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 결과...“12명 프리랜서는 CJB청주방송 소속 노동자”
근로감독 결과...“12명 프리랜서는 CJB청주방송 소속 노동자”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4.27 17:44
  • 수정 2021.04.2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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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감독에 따라 업무 수행...“사용종속관계 분명”
고용노동부 “다른 방송사에 대해서도 실태조사 추진”
이재학PD 대책위 “방송 사업 전반 근로감독 필요”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특별근로감독 결과 CJB청주방송 프리랜서 노동자 21명 중 12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근로감독을 통해 방송사 프리랜서의 법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첫 사례다. 노동부는 CJB청주방송에 시정지시 등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12명의 노동자가 CJB청주방송 담당 PD로부터 지휘·감독에 따라 일을 하고 있어 사용종속관계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9명에 대해선 재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사용종속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조사대상 노동자는 총 21명으로 작가 9명, PD 3명, MD(방송운행책임자) 4명, 리포터 2명, 라디오 DJ 1명, MC 1명, 분장사 1명 등이다. 고용노동부 청주고용노동지청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올해 3월 19일까지 CJB청주방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방송작가는 9명 중 5명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작가 본연의 업무뿐만 아니라 행사 기획·진행, 출연진 관리 등 다른 업무도 수행하고 있고, 업무 수행과정에서 청주방송 소속 정규직 PD 또는 편성팀장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용종속 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고용노동부는 밝혔다.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4명에 대해선 “본인의 재량에 따라 독자적으로 작가 업무를 수행하는 등 사용종속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프리랜서PD 3명에 관해서 고용노동부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촬영 준비부터 영상 편집단계까지 청주방송 소속 정규직 피디를 보조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의 징표가 강하다“고 했다.

MD로 일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4명에 관해서는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정규직 PD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명목만 하청업체 직원’으로 봤다.

반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리포터, 라디오 DJ와 MC 등에 대해 노동부는 “프리랜서 계약(방송 출연계약)을 체결하고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으며, 정해진 원고를 토대로 본인의 재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분장사에 대해서도 “별도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인 소관의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면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이번 조사로 CJB청주방송이 지난 3년간 노동관계법을 총 9건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적발된 위반사항은 ▲최근 3년간 전·현직 직원 88명에게 연장·야간·휴일수당, 연차수당 등 약 7억 5,000만 원 미지급 ▲근로조건에 대한 서면 명시 위반 ▲임산부 휴일근로 제한 위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노사협의회 미개최 등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통해 확인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청주방송이 체불금품을 지급하는 등 모두 시정이 완료된 상태“라고 알렸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청주방송 근로감독을 계기로 방송 제작현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방송제작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으나, 그 이면에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은 더딘 상황“이라며 청주방송 근로감독 결과를 분석해 다른 방송사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또 “방송업계가 스스로 노동관계법을 지키고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간담회·설명회 등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JB청주방송 특별근로감독은 고 이재학PD 유가족과 ‘CJB청주방송 故이재학PD 대책위원회(대책위)’가 꾸준히 요구한 사안이다. CJB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한 고 이재학PD는 비벙규직·프리랜서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다 부당해고를 당한 뒤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후 고 이재학PD 사망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한 결과, CJB청주방송이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례가 상당수 드러났다.

대책위는 일부 노동자의 ‘법적 근로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3월 19일 중앙노동위원회가 MBC 보도국에서 약 10년간 일하던 방송작가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한 것을 생각하면, 고용노동부는 다시 이전으로 후퇴한 결정을 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특별근로감독은 본 대책위가 작년 3월부터 6월까지 실시했던 진상조사 결과 드러난 청주방송의 비정규직·프리랜서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정부 유관부처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되었다는 의의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고용노동부에 “방송 산업은 전체 시장 규모가 약 17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이 계속 악순환되는 상황“이라며 “지상파·종편·케이블·라디오 전문 방송사 등 모든 방송사는 물론,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를 대상으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