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교원·임용제외교원 지위 원상회복은 국가책무”
“해직교원·임용제외교원 지위 원상회복은 국가책무”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5.19 00:25
  • 수정 2021.05.19 0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혜 아닌 불이익 피해를 바로잡는 일
원상회복 특별법 발의됐지만 법안소위 상정도 못해
이부영 참교육동지회(전교조 퇴직교사모임) 회장이 18일 오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그때는 이래도 불법, 저래도 불법이었어요.”

이부영 송곡여고 퇴직교사는 1989년 해직됐었다. 한창 교직에 있었어야 할 40대였다. 1989년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결성된 해다. 그는 전교조의 첫 번째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장이 구속되고 나서는 위원장 대행을 했다. 다시 복직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많은 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대량해직 됐다. 전교조 결성 때 해직된 교사만 1,500여 명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10년간의 해직생활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동료들이다. 동료들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부채감이 든다. 하루아침에 생계가 막막해진 교사들은 아이들의 유치원을 끊거나, 신문배달을 하면서 어려움을 견뎠다. 모임을 가지면 5명이 만나도 3인분을 시켰다. 그의 배우자도 교사였다. 배우자에게 “왜 그렇게까지 나서냐”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우리 노동조합은 정당한 것이고,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떳떳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버텼다. 전교조를 탈퇴하면 없던 일로 해 주겠다는 회유가 잦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94년도에 복직을 많은 선생님들이 했고, 98년도에 나머지 선생님들이 하긴 했지만 그냥 구제 차원에서 한 거라고 봐요. 우리는 4년 반, 10년 이렇게 공백이 있다 보니까 임금차이가 늘 나고, 그동안 밀린 임금도 있죠. 우리가 민주화운동의 과정에 있었던 피해자라는 게 인정됐잖아요. 그러면 부당하게 해직된 기간 동안의 명예,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한 부분을 일정정도 보상하라는 거죠. 그게 이제 32년이 됐네요.”

1994년 김영삼 정권은 전교조를 합법화 시키지 않고 조건부로 복직시켜주겠다고 했다. 전교조를 탈퇴하면 심사에 따라 신규임용으로 특별채용 하겠다는 방식이다. 1,500여 명 중 1,287명의 교사들은 “학교에서 교육개혁을 하겠다”며 현장으로 돌아갔다. 이부영 퇴직교사도 1998년 2학기에 국어교사로 복직했다. 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2013년 다시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그 통보가 다시 취소된 건 조금 나중의 일이다.

해직, 구속, 징계, 임용제외 등의 탄압을 받았던 전교조 조합원들은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에 의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2000년과 2002년 교육부는 단체협약에서 해직교사와 임용제외교사에 대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명예회복이 결정된다면 후속조처를 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해직기간과 임용제외기간에 대한 피해보상은 3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없다.

부당한 해직이었음에도 호봉, 연금, 보수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은 불이익을 받았다. 불이익을 받은 채 시간은 흘렀다. 전교조에 따르면, 1989년 해직됐던 교사 중 140여 명은 세상을 떠났고, 절반이 넘는 교사가 이미 퇴직했다. 퇴직한 교사의 경우 연금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국민연금 가입 연령이 초과된 조합원들도 있다. 이부영 퇴직교사의 연금도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교사에 비해 150만 원 정도 적다.

“연금 그거 신경을 많이 쓰면 속병이 들어. 그래서 나는 그냥 무심코 지내는데, 교사들에게 아예 노조까지 못 만들게 하는 나라는 없거든. 그러면 우리 법이 악법이었기 때문에 지나간 것을 보상해야 하잖아요. 이제는 연로한 분들이 많아요.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인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취지죠.”

“전교조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 앞서서 많이 싸웠어요. 촛불 들 때도 우리가 요구한 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거였잖아요. 나라다운 나라라는 건 과거에 있었던 일을 바르게 돌려놓는 거죠. 그런데 전교조 해직교사에 대한 지위회복을 4년 동안 안 했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에 경고하는 거예요. 이제라도 해결하라고요.”

 

전교조가 18일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해직교원 및 임용제외 교원의 지위 원상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전교조, ‘해직교원 및 임용제외교원의 지위 원상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

전교조(위원장 전희영)가 부당하게 해직·임용제외 된 교사들의 지위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19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대량 해직당한 교사들, 시국사건 등 교육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해직되거나 임용제외 된 교사들이 특별채용 됐지만 부당한 해직에 대한 지위회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교조는 18일 오전 11시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해직교원 및 임용제외 교원의 지위 원상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여당이 책임지고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 폭력의 상처를 치유하라”고 밝혔다. 해직된 기간에 대한 임금, 호봉, 연금 등의 불이익을 특별법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17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직교원 및 임용제외 교원의 지위 원상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 했다. 이 특별법 발의에는 다양한 정당에 소속된 113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특별법에는 해직교원과 임용제외교원의 지위회복을 위해 ▲피해기간 전부를 교원의 경력으로 인정해 호봉확정을 위한 경력기간에 합산 ▲피해기간을 ‘공무원연금법’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에 따른 재직기간에 합산 ▲피해기간 동안 미지급된 보수 전액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아직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직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전교조는 “이 법안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교원으로 재직하던 중 교육민주화·사회민주화운동으로 해직되거나 시국사건으로 임용에서 제외된 교원 1,800여 명의 삶을 회복할 것에 대한 내용”이라며 “이들에 대한 지위 원상회복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국가의 화합적 조치로 해결해야 할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자 숙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법은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닌, 불이익에 대한 피해를 이제라도 바로잡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해직교원과 임용제외교원의 명예가 하루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서 본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교조와 해직교사 및 임용제외교원 지위 원상회복을 위한 추진연대는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당연히 이 법안은 속히 처리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시 입었던 피해에 대해서 원상회복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위한 역사를 다시 세우는 것”이라며 “당시 20~30대의 젊은 교사들이 퇴직하고 70대 백발의 노인이 됐다. 하루속히 국가폭력의 실체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이 법안 제정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