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능학교 리포트①] 2030, 건설기능학교 중요성과 문제점 말하다
[건설기능학교 리포트①] 2030, 건설기능학교 중요성과 문제점 말하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5.05 00:03
  • 수정 2021.05.0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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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산업 지속가능성 점칠 수 있는 교육훈련
그러나 실습하기에는 좁고 화장실도 없고… 열악한 시설

건설기능학교 리포트① 2030 건설노동자에게 듣는 건설기능학교

13명의 2030 건설노동자가 4월 22일 서울 양평동 소재 서울건설기능학교에 모여 건설근로자공제회(건설노동자의 상호부조 및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설립된 기관)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의 ‘청춘버스’ 프로그램 중 하나로, 건설노조는 매년 청년 건설노동자와 함께하는 청춘버스 사업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2030 건설노동자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산업 현장에서 자리를 잡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음 청년 세대들을 건설 산업 현장에 들이기 위해 정부와 기업, 노동조합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건설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들어야 할 목소리인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건설 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정부와 기업, 노동조합이 2030 건설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할 상황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연령분포로 가늠할 수 있는데, 건설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령화가 심각하다. 2020년 정부가 발표한 ‘제4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다른 산업의 주축 연령대는 30~40대인 반면, 건설 산업은 50세 이상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주축 연령대가 고령화된 것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건설 산업에서 50대는 36.2%, 60대 이상은 20.1%로 나타났다. 게다가 60대 이상 건설노동자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렇다면 22일 서울건설기능학교에 모인 2030 건설노동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여성 형틀목수 양효주 씨
“화장실도 없는 건설기능학교는 아니죠”

경기도 동탄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양효주 씨(36)는 건설 현장에서는 보기 힘든 여성노동자다. 형틀목수로 일한 지 만 2년이 다 돼 간다. 형틀목수라는 직업을 가지기 전에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서 회사 몇 군데를 다녔다. 건설 현장으로 들어오기 전 직장은 반도체 회사였다. 생산관리 직군에서 일했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내 할 일을 다 끝내고 정시에 퇴근하려고 하면 눈치를 봐야 했다. 정시 퇴근을 하면 일을 안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게 싫었다. 게다가 반도체 제조 공장은 24시간 돌아가니 문제가 생기면 퇴근을 했든 휴일이든 전화를 받아야 했고, 출근해야 했다.

건설노동자로 일하면서부터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다. 급여 수준도 나쁘지 않다는 게 효주 씨의 생각이다. 효주 씨는 준기능공으로 일하며 일당 21만 원을 받는다. 현장의 건물이 완공되면 다른 현장으로 가야 하는데, 바로 갈 때도 있지만 대기해야 할 때도 있어 고용불안은 약간 느끼고 있다. 그래도 고용 안정성을 제외하면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효주 씨는 반도체 회사에서 건설 현장으로 이직하는 데 안산건설기능학교의 도움을 받았다. 20일 양성공 기능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기능학교에서 운영하는 취업 연계 시스템을 활용해 현장에서 일을 바로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효주 씨는 자신이 경험한 건설기능학교 프로그램이 고령화된 건설 산업에 2030세대들이 진입할 수 있는 하나의 효과적인 통로라고 생각했다. 망치질이라도 해보며 기초적인 기능을 훈련할 수 있고 취업이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효주 씨는 건설기능학교의 몇 가지 문제점이 해결돼야 2030세대가 더 건설기능학교를 찾을 거라고 말한다. 먼저, 기능학교 시설이 좋아져야 한다. 효주 씨가 교육받은 안산건설기능학교의 경우 화장실이 없어서 지하철역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옆 건물 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했다. 탈의실은 두말할 것도 없다. 4월 22일 건설근로자공제회와의 간담회에서도 화장실 문제를 제기했고,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기능학교의 기본 시설 점검을 전국 건설기능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효주 씨는 “현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달 이상은 배워야 한다”며 “훈련 기간 20일은 짧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장실도 갖춰져 있지 않은 지금 시설을 유지한다면 “20일이어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효주 씨는 건설기능학교의 강사도 좀 더 확보됐으면 한다. 효주 씨 경우에는 20명이 한 명의 강사에게 수업을 들었다. 하루 6시간 동안 수업 중에 한 명의 강사가 20명에게 할애하는 시간은 수강생 개인으로 봤을 때 적을 수밖에 없다.

스물셋, 꿈을 키우고 있는 형틀목수 명진 씨
“실습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해요”

경기도 안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명진 씨(23)는 형틀목수로 일한 지 1년 반이 다 돼 간다. 진 씨도 안산건설기능학교를 이수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바로 회사 사무직으로 취업했지만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답답했다. 군대 가기 전에 돈을 모으기 위해서 일자리를 찾던 중 건설기능학교를 나와 형틀목수로 일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건설기능학교를 추천받았다. 제대하고 나서도 다시 형틀목수로 꾸준히 일할 생각이다.

진 씨도 효주 씨와 마찬가지로 건설기능학교가 건설 현장의 2030 유입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기능 훈련과 함께 취업 연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효주 씨와 마찬가지로 건설기능학교의 시설이 지금보다는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화장실과 같은 기본 시설 확보 문제와 함께 실습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고 했다.

