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④] 조합원과 함께하는 노동조합들
[커버스토리④] 조합원과 함께하는 노동조합들
  • 박완순 기자,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4.02 07:29
  • 수정 2021.04.05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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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더라도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나아간다
조합원 목소리를 어떻게든 듣고 읽는 노조

커버스토리 ➍ 우리 노동조합은 이렇게 조합원과 일합니다

커버스토리 × 누가 어떻게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사회·경제·정치적 지위와 조건을 바꿉니다. 바꾼다는 말은 결과를 부각시킵니다. 어떻게 바뀌었는지 관심은 높아져도, 누가 어떻게 바꾸는지 관심은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일반적으로 결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과정에는 관심이 적기 때문입니다. 누가 어떻게 노동조합을 움직여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과정에 집중해봤습니다. 이른바 ‘노조한다’는 사람들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봤습니다.

산업과 문화의 변화에 따른 노동조합의 고민을 들어봤다. 조합원 참여에 대한 노동조합의 현실적 어려움도 들어봤다. 둘 다 온점을 쉽게 찍을 수 없는 고민들이다. 어느 시대나 산업과 문화는 변화했으며 그에 따른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는 다양한 층위로 존재했고, 어느 시대나 자기 문제에 스스로 참여해 해결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었다. 그래도 과정과 노력을 갈무리 짓는 쉼표들은 찍혀 있다. 쉼표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기업은행지부, “조합원과 끊임없는 토론, 문제의식을 공유하다”

2020년 1월.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윤종원 은행장 임명을 반대하기 위해서다. ‘낙하산 저지’ 투쟁을 벌이던 기업은행지부의 요구는 ‘은행장 선임절차 개선’이었다. 공기업이 정치권력에 예속되지 않도록,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은행장 선임 관련 제도를 보완하라는 게 당시 지부의 주장이었다.

집행부와 조합원 간 위기의식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집행부는 반대 이유를 설명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 선전에 나섰다. 한 달 가까이 기업은행 본점에서 어묵 꼬지를 나눠주며 ‘신임 행장은 부적격하다’는 ‘오 땡’ 시위를 했다. ‘오-예스’와 함께 ‘이런 덕목을 갖춘 행장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사안에 조합원을 집중시키려면 전략적인 선전전이 필요하다는 게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생각이다.

조합원의 관심도가 낮다고 해서 사안의 중요성마저 떨어지는 건 아니다. 노조추천이사제도 그런 경우다. 현재 기업은행지부는 사측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는 방편으로 노조추천이사제를 요구하고 있다. 김형선 위원장은 “이사회에서 사모펀드 등에 대해 규제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했더라면 지금처럼 심각한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경영 건전화는 국민에게도 이익이지만 내부 구성원에게도 이익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일어난 사모펀드 사태가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그에 대한 징계와 비판은 판매 직원이 감수하고 있다.

“공공기관노조 위원장 입장에서 조합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은 함께 간다고 봅니다. 집행부 출범 1년차를 생각해보면 직원들은 노조추천이사제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지금 당장의 이해관계가 없으니까요. 과거 사례를 비추면서 노조추천이사제가 왜 필요한지 끊임없이 구성원들에게 설명해야 하죠. 우리가 하는 것에 다 동의하지는 못해도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면 결국에는 조합원과 조금이라도 더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집행부는 조합원과 끈을 이어가기 위한 선전을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 기업은행지부
ⓒ 기업은행지부

비아트리스노조, “우리와 맞는 방법 찾을 때까지 고민하다”

방문, 간담회, 전화 등 조합원의 의견을 듣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설문조사다. 강승욱 한국노총 화학노련 비아트리스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전체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주요 소통창구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꼽는다. 현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무국장 임기 시절, 강승욱 위원장은 조합원의 전반적인 요구와 고충, 인식을 알기 위한 설문조사를 구상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UFO(Union’s Survey For Our Life)’란 설문조사를 만들어 2017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기본적으로 조합원이 원하는 의제를 개발하거나, 이전 단체협약에서 다룬 사안에 대한 만족도를 파악하는 데 활용한다. 특히 시각화된 조합원의 의견은 교섭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조합원의 의견이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안에 힘이 실리고 사측을 설득하는 데 유용하다. “예전에는 사측이 노조에게 조합원들이 얘기하는 게 맞느냐며 의심했는데,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준 뒤로는 그런 얘기를 못 한다”는 게 강승욱 위원장의 설명이다.

