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기본협약과 노조법이 충돌하면? 민주노총, “ILO 기본협약이 우선”
ILO 기본협약과 노조법이 충돌하면? 민주노총, “ILO 기본협약이 우선”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4.15 15:46
  • 수정 2021.04.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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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 효력 발효까지 1년여… 민주노총, “ILO 기준에 맞게 노조법 전면 개정해야”
대한민국 국회 ⓒ 참여와혁신 포토DB
대한민국 국회 ⓒ 참여와혁신 포토DB

1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양경수, 이하 민주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절차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많은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며 이걸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올해 정기국회라고 밝혔다.

지난 2월 ILO 기본협약 29호·87호·98호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ILO에 3개 협약 비준서를 기탁할 예정이며 기탁한 날로부터 1년 후 협약의 효력이 발효된다.

민주노총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LO 기본협약 비준의 의미와 과제를 설명했다.

민주노총의 설명에 따르면, 국회 동의를 받아 비준하는 ILO 기본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협약과 개정 노조법이 충돌하는 경우 신법우선원칙과 특별법우선원칙에 따라 ILO 기본협약이 국내법에 우선한다. 때문에 협약 효력이 발효되기까지 남은 1년여의 유예기간 동안 ILO 기본협약 원칙에 위배되는 법과 제도, 관행을 개선해야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제2조 제1호 근로자 정의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노조법상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하는데, ILO 해석에 따라 근로자를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종속적 개념인 근로자·종업원·피고용인(employees)’이 아닌 ‘고용관계·종속관계를 벗어난 노동자(workers)’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관계·종속관계와 상관없이 노동을 통해 얻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모든 노동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조법상 근로자 정의를 ILO 기준에 맞게 바꿔야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또 현행 노조법이 사용자를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 역시 지적하며 노조법 제2조 제2호 사용자 정의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ILO 제87호 결사의 자유 협약에 맞게 사용자를 정의할 경우 관련 노동조합과 하청 및 파견 노동자의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원청과의 단체교섭이 가능하며,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파업은 불법이 아니게 된다.

이어서 노조법 제12조 제3항 설립신고서 반려규정을 삭제하고, 제87호 결사의 자유 협약 원칙에 맞게 노조설립신고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기업별 노조 임원이나 대의원을 재직자(조합원) 중에 선출하도록 한 개정 노조법으로는 해고자, 이직자, 실업자 등이 기업별 노조의 임원이나 대의원이 될 수 없다며 ILO 제87호 결사의 자유에 따라 ‘완전히 자유롭게’ 노동조합의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산별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 및 지자체는 기업·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을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른 단체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지만, 해당 규정이 ‘노력하여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에 그친 점도 지적했다.

신인수 법률원장은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만약 다양한 교섭방식이 활성화되는 것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면 ‘지원을 위한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위임규정을 신설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한 것을 두고는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에 있는 ‘정치활동의 금지’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ILO는 한국 정부에 “노동조합이 일체의 정치활동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라며 “공무원노조는 조합원의 이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