진 씨는 “배우는 내용에서 문제는 없는데, 실습장이 좁다보니 두 줄로 서서 강사님이 가르쳐 주시는 공정을 봐야 해서 때로는 놓치기도 한다”며 “앞으로 가서 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되고, 얼마만큼 놓치지 않고 봤느냐가 현장에서 자신의 기술력이 되기 때문에 실습장이 충분히 넓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습 공간이 충분하다면 같은 실습 내용을 동시에 두 개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는 공간이 충분하지 못해 틀 하나만 세워 수강생 20명이 연습하고 있다면, 공간이 충분할 경우에는 두 개의 틀 혹은 그 이상을 세워 20명의 수강생이 분산해 연습할 수 있다. 수강생 한 명당 연습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진다. 흔히 못질이라도 한 번 더 해볼 수 있다.

거제에서 서울로 올라온 형틀목수 김정익 씨,
“건설기능학교 교육 때문에 현장 적응했죠”

서울시 가양역 근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김정익 씨(38)는 형틀목수로 일한 지 만 1년이 조금 넘었다. 정익 씨는 거제 조선소에서 10년 동안 취부사(선박 용접 전 분할 해놓은 선박을 가조립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로 일했다. 조선 산업 경기가 불황 국면에 들어서고 이직 고민을 했다. 마침 친구가 서울 양평동 소재 서울건설기능학교를 추천해줬다. 바로 건설 현장 형틀목수로 취업 연계를 받을 수 있고, 임금과 복지 수준이 좋다는 친구의 소개에 상경했다.

상경한 정익 씨에게 건설 현장에서의 일은 생각보다 재밌고 보람찼다. 특히 타설한 콘크리트가 굳고 나서 형틀을 뗐을 때 매끈하고 균일한 벽면이 나오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뿌듯함을 빨리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건설기능학교를 통해 현장 적응을 빨리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조선소의 형틀목수라고 할 수 있는 취부사를 10년 동안 했지만 완전 다른 직종이기 때문에 그것에 필요한 기술을 배워야 했다. 정익 씨는 “건설 현장에 처음 가면 필요한 자재를 나르고 필요한 위치에 배치해서 기능공들이 빠르게 조립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건설기능학교 교육을 통해 자재 이름을 배우면서 처음 현장에서 해야 할 역할을 키울 수 있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좀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 정익 씨는 건설기능학교의 높이와 면적이 충분히 커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습 환경이 건설 현장의 규모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크기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짓는 건물은 1층이 아닌데, 기능학교 실습장에서는 1층 규모의 아주 일부만 소화할 수 있는 협소한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정익 씨의 설명이다. 건설기능학교에서 작게 만들다 현장에 나가면 크기에 압도당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 산업 2030 유입
건설기능학교 말고는 무엇이?

효주 씨, 진 씨, 정익 씨 모두 건설기능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건설기능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 측면도 있다. 물론 세 사람은 건설기능학교의 역할 강화뿐만 아니라 건설 산업에 안전이 확보돼야 2030 건설노동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건설 산업은 전 산업 중 산재사망사고 수와 산재사고 수 통계에서 매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매우 큰 폭으로 줄이지 않고 새로운 노동자의 유입을 말하는 것은 다치거나 죽을 위험을 감수하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또한 세 사람은 건설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험한 일, 더러운 일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멀쩡히 잘 일하고 있는데도 주변에서 무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효주 씨는 ‘어리고, 미혼이고, 여자인데, 현장에서 일하기 힘들지 않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는 ‘회사 안 다니고 힘들고 더러운 데서 일하냐, 돈 벌어서 다른 거 해라’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작 효주 씨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건설 현장에 만족하고 있다.

입영을 앞둔 진 씨에게는 경력 단절이 최대 고민이다. 군대를 다녀오는 2년 동안 현장에서는 새로운 기술들이 발전할 텐데, 자신은 제대 후 새로운 기술에 다시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20대 젊은 건설노동자라면 모두 걱정할 문제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돼야 건설 산업에 20대가 더 종사할 수 있다는 게 진 씨의 생각이다. 진 씨는 산업기능요원이라는 대체복무제가 있는 것처럼 건설 산업도 산업기능요원제도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퇴직금이 적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현재 건설노동자는 퇴직금이 하루에 6,200원 적립된다. 한달에 20일을 일할 경우 12만 4,000원이다.

건설기능학교로 인재양성,
건설 산업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건설 산업 안전 문제와 건설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문제는 비교적 수면 위로 많이 올라온 이야기다. 그래서 건설기능학교의 역할을 사회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건설기능학교는 2030세대의 건설 산업 유입에 큰 몫을 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는 “기능향상지원사업(건설기능학교 사업)의 30대 이하 훈련생은 2020년 기준 1,501명으로 전체 참여 인원 중 약 21%(매년 20%대 규모 유지)를 차지하고, 2030세대 훈련 참여자의 60% 이상이 건설현장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2030세대의 건설업 진입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건설기능학교를 나와서 건설 현장에 취업한 2030의 목소리는 더욱 중요하다.

건설기능학교는 2030세대의 건설 산업 유입에도 큰 역할을 하지만 산업 현장에 신입 노동자들이 안착해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현장 적응 능력을 키우는 역할도 한다. 정익 씨는 “그냥 막무가내로 현장에 들어오는 경우와 알고 현장에서 일하는 것과 다르다”며 “배우고 가면 80%는 붙어있겠지만, 모르고 가면 80%가 그만 두니 연속성이 없다”고 봤다.

건설 산업은 근속연수가 짧고 이직률이 높다. 정부의 ‘제4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들의 근속연수는 2018년 기준 5.5년으로 제조업노동자 7.3년에 비해 1.8년이나 짧다. 제조업노동자에 비해 입이직률이 5배가량 높기도 하다. 근속연수는 산업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의 지표다. 인적 자원의 양적, 질적 축적을 뜻하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기능학교를 통해 현장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2030 건설노동자를 양성하는 것은 건설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