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청소년 노동자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청소년 노동자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4.24 14:26
  • 수정 2021.04.24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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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유니온 #생애첫노동서포터즈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청소년 노동자

첫인상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첫인상을 늦어도 3초 안에 결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짧은 시간 결정된 첫인상은 두고두고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번 형성된 첫인상을 바꾸는 데 무려 40시간 동안의 재면담이 필요하다고 하고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첫인상은 어떨까요? 요즘에는 빠르면 중학교 때, 늦어도 대학교 때 ‘생애 처음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어보는 경험을 합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돈 벌기 쉽지 않다’고 새삼 느끼곤 하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때때로 노동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나빠질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일터에서 부당한 경험을 했을 때입니다.

청소년들의 노동조합, 청소년유니온이 어제(23일)부터 청소년 생애 첫 노동 서포터즈를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노동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산뜻하게’ 바꿔내기 위해서인데요. 박건휘 청소년유니온 사무국장에서 서포터즈 모집과 관련한 내용을 더 물어봤습니다. 참여신청은 여기!

서포터즈 이름에 눈길이 갔습니다. 왜 ‘생애 첫 노동’ 서포터즈라고 지었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래도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노동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기자님은 처음 언제 돈을 벌어보셨나요?

저는 스무 살이었던 것 같아요. 하하.

기자님도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노동을 시작하셨군요! 하하. 사실 청소년기의 노동은 단순히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계기로서 사회에 대한 첫인상을 설정하거나 직업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중요한 첫 노동에서 어리거나 혹은 잘 모른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경험을 하게 되면, 이 경험을 당연시하게 되거나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쌓을 수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첫 노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문제에 대해서 알리고자 생애 첫 노동이라고 짓게 됐습니다.

사무국장님은 언제 첫 노동을 하셨나요?

저는 열여덟 살 때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잠깐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첫 노동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직 노동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 ‘당했던’ 경험들이 청소년유니온에서 활동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청소년의 범위를 만 15세에서 24세까지로 잡았는데 그 이유가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을 구분하는 기준이 여러 가지예요. 청소년기본법을 바탕으로 정했습니다. 보통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노동자로서 청소년을 바라볼 때 19세에서 20세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노동의 형태나 방식 혹은 현장 특징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모두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것도 이유에 포함됩니다.

아직 ‘청소년의 일’이 낯설어요. 주로 어떤 일터에서 청소년들이 일하고 있나요?

사실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많은 일터에서 일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특성화고에 다니는 학생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 혹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배달을 시키는 경우가 많이 증가했잖아요? 그래서 배달노동을 하는 청소년도 많이 증가한 걸로 보고 있어요. 다양하지만 크게 범주를 잡자면 서비스직에서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자주 호소하는 어려움에는 어떤 게 있나요?

다양한 형태의 부당한 일들을 겪는데,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이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에요. 부정적 인식이 왜 어려움으로 변환되느냐면, 청소년 노동자들에 대해서 문제아로 생각하거나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일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인식들이 갑질이나 해고 위협 혹은 부당대우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사업주의 부당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자주 언급되는 것 같아요.

또한 부정적인 인식은 사용주, 고용주, 손님뿐만 아니라 청소년 주위에도 많이 존재해요. 예를 들어 부모님이나 가족들 심지어 선생님에게도 ‘왜 청소년이 일을 하냐. 공부를 해야 할 시기인데’ 이러한 생각들이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청소년이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이유가 된다고 봐요.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이 청소년 노동자에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2021년 3월 18일 청소년 배달라이더 노동실태 토론회 현장 ⓒ 청소년유니온

서포터즈 교육 내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최근에 저희가 배달노동을 하는 청소년을 만났는데요. 특히 주변에서의 인식이 안 좋아요. 소위 ‘양아치’다, 아니면 공부 안 해서 배달한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청소년의 노동이 양야치나 하는 일, 하급한 일이 아니라 당연하고 오히려 사회를 구성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노동교육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한 부당한 행위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부당한 행위를 당했을 때 어느 곳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기본적인 노동권이나 노동법에 대한 것도 다룰 예정이에요.

이런 내용을 학교에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래도 현재 청소년 노동이라는 의제가 대학입시로 대변되는 교육 의제나 혹은 급식이나 생활환경과 같은 돌봄 의제에 비해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선생님조차 ‘공부를 해야지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청소년을 동등한 노동자로 인식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이 학교에서 시행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어떤 경험을 했으면 하는지 바라는 게 있나요?

청소년유니온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큰 변화는 느끼기 어려워요. 이번 서포터즈 활동도 사실 사회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그래도 한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직접 자신의 노동문제에 대해서 참고 넘기는 게 아니라 해결해보는 경험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는 거거든요. 아무래도 청소년 노동자는 부당대우를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의 노동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경험을 해보면, 나중에 다른 사업장에서나 주변 사람이 노동문제를 마주할 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