강승욱 위원장은 답변에 지친 모습을 보이던 조합원들도 3년여간 꾸준히 시행한 탓에 이제 익숙해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견이 교섭내용에 포함되고 실질적으로 이행되는 경험을 통해서 조합원의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다. 기본급·성과급·복지제도의 만족도, 평균임금 인상 희망률, 성희롱, 집행부와 회사에 관한 인식 등 설문조사 문항은 적지 않지만 응답률은 대체로 95%를 넘는다.

강승욱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먼저 다양한 역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합원에게 효능감을 안겨줄 사업을 먼저 개발해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부들이 먼저 노동조합의 역할을 고민하고 조합원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 노동조합은 은퇴 이후 재취업 교육을 하고 있어요. 조합원들이 재취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시더라고요. 조합원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노동조합이 나서서 하는 거죠. 저도 가끔 노동조합이 다산콜센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조합원을 주체로 내세우기 위해 먼저 다양한 시도를 해본 뒤에 실망해도 되지 않을까요?”

부산지하철노조,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

2018년 부산지하철 역내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통상임금(매년 300억) 재원을 직원들의 임금상승이 아닌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하철 신규채용에 사용하자.”

통상임금 300억 원의 발원은 201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부산교통공사를 상대로 한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부산지방법원은 그동안 통상임금에서 빠져있던 상여금 등 4개 수당을 포함하도록 했다. 판결대로라면 공사는 매년 300억 원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했다. 노조는 임금을 더 받는 대신, 안전인력 충원에 300억 원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사용자가 치러야 할 비용을 노동자의 임금으로 대신 치렀다는 비난이다. 연간 1,000만 원에 달하는 임금인상분을 양보한 것에 불만인 조합원도 있었다. 당시 사무국장으로 실무를 이끌었던 임은기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여러 가지 사안을 따져보고 내린 대안이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통상임금 상승분을 다 받게 되면 사실상 회사는 임금동결이나 구조조정을 강행할 거로 봤다.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곧 3조2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환하는 근무형태에 대비하려면 대규모의 신규인력도 필요했다. 이제는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임금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 휴일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공공성 강화도 주요 고려 대상이었다. 지하철의 안전성을 높이고 부산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을 기회였다. 조합원들에게 통상임금상승분이 미칠 손익을 알리고, 2016년 6월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원 93%가 찬성표를 던졌다.

임은기 위원장은 노동조합 내 인력충원 요구안 조율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모든 직렬에서 인력충원을 필요로 했지만, 재원이 한정된 탓에 요구대로 배치할 수는 없었다. 인력충원에 따라 노동 강도가 달라지니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교통공사와 교섭을 이어가려면 현실적인 인력충원 요구안이 필요했다. 사무국장으로서 실무를 맡았던 임은기 위원장은 각 지부장을 만나 필요 인력에 대해 논의했다. 여러 논의과정을 거치며 직렬별 필요 인원을 정하고 요구안을 도출해냈다.

지난한 공방 끝에 부산교통공사 노사는 2019년 7월 540명을 신규채용하는 데 합의했다. 자연감소인력 충원까지 포함한 약 670명의 신규인력 채용은 지난해 완료됐다. 근로기준법이 바뀌면서 늘어날 예정이던 연 70억 원의 휴일수당과 2019년 임금인상분의 절반까지 포함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가 받을 임금 중 총 370억 원 이상이 신규인력 채용에 사용됐다.

통상임금 상승분을 청년일자리 창출에 쓴 부산지하철노조의 사례는 ‘사회적 연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비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내외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의 모델을 따라 하려는 노조도 있지만, 내부적 합의라는 벽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사업을 대다수 조합원 동의로 매듭지을 수 있던 요인을 물어보자 임은기 위원장은 ‘기풍(氣風)’일지 모른다고 답했다.

