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탈만 하던 중소기업이 대용량 공기청정기로 새 먹거리 찾다
렌탈만 하던 중소기업이 대용량 공기청정기로 새 먹거리 찾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4.30 00:00
  • 수정 2021.04.29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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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관병 이지네트웍스 대표
“우리 것으로 미래 먹거리를”… 코로나19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박관병 이지네트웍스 대표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박관병 이지네트웍스 대표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지난 20일, 오랜 시간 렌탈사업으로 입지를 탄탄히 다져오다가 대용량 공기청정기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한 기업 ‘이지네트웍스’를 만났다.

서울 구로구 소재 이지네트웍스 본사를 찾은 이유는 이지네트웍스가 지난 20여 년간 걸어온 길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이지네트웍스는 2000년 6월 12일 설립돼 올해 21년차를 맞은 중소기업이다.

설립 초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이지네트웍스가 아닌 ‘이지렌탈’이라는 이름으로 PC, 노트북 렌탈사업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의 니즈에 의해 제품이 점점 늘어났다. 책상, 의자, 소파, 복사기, 스마트폰, 냉·난방기, 빔프로젝터, 영상·음향기기, 행사용 천막·테이블 등등. 지금은 취급하는 제품만 300가지가 넘는다. “사무실과 행사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렌탈한다고 보면 된다”는 게 박관병 이지네트웍스 대표의 설명이다.

이지네트웍스는 회사의 오랜 자산인 렌탈사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렌탈사업 성공을 발판으로 이제 ‘우리 것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찾자는 도전이었다. 그렇게 2018년 대용량 공기청정기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에 발 맞춰 지난해 이지렌탈에서 이지네트웍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난 이야기와 앞으로의 이지네트웍스가 만들어갈 또 다른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0일 이지네트웍스 본사에서 박관병 대표를 만났다.

“우리 것으로 미래 먹거리 만들자”
대용량 공기청정기 사업에 뛰어들다

- 지금은 렌탈이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데, 20년 전에는 달랐을 것 같다. 20년 전 렌탈시장에서 이지렌탈(현 이지네트웍스)은 어떤 모습이었나.

사실 회사의 모태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형님(현 이지네트웍스 회장 박무병)이 용산전자상가에서 PC 유통업체 사업을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그때 유통하던 PC와 노트북을 기반으로 렌탈사업을 해보자고 해서 이지렌탈의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렌탈사업이 크게 각광받지 않은 시기였고, 초기 렌탈시장을 개척했다고 보면 된다.

초기 시장을 개척한 건 맞지만, 대형 렌탈회사와 경쟁했어야 해서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예를 들면 올림픽이나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큰 정부 입찰 건에서 대형 렌털회사와 경쟁했을 때 자금 조달이나 렌탈물량, 렌탈료 등에서 불리해 힘든 점이 많았다. 그런 힘든 과정을 20년 동안 잘 극복해서 여기까지 왔다. 내 자랑 같지만 우리 직원들이 일 하나는 정말 제대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가 됐고, 그들이 함께 협업하자고 손 내밀고 있다.

- 렌탈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상황에서 대용량 공기청정기 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

사실 공기청정기 사업은 12년 전 실패한 경험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12년 전, 대형 건물이나 병원, 학교 등에 도입하는 환기장치를 만들었는데 사업성 검토에 미흡한 점이 많았고, 이미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많이 뒤처져 3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2018년에 당시 환기장치를 만들었던 연구진들과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사업 방향을 조금 틀어서 대기업들이 진출해있지 않은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만들자고 해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 당시는 공기청정기 청정면적이 50평만 되도 대형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100평, 500평, 1,000평까지 가능한 제품을 개발한 거다. 여기에 3년 전부터 미세먼지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우리 제품이 공공장소에 꼭 필요한 제품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 공기청정기 사업 역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처음 개발한 이후 인증받는 게 가장 어려웠다. 대용량 공기청정기의 경우 개인이 구매해서 이용하는 제품이 아니다 보니 학교나 관공서 등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조달청 나라장터 등록으로 성능평가와 적합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국내에 비슷한 제품이 없었다. 적합하다고 판단할 기준이 없었던 셈이다. 그래서 등록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도 끈질기게 매달려 조달청 등록은 2019년 상반기에 마무리됐는데, 2019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 제품은 광촉매 필터를 장착해 각종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기능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우리 제품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금은 지하철 역사, 버스터미널, 학교, 관공서, 병원 등 여러 다중이용시설에서 우리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해외시장을 노리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는데, 현재 7개국에 샘플을 보낸 상황이다. 일본에는 지난해 200대를 수출하고 올해 100대를 추가 수출했다. 올해 일본에 1,000대 이상을 수출하는 게 목표다.

- 렌탈사업만 했던 회사에서 공기청정기를 연구하고 개발해서 제조·판매까지 한다는 건 엄청난 모험이었을 텐데,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없었나.

