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모습 보여 죄송"...CJB청주방송 4자합의 이행하기로
"부끄러운 모습 보여 죄송"...CJB청주방송 4자합의 이행하기로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7.23 17:07
  • 수정 2020.07.24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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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재학PD 대책위 "4자 합의 위해서 유족이 큰 양보"
명예 사원증 발급 및 추모공간 조성 계획
비정규직 처우, 직군별로 개선 약속
23일 10시 CJB청주방송에서 열린 'CJB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사망 사건 최종 합의' 조인식 ⓒ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23일 10시 CJB청주방송에서 열린 'CJB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사망 사건 최종 합의' 조인식 ⓒ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지난 171일의 시간보다 합의문의 모든 것을 이행하는 게 더 힘들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얼마나 오래 걸릴지 장담도 못 한다. 서로 결단력 있게 합의한 내용인 만큼, 더 이상 형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았으면 한다." 

고 이재학PD의 동생인 이대로 씨가 23일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 사건 최종 합의'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심정이다.

유족·대책위·언론노조·CJB청주방송 4자 회의 대표는 22일 고 이재학PD에 대한 명예회복과 CJB청주방송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이행하기로 합의하고, 23일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4자 대표가 이행하기로 합의한 내용은 ▲고인에 대한 CJB청주방송의 공식사과 ▲고인의 명예회복 및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와 노동조건 개선 ▲조직문화 및 시스템 개선 ▲방송사 비정규직 법·제도 개선 등 총 27개다. 

애초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합의는 6월 말로 예정돼있었지만, 조사위의 한 축인 CJB청주방송 측이 조사결과 수용을 거부하면서 이달 22일에야 이뤄졌다. 고 이재학PD가 사망한 지 170일 만이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유족 측에서 합의를 더 이상 끌지 않기 위해서 많은 양보와 희생을 해주셨다. 언론노조와 진상조사위원회는 향후 3년까지 책임을 가지고 합의를 이행할 것이다. 사측도 그래야 한다"고 했다.

고 이재학PD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CJB청주방송은 28일 유족에게 공식 사과와 합의 이행 및 재발방지를 약속할 계획이다. 사과는 이성덕 대표이사와 이두영 이사회 의장이 한다. 또 같은 날 명예 사원증 및 명예 노동조합원증을 수여하고, 2주 동안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다. 

더불어 편집실 중 한 곳에 ‘J.P 편집실(재학PD 편집실)’ 명패를 부착해서 방송국 안에 고인을 기리는 공간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유족에게 보상도 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은 직군과 고용 형태에 따라서 5가지로 나눴다. ▲노동자성 인정/불법파견 직군 정규직 전환 ▲작가에 대한 직접고용 및 고용안정 방안 마련 ▲기타 상시·지속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미전환자들에 대한 고용안정 방안 마련 ▲정규직 전환자 포함 단일 임금체계 마련 등이다.

CJB청주방송 소속 노동자라고 입증된 조연출(AD) 3명, 불법파견으로 드러난 기술직군(MD) 4명과 CJB청주방송 자회사인 엔터컴 소속 2명 등 총 9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사실상 CJB청주방송에 전속성을 갖고 있는 작가 9명에 대해서는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직접고용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외에 CG, 운전, 행정직 등 파견 노동자 16명은 CJB청주방송과 언론노조가 3개월 이내에 합의하여 직접고용을 결정한다. 청소, 경비 등 도급 계약직 노동자 4명은 촉탁직으로 전환, 본인 의사에 따라 계속 고용하기로 했다. 이들 정규직 미전환자들에 대해서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중대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회사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명시한다고 했다.

김혜진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CJB청주방송 구성원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합의 이행이란 건 지금까지의 구조와 관행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기득권에겐 매우 불편하고 억압으로 느껴질 것"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청주방송 공동체의 협력을 만들어가는 길이라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성덕 대표이사는 "CJB는 고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며 "잘못된 점을 과감히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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