“다소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기풍 때문일 수 있다고 봐요. 노동조합이 지금까지 어떤 문화를 만들고 어떤 방향을 향해 왔는지가 중요하죠. 노동조합을 하다 보면 자리 잡은 기풍에 따라 일의 성패가 나뉜다고 생각해요. 관건은 중간간부, 현장간부의 역할입니다.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고민 없이 조합원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간부는 오히려 조합원을 대상화할 뿐이에요. 충분히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해서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비판을 감수할 줄 아는 간부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판기 노동조합’이 되지 않으려면.”

서울대병원분회, “천천히 가도 같이 가 믿음을 만든다”

“식당도 정규직화해야죠. 직접고용 안 해요?”

윤태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이 조합원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이다. 서울대병원 노사는 2019년 서울대병원 울타리 안에 존재했던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다만 서울대병원 안에 민간위탁 노동자로 있던 식당노동자, 환자복 세탁노동자들은 전환 대상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민간위탁’ 노동자의 경우엔 정규직 전환이 아닌 노동조건 개선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분회는 고민이 많았다. 10년 넘게 싸워온 만큼 조합원들이 정규직 전환 사업에 느낄 피로도가 우려됐다. 선뜻 조합원들에게 민간위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조합원들이 먼저 물은 것이다. 윤태석 분회장은 설문조사를 통해 조합원들의 입장을 다시 물었다. 정규직화하자는 응답이 많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달랐다. 식당 임대 업체가 계속 바뀌니까 밥맛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정규직화 이야기를 조합원들이 ‘툭’ 꺼냈을까? 윤태석 분회장은 “정규직 전환을 너무 쉽게 생각하나”라며 웃었다. 농담 섞인 웃음만은 아니었다. 윤태석 분회장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합원들이 함께 쌓은 경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조합 간부든 일반 조합원이든 함께 비정규직-정규직 전환을 위해 토론한 시간, 같이 투쟁한 시간, 2007년 이미 서울대병원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함께 했던 기억이 경험이었다. 민간위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새로 뽑자고 하든지, 계약 업체를 제대로 선정하라고 하든지 정규직화 말고 요구할 수 있는 선택지는 있었다.

다른 한편 조합원들이 정규직화 이야기를 툭 꺼낼 수 있었던 것은 집행부에 보내는 조합원들의 강한 신뢰 덕분이기도 하다. 서울대병원분회가 활동하면 조합원들과 전체 노동 진영에 좋게 바뀌더라는 효능감이 만든 믿음이다. 10여 년 전 서울대병원분회는 근골격계 질환 산재 인정 투쟁 끝에 노사가 함께하는 근골격계추진팀을 만들어 사업장 내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현장 개선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흔해진 간호사들의 운동화 착용이 그렇게 서울대병원에서 시작됐다. 근골격계추진팀의 활동이 현장 개선이라는 효과를 낳기도 했지만 노동조합 활동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근골격계추진팀은 노사 각각 3명씩으로 구성돼 매주 보장된 활동시간으로 현장 개선 활동을 한다. 서울대병원 구석구석을 6명이 다 전담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을 세세하게 나눠 실무위원을 뒀다.

그렇다면 서울대병원분회가 활동하는 데 고민은 없는 걸까? 서울대병원분회는 매달 대의원들이 회의를 하는데, 최근 조직이 급격히 커지면서 대의원 수도 크게 늘었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이전처럼 유기적인 회의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전임이 깔아준 판에 대의원들이 안건 처리해주는 도구가 될 것 같다는 게 윤태석 분회장의 고민이다.

윤태석 분회장은 대의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회의를 만들기 위해서 천천히 가기로 했다. 매달 회의를 두 달에 한 번으로 바꾸고 안건 내용을 쉽게 풀기로 했다. 윤태석 분회장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전임간부의 ‘조급함’ 중심이 아니라 ‘대의원’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조합원 교육 사업과 집회에 조합원 발언을 넣고, 소식지에 조합원 글을 싣는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노동조합, 지원자가 된다는 생각”

“다들 너무 적극적이어서 놀랐어요. 새벽 1~2시까지 강당에 남아 문화제 리허설하고 조형물 만들고. 새벽에 나와서도 하고요. 자기 휴가를 다 털어내서 헌신해주시는 분도 계셨고요. 이런 것들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집행부는 놀랐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적극적인 참여를 만들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청계천에서 열린 공정문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조 집행부가 마주한 광경이다.

