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날 : 세월호 7주기
[언박싱] 이 주의 날 : 세월호 7주기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4.16 18:56
  • 수정 2021.04.16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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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0416 #세월호7주기 #0416 #진상규명 #기억
​사진 = 참여와혁신DB
​사진 = 참여와혁신DB

세월이 오래 지나도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되는 날이 있습니다. 7년 전 오늘이 바로 그런 날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7년 전 오늘의 기억

제게 7년 전 오늘은 군 생활을 청산(?)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4월 16일 아침 강원도에서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탈 때 TV에는 긴급 속보가 떴습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는 고등학생들이 탄 유람선이 진도 부근 해상에서 좌초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딱 한 움큼만큼의 걱정을 움켜쥐고 버스에 올라탔던 것 같습니다. 4월 16일 오후께나 고향에 도착한 저는 부모님께 문안도 드리지도 않고 바로 술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손에 움켜줬던 한 줌 걱정은 이내 없어졌습니다. ‘안산 단원고 “학생 338명 전원 구조”’ ‘아 다행이네’ 이렇게 생각하며 술자리는 깊어졌습니다. 그렇게 7년 전 오늘이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뉴스 속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무사히 구출된 줄 알았던 학생들 중 대다수는 세월호에 갇혀 있었습니다. ‘338명 전원 구조’라는 말은 ‘164명 구조’로 정정됐습니다. 다음날 오후 늦게 숙취에서 깬 저는 어제와는 다른 말을 하는 뉴스를 보면서, ‘이게 뭐지?’ 하는 황당함과 어젯밤 ‘속 편하게’ 술을 마신 것에 대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기억하는 7년 전 오늘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7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감정은 어쩐지 생생합니다. 또한 해가 갈수록 그날의 황당함과 죄책감에 더해 여러 감정이 쌓여갑니다. ‘나’를 지켜주지 못할 것 같은 국가에 대한 실망감. 네 탓 내 탓 공방을 벌이는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 진상규명을 위해 세 번의 조사가 이뤄졌지만 무엇 하나 개운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답답함. 깊어져가는 유가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슬픔. 이를 보며 조롱하고 냉소하는 사람들에 대한 한숨. 여러 겹의 감정들이 미처 풀리지 못한 채로 어지러이 꼬여 있습니다.

재난사회에서 ‘피해자’의 권리

세월호 7주기에도 추모하는 마음과 기억하려는 행렬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복잡한 심정은 풀릴 길이 없는 듯합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맥없이 흘러간 진상규명 과정에 상응하는 듯합니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로 이어지는 진상규명 과정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뭐 하나 명확하지 않다’는 게 현 주소입니다.

자료=416재단
자료=416재단

416재단은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피해자 권리 매뉴얼’을 발간했습니다. 우리가 4월 16일을 기억할 때 마주하는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고 기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매뉴얼이기도 합니다. 매뉴얼의 총론에서는 먼저 재난은 무엇인지, 피해자란 누구인지를 짚습니다. 그 이후 피해자의 권리를 바로 세우는 5가지 과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매뉴얼에서는 이를 진실, 정의, 안전, 회복, 기억의 과정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복잡한 과정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간단합니다.

“재난의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하고, 책임자는 합당하고 공정한 처벌을 받아야 하며, 재난 방지 대책과 제도적 변화는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재난의 반복을 멈출 수 있다.”

오늘은 4월 16일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여러 방법으로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않는 이상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

■ 같이보기

1. 4.16세월호참사 온라인기억관
2. 세월호 아카이브
3. 416재단에서 소개하는 ‘피해자 권리 매뉴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