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약국 생활①] 만성피로 사무직이 약국에 간다면
[슬기로운 약국 생활①] 만성피로 사무직이 약국에 간다면
  • 이동희 기자,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4.16 00:00
  • 수정 2021.04.16 0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앞서 <참여와혁신>은 ‘약국 문턱 낮추기’ 시리즈 연재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장소가 약국이고, 단골 약국을 만들어 약사와 일상적인 건강 상담을 해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제는 실전이다. 직장인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증상을 가지고 약국에 방문했을 때 약사와 주고받는 건강상담은 어떤 내용인지 약사에게 물었다. 그리고 이를 약사와의 대화 방식으로 정리했다. 여기에 실생활에 도움되는 유익한 건강 정보는 덤이다.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 사무직, 생산직,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차례로 약국을 방문한다. 이름하여 ‘슬기로운 약국 생활’이다.

 

웹디자이너 8년차 한소연 씨(35)는 야근이 일상이다. 커피 없이 못 산다고 자부하는 만큼 하루에 마시는 커피양은 늘 네 잔 이상이다. 야근을 하다 보면 저녁을 거르거나, 먹더라도 급하게 때우는 일이 많아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매일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봐야 하는 눈은 뻑뻑하고, 매일 마우스를 쥐고 움직여야 하는 오른쪽 손목은 성할 날이 없다.

이렇게 매일같이 몸에서 주는 부정적인 신호를 받고 있지만, 특별히 하고 있는 건강관리는 없다. ‘이렇게 내 몸을 계속 방치해도 되는 걸까?’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애써 모른 척하던 소연 씨는 이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행동할 수 있는 것을 찾던 소연 씨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약국이었다. ‘그래, 남들 다 먹는 영양제라도 먹어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약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소연 씨는 약국에 가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약사와의 소통에 익숙하지 않다. 이런 소연 씨가 약국에 방문해 약사에게 건강 상담을 받는다면 어떨까?

▶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 요즘 피로가 안 풀리는 것 같아서요.

▶ 저런, 피로가 많이 쌓이셨나 보네요. 피로의 기준이 사람마다 좀 다를 수 있는데 평소 식습관, 수면 시간, 신체 활동량이 어떻게 되시나요?

▷ 제대로 챙겨 먹는 건 점심 정도고, 늦게까지 일하느라 저녁을 거를 때가 많아요. 먹어도 대충 때우거나 급하게 먹어서 종종 체해요.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자는 것 같아요. 사무실에 매일 앉아 있는 일이라 거의 움직이지 않아요.

▶ 지금의 생활 패턴으로는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겠네요. 음식을 꼭꼭 씹어 먹지 않거나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서 생기는 위 건강 문제가 가장 힘드실 텐데,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든 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식사를 제때 챙겨 먹는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다만 제가 부수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위의 기능 자체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엽록소가 포함된 영양제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 혹시 커피도 많이 드시나요?

▷ 아침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 일과 중에 한 잔. 이렇게 하루 기본 네 잔은 마시는데…. 많이 마시는 편인가요?

▶ 하루 적정량의 카페인을 복용하는 건 머리가 맑아지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도 매일 하루 한 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고요. 다만 권장량 이상의 카페인은 오히려 카페인에 중독되게 하죠.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카페인중독이 심할 경우 우울증, 불안증 같은 다양한 정신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 커피 마시는 게 습관이 돼버려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고요.

▶ 커피를 완전히 끊는 게 어렵다면 디카페인 커피를 드시는 건 어떠세요?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게 되는 이유가 각성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향이나 맛 때문인 경우도 있거든요. 디카페인 커피를 통해 커피 향은 그대로 음미하며 커피를 마신 기분을 주는 것이 지금 손님에게는 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 매일 컴퓨터 모니터 등 전자기기를 많이 보면서 생긴 눈 피로도 고민이에요.

▶ 요즘 안구건조증 없는 현대인들은 거의 보기가 드문데요, 안구건조증이 심해질 경우 눈이 빠질 듯이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눈물이 줄줄 흐른다고 표현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 역시 안구건조증 때문에 매일 인공눈물을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인공눈물 사용과 더불어 오메가3를 추천해 드립니다. 오메가3의 역할은 쉽게 말해 눈 겉면에 기름칠을 해줘 눈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실제 오메가3는 ‘안구 건조 증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식약처로부터 인증받은 원료이기도 하답니다.

▷ 컴퓨터 모니터도 많이 보지만,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손목 통증도 심해요.

▶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해 통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비타민D가 부족할 경우 발병 위험이 2배 정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일단 일차적으로 비타민D를 섭취할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또, 손목터널증후군은 신경이 눌려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신경통에 도움 되는 영양제를 드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상담해보니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시는 것 같은데, 혹시 다리가 붓거나 다리에 통증은 없으세요?

▷ 다리요? 오래 앉아 있다 보면 가끔 부을 때가 있죠.

▶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경우 하지부종이 많이 유발됩니다. 심장에서 흘러내려간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않고 다리 쪽에 정체되기 때문이죠. 정맥 순환을 도와줄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따로 있어 추천해 드릴게요. 가능하면 일하는 중간 중간에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 해주시고, 다리를 높게 올리고 자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 아, 그러고 보니 혈액순환에 마그네슘이 좋다고 회사 사람이 추천해준 적이 있어요.

▶ 흔히 근육통 완화나 혈액순환 목적으로 마그네슘이 들어간 제품을 많이 찾으시는데요, 마그네슘 제품에는 간혹 비타민E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흡연자가 고함량의 비타민E를 복용할 경우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근육통 잡으려다 심장에 무리를 주면 큰일이죠. 때문에 흡연자 분들은 반드시 비타민E 함량을 확인하신 후에 마그네슘을 섭취해야 합니다.

▷ 소화불량, 눈 피로, 손목 통증 등이 때때로 있는데 병원에 가야 되는지 헷갈려요. 혹시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자가 진단은 워낙 주관적이어서 답변 드리기가 좀 어렵습니다. 일단 본인이 일주일에 소화제를 얼마나 먹는지, 인공눈물을 하루에 얼마나 넣는지, 손목 통증에 따른 진통제를 얼마나 먹는지를 따져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횟수가 주 3회 이상이라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한소연 씨의 슬기로운 약국 생활 후기

사실 약국에 방문하기 전에 만성피로에 대해서 좀 알아보고 갔는데, 만성피로는 종합검진을 했을 때 경미한 이상소견은 보일 수 있어도 대부분은 정상소견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생활습관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것도요. 제가 아직 나이가 젊은 편이니 큰 이상소견은 없을 거라고 판단해서 먼저 약국에 방문한 거였어요. 그런데 약사님이 상담 맨 처음에 평소 식습관, 수면 시간, 신체 활동량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셔서 내심 놀랐어요. 약국에서 상담할 때 이런 것도 물어보시는구나 하고요. 단순히 약 추천만 해주시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생활습관 지도, 복약 지도도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다음에 약국에 방문할 때는 이런 부가적인 내용도 함께 물어보면 되겠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도 필요한 일이 있으면 약국에 종종 방문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