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금속노조와 교섭 피하나?
SK케미칼, 금속노조와 교섭 피하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5.06 20:13
  • 수정 2021.05.06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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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디스커버리 LS부문 3사 공동교섭 진행하다 기업별 교섭 추진 정황
금속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악용 사례”
6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케미칼 본사 앞에서 진행된 ‘SK는 이중잣대를 버리고 금속노조와의 교섭에 나와라!’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금속노조가 SK케미칼에게 기존대로 3사 공동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 이하 금속노조)은 6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케미칼 본사 앞에서 ‘SK는 이중잣대를 버리고 금속노조와의 교섭에 나와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SK디스커버리는 2017년 SK케미칼의 인적분할로 만들어진 지주회사다. 사업영역은 크게 바이오·제약(Life Science, LS) 부문과 화학 부문으로 나뉜다. SK디스커버리의 주요 자회사로는 SK케미칼, SK가스, SK플라즈마가 있고, 손자회사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있다(SK케미칼 소속).

여기서 바이오·제약 부문의 핵심은 SK케미칼 청주공장,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의 안동공장이다. 3개 공장은 각기 다른 법인으로 등록돼있지만 그룹사 내 동일한 사업 영역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과 공동교섭을 해왔다.

그런데 2021년 3월 30일 3개 공장에 2노조인 금속노조 구미지부 SK디스커버리LS지회(지회장 이정배)가 만들어지면서, 기존 1노조였던 한국노총 화학노련 SK케미칼LS Biz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대거 탈퇴하고 2노조로 소속을 옮겼다. 회사 입장에서는 금속노조로 교섭 상대가 바뀐 꼴이었다.

SK디스커버리LS지회는 4월 9일 3개사 공장장과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문화실 실장(부사장)과 노사 상견례를 가지고 기존 관행대로 3사 공동교섭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4월 12일 회사는 금속노조의 교섭요구에 조합원 수를 3개사로 분리하여 보내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이 같은 회사의 요구를 3사 공동교섭이 아니라 기업별 교섭을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SK케미칼이 기업별 교섭을 진행하게 되면 기존에는 별도의 교섭단위였던 청주공장과 울산공장이 하나로 묶이는 문제점이 있다. 현재 SK케미칼 울산공장에는 한국노총 화학노련 소속 SK케미칼노동조합이 설립돼 있고 조합원 규모는 300여 명이다. 반면 SK케미칼 청주공장에는 SK디스커버리LS지회가 설립돼 있고 조합원 규모는 100여 명이다. SK케미칼 울산공장은 바이오·제약을 담당하는 청주공장과는 달리 화학 부문에 속해 있다.

SK디스커버리LS지회의 입장에서는 종전대로 3사 공동교섭을 진행하면 안정적으로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별로 교섭이 진행될 경우 SK디스커버리LS지회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와의 교섭권은 확보하나 SK케미칼과의 교섭권은 잃는 꼴이 된다. 울산공장의 규모가 청주공장의 규모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SK케미칼 청주공장은 울산공장과 하나의 법인이다. 울산 공장에는 300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노동조합이 존재한다”면서 “청주 공장 100여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울산공장과 묶여 교섭해야 한다면 금속노조는 소수노조로 전락하고 교섭권을 상실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금속노조는 SK케미칼이 현행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의 맹점을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SK케미칼이 3사 공동교섭을 그만두고 기업별 교섭을 진행한다면, 종전 울산공장과 청주공장 각각 교섭을 하던 것에서 교섭대표노조와 교섭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가 교섭 상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현행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재 창구단일화제도가 그렇다. 1사 1교섭이 원칙이라고 한다. 1사 1교섭이 아닌 복수의 회사와 하나의 교섭을 하려면 사용자의 ‘선의’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선의’를 거둬들인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4월 14일 3개사의 조합원 수를 명시한 공문을 (회사에) 발송할 때 공동교섭을 못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절차상의 과정이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을 담아 전달했다”면서 “그러나 실무협의와 기본협약체결 요구에도 SK케미칼은 명확히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다. SK케미칼은 5월 9일 이후 교섭대표노조를 통보하면 그때부터 교섭에 임하겠다고 하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의 입장을 확인하려 했지만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