공기청정기 사업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남의 물건을 가지고 렌탈사업을 하는 기존 습성에 젖어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여기에 우리가 뭔가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솔직히 많았다. 4년 전에는 연구진이 4명이었는데 지금은 10명으로 늘었다. 외부 연구진까지 하면 15명 정도 되는데, 그때 함께했던 연구진들이 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줬다. 그 믿음으로 두려움을 금방 잠재운 것 같다.

- 경영진 입장에서 기존 렌탈사업만 계속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렌탈사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 중 하나다. 쉽게 말해 돈만 있다면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너도 나도 렌탈사업에 뛰어들었고,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이 계속 떨어졌다. ‘우리 것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욕구가 경영진에게도 있었다.

- 지금도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계속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기존의 렌탈사업과 대용량 공기청정기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헬스케어에 투자해서 다양한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할 계획이다. 그리고 렌탈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그들과 협업하려고 한다. 그게 같은 중소기업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상생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박관병 이지네트웍스 대표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박관병 이지네트웍스 대표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렌탈은 내 삶…
다시 태어나도 기업가로 살고파”

- 회사를 경영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제일 어려웠던 건 고객의 니즈에 의해 렌탈제품을 늘리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PC, 노트북만 취급했었는데 점점 고객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제품이 늘어나더라. 예를 들면 고객이 PC를 렌탈하면서 책상이랑 의자 등 사무실에 쓸 가구를 같이 요청하거나 어떤 때는 가전 기기도 요청할 때가 있다. 우리가 하는 건 렌탈사업이기 때문에 고객 요청으로 제품을 구매했을 때 다음 렌탈로 이어지지 않으면 재고가 될 수밖에 없다. 재고가 될 수도 있는 렌탈제품을 구매해야 하는가. 그런 결정이 경영자로서 굉장히 어려웠다.

결과적으로는 렌탈제품을 늘리더라도 언제든 우리가 또 영업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기로 했다. 그걸 믿고 따라준 직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영업담당자 개인에게 구매 전결권을 준다. 우리는 신입사원도 500만 원 한도 내에서 전결권을 가지고 있다. 영업 과정에서 고객이 필요하다고 말한 물품을 500만 원 내에서 구매 후 빌려주고 사후에 보고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한도 금액은 진급하면 늘어나는 식이다. 물론, 제품에 따라서는 손해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설령 손해가 되더라도 회사에서는 직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 회사에 대한 자부심, 그 중에서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말 감사하게도 이지네트웍스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50% 이상 성장했다. 렌탈사업은 행사 쪽 비중이 많이 축소되긴 했지만,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사무용품 렌탈이 늘어 전체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여기에 공기청정기 사업은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시대적인 운을 탔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 번 실패한 제품으로 다시 사업에 도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믿고 따라와 준 직원들 덕분이다.

- 지금의 이지네트웍스를 만든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행복경영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전 직원과 함께하고 있다. 전에는 고객을 우선하다보니 직원들에게 소홀한 점이 많았다. 2~3년 내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회사의 가치를 높이면 함께한 임직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싶다. 지금도 순이익의 10% 이상은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 지금 하는 일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내 삶이다. 이 일 말고는 다른 일은 해본 적 없다. 렌탈시장이 한국에서 커 가는 과정도 지켜봤고, 앞으로도 렌탈시장은 훨씬 더 커질 거다. 나중에는 한국에서 렌탈시장이 성장했던 과정을 분석해보고 싶기도 하다. 내 삶이 곧 렌탈이었으니까. 잠시 있다 가는 우리네 인생도 렌탈이라고 하지 않나.(웃음)

- 기습 질문이다. 다시 태어나도 기업가로 살고 싶은가.

살고 싶다.(웃음) 근데 렌탈사업은 해봤으니까 다음 생에서는 다른 사업을 해보고 싶다.

-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대표로서 정부 정책에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지금 국내 많은 렌탈회사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회사는 종합 렌탈회사지만, 대부분의 렌탈회사는 한 가지 품목만 취급한다. 예를 들면 행사 텐트만 취급한다든지, 야외 화장실만 취급한다든지 이런 식이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이 얼마냐고 물어볼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 곳이 많다.

지금 정부에서 청년 지원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결국 그들을 고용하고 일자리를 창출시키는 건 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이다. 반도체수급 불균형,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세제혜택이나 자금 지원을 했으면 한다.

- 현재 그리고 있는 이지네트웍스의 미래는 어떤 그림인가?

이지네트웍스는 친환경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미세먼지는 물론, 각종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관리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여 제품을 내놓을 생각이다. 우리의 주력 사업인 공기청정기는 판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필터 관리가 필요하다. 이지네트웍스에서는 필터를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파주에 생산라인을 구축하여 직접생산까지 하고 있다. 20여 년간의 렌탈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 번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여 고객에게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발전하려고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