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파워공 작업거부 13일차, 교섭 테이블 열리나?
대우조선해양 파워공 작업거부 13일차, 교섭 테이블 열리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4.12 16:34
  • 수정 2021.04.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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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9개 도장 협력업체에 교섭 요구
협력업체, “파업부터 먼저 하는 건 어불성설…일하면서 대화하자”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3월 31일 대우조선해양 직원 식당에서 시작된 파워공의 작업 거부가 13일째 계속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 이하 금속노조)은 12일 오전 11시 거제시 고현동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9개 도장 협력업체에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했다.

파워공은 ‘파워그라인더’ 작업을 하는 노동자다. 파워그라인더 작업이란 선박의 도장 작업(페인트칠) 이전에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철판에 낀 녹이나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용접부의 흔적을 없애 페인트가 고루 묻게 한다.

파워그라인더 작업은 조선소에서도 고강도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파워공들은 일반적으로 일당제로 급여를 받으며 단기 계약서를 갱신하는 방식으로 근로계약을 맺는다. 파워그라인더 작업의 강도가 높은 만큼 파워공의 임금은 다른 직무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물량 감소로 잔업‧특근이 줄어들면서 파워공의 보수도 예전같지 않아진 지가 꽤 오래된 형편이다.

더군다나 2016년 조선업 불황 이후 파워공의 임금은 대폭 낮아졌다. 금속노조 거제고성통영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 이하 지회)에 따르면 20여만 원에 달하던 파워공의 일당이 2016년 16만 원으로 삭감됐다. 조선업 불황이 끝나고 회복기에 접어든 2019년 대우조선해양 파워공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작업 거부를 돌입하여 일당 2만 원 인상에 합의했다. 그러나 구두로 합의가 이뤄진 탓에 실제 인상 폭은 1만 원에 그쳤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파워공의 일당은 17만 원이다.

대우조선해양 파워공들은 ▲일당 2만 원 및 잔업 수당 2만 5,000원 인상 ▲퇴직적치금제 폐지, 퇴직금 별도 지급 ▲최소 1년 단위 계약 ▲법정 연차휴가 및 공휴일 보장 ▲블랙리스트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중공업 파워공들이 작업 거부를 하며 내세웠던 요구와 일치한다. 파워공의 노동조건이 회사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파워공들은 낮아진 임금 수준 이외에도 ‘퇴직적치금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퇴직적치금제란 파워공의 일당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공제하고, 추후 계약만료 시 적립 금액을 퇴직금처럼 지급하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은 사용자의 책임 사항인데, 노동자의 임금에서 퇴직금을 마련하는 것이라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파워공의 일당은 17만 원이지만 이 중 퇴직적치금 명목으로 1만 5,000원이 제외된다. 근로계약서 상에서도 파워공의 일당은 15만 5,000원으로 기재돼 있다.

또한 파워공들은 연차수당, 휴일수당, 주휴수당 등이 일당에 포함돼서 계산되는 현재의 임금 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당을 기본급으로 봐야 하며 그에 따라 각종 가산 수당이 추가로 계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 금속노조
ⓒ 금속노조

현재 대우조선해양 파워공 400여 명 중 200여 명이 지회에 가입해 있는 상태다. 지회는 대우조선해양 9개 도장 협력업체(기륭이엔지, 레인, 삼주, 성주산업, 성루기업, 수호마린, 진형, 평산, 한신기업)에 파워공의 노동조건을 협의할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2016년부터 조선업에 불어닥친 구조조정으로 7만 명 이상의 하청노동자가 대량 해고됐고, 살아남은 하청노동자에게는 혹독한 임금삭감이 강요됐다”면서, “대우조선해양 파워공의 집단가입을 시작으로 같은 조건과 상황에 놓인 2,500여 명에 달하는 전국의 모든 파워공을 금속노조로 조직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도장 협력업체 중 하나인 김일남 기륭이엔지 대표는 “이전부터 임금 인상에 대해서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화 이전에 파업(작업 거부)이 일어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40% 정도 진척이 됐어야 하는데 현재 10%도 안 됐다”면서, “저희도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일을 안 하고서 대화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