐든 문제가 해결돼 괜찮은 결과를 얻으면 되는 것 아닌가?

배정만 건설노조 전차선지부장은 조합원들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적극적 존재로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봤다. 배정만 지부장은 “상근자들 몇 명만 싸우면 지는 싸움”이라며 “조합원들의 단결력이 어떤 수준이냐에 따라서 회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수준이 바뀌니까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조합원이 참여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이 생활을 못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참여의 경험을 쌓아라
조합원 참여를 고민하라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사회·경제·정치적 지위와 조건을 바꾼다. 노동조합은 주체가 된 조합원의 참여로 움직여 바뀐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과정에서 질적으로 양적으로 얼마만큼의 참여를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참여를 이끌어내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다만 취재로 만난 곳들마다 어려움의 정도가 달랐다. 노동조합이 어떤 경험을, 어떤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얼마만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단계가 나뉘었기 때문이다.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는 데 여러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 체계를 유지하는 노동조합은 수월했다. 문제에 봉착해도 쉽게 풀어나갈 방법을 찾아냈다.

한편 참여의 경험과 문화를 유지하지 못한 노동조합은 어떻게 해야 할까. 희망은 어쨌든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점이다. 배정만 지부장은 노동 강도가 너무 강해 ‘우리 중 누가 노동조합 안 만드나’ 내심 기대하며 10년 넘게 일터에 있었다. ‘노동조합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냐’라는 질문에 어리둥절해했다.

“글쎄요. 제가 볼 땐 노조 말고 다른 방식이 없었는데. 단체를 만들어서 함께 행동권이 있는 게 노조뿐이지 않나.”

산업이 변하고 문화가 변하는 것에 따라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시기이다. 무엇이 먼저라고 할 순 없겠지만 대응전략을 구성하고 실행하기 위한 참여의 동력을 만드는 경험의 축적도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마음속에 품은 ‘노조밖에 없는데’라는 생각을 참여로 끄집어낼 고민도 곰곰이 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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