공정문화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이 공정하지 못함을 지적하는 문화제였다. 공정문화제 이전에도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많았다. 이 목소리를 모아내려고 노조는 다양한 아이템을 매개로 활동을 펼쳤으나 공정문화제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공정문화제가 대다수 조합원의 참여는 물론 노동조합뿐 아니라 폭넓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로 이뤄진 게 이전까지의 노조 활동이 축적된 결과물이기는 하다.

하지만 ‘방아쇠’는 따로 있었다. 조합원의 아이디어로 판을 짜고, 노조 집행부는 지원자의 역할을 하는 것. 노조 집행부는 이끌고 조합원들은 따라오는 기존의 문법이 역전되면서 방아쇠가 당겨졌다. 노조 집행부는 TF라는 틀을 만들었고, 관심 있는 조합원들이 TF의 구성원으로 들어와 직접 의견을 낸 것이 공정문화제였던 것이다. 자기 문제는 자기가 직접 푼다는 간단한 말의 효과는 컸다.

방아쇠는 노조에 계속 존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속 존재하고 있고, 지속적인 존재를 위해 노조의 활동 방향을 조합원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하려고 생각 중이다. 실수 아닌 실수가 노조에 확신을 줬다. 전나영 교육문화부장은 “공정문화제 이후에 같은 목적의 다른 사업을 추진했는데, 그땐 자신감에 차올랐던 건지 조합원들로부터 의견 수렴도 부족했고 하자고 하면 같이 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진행했다”며 “그런데 조합원들로부터 그 사업의 효과와 현재 유효한 사업이냐는 문제제기가 많았다”는 경험을 말해줬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결과여도 한 번이라도 의견을 제대로 물어봤다는 것만으로도 참여도, 이해도, 공감도가 많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종합적으로 장기호 위원장은 “자기 하고 싶은 것,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 거기서부터 역량이 발휘된다”고 분석했다. 조합원을 움직이는 건 조합원 자신뿐이라는 것이다.

ⓒ 마트산업노동조합
ⓒ 마트산업노동조합

마트산업노조, “단결, 교육, 자기 이야기”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두 시간 앉아 있다가 가면 집에 가는 발걸음이 무겁죠. 여기서 뭐하다 가는 거지, 왜 노조는 나를 여기 오라고 해서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지? 이렇게 되죠. 저희도 정말 이런 거 안 하려고 해요.”

정민정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동원되는 걸 항상 경계한다. 정민정 위원장은 노조의 힘은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조합원이 일터에서 자기 노동문제를 가지고 주체가 돼야 비슷한 고민으로 함께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그냥 개개인으로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동원은 조합원을 대상화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마트산업노조 조합원들은 상자 손잡이 설치 사업을 마트산업노조의 가장 의미 있는 사업으로 꼽았다. 항상 무거운 박스와 씨름하는 마트노동자들이 손목, 어깨, 허리, 무릎이 덜 아프게 상자를 들 수 있는 노동조건의 실질적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마트노동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이 사업에 참여했기에 마트노동자의 마음속에 많이 남은 사업이 됐다.

“조합원들에게 상자 손잡이가 필요한 자필 이유서를 받아서 노동부에 제출했어요. 조합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거예요. 나는 마트에서 십년을 일했는데 어깨가 너무 아프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건데, 왜 병까지 얻어야 하냐. 또 저희가 인증샷 찍는 것도 잘해요. 어떻게 보면 되게 쉬운 실천인데, 인증샷 찍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상자손잡이를 만든다고 하네?”

정민정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노동조합 활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교육사업도 중요시한다. 왜 해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것들은 하게 됐는지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사업의 제일 앞에는 간부들이 서있었다. 정민정 위원장은 “간부는 가장 먼저 고민하고 앞장서서 실천하는 조합원”이라고 노동조합 활동에서 간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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