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희망퇴직·노조추천이사제, 정부 결단 필요하다
국책은행 희망퇴직·노조추천이사제, 정부 결단 필요하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21.06.25 20:36
  • 수정 2021.06.25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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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국회서 희망퇴직 제도개선 언급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선 “빠져나갈 구멍” 의심 자초

국책은행의 희망퇴직 실시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가 두 이슈 모두에 대한 제도개선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23일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의 질문에 답변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 국회TV 갈무리
23일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의 질문에 답변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 국회TV 갈무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장경태 의원은 “국책은행 임금피크제 직원이 1,700명에 이르고 있어 희망퇴직 신청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참여가 저조하다”며 대책을 물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국책은행의 임금피크제에 따른 인력들의 명퇴(명예퇴직=희망퇴직)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는 명퇴금이 너무 적기 때문”이라며 “명퇴금을 올려 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 국민감정도 있고, 명퇴금이 너무 높다고 감사원에서 지적 받은 적도 있어 정부가 명퇴금을 갑자기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경태 의원은 이어 “(노동이사제는) 대통령이 공약했고 2020년 경사노위에서 입법을 추진했으며, 과도기적으로 국책은행 등에 노조추천이사제를 권고했다”고 운을 뗀 뒤, “현재 수출입은행 이사 선임과 관련해서 (노조추천이사 선임이)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계획을 질문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노동이사제는 공운법을 개정해서 제도적으로 안착하려고 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므로 논의가 신속하기 이뤄져 제도적 장치를 갖췄으면 좋겠다”면서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특별히 배제할 필요도 없고 의무적으로 선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사후보로 추천된 사람의 자격 내지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수출입은행에서 추천이 오면 후보자의 역량을 잘 보고 편견 없이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희망퇴직은 현재 국책은행들이 당면하고 있는 인사적체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노동계에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에서 매년 희망퇴직이 일정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국책은행들에서는 희망퇴직이 원활하지 않다. 명퇴금의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명퇴금으로 20~36개월치 평균임금에 더해 자녀 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지원을 제공하는 데 비해, 국책은행들은 기재부의 인건비 상한 지침에 묶여 임금피크제 기간에 지급할 급여의 45%만을 특별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다. 임금피크제로 급여가 삭감되더라도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버티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에서는 인사적체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의 답변에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김형선 금융노조 IBK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당초 기재부는 희망퇴직을 못 받겠다고 했는데, 부총리 스스로 희망퇴직이 중요하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희망퇴직과 관련한 제도개선이라면 합리적인 선까지 명퇴금을 올려주는 것이며 그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청년 채용의 어려움을 공감한다면 이제 정부가 결단할 때”라고 덧붙였다.

똑같이 제도개선을 언급했지만, 희망퇴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애초보다 진일보했다고 보는 반면,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한 입장은 정부를 믿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김형선 위원장은 “추천된 후보자의 역량을 보겠다는 건 노조가 추천하는 걸 거부하는 게 아니라는 명분도 얻으면서, 떨어뜨려놓고도 역량이 부족해서 그랬다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정부의 이런 태도가 정부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이어 “공운법 개정은 야당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노조추천이사제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노조추천이사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지 노조에 추천권을 달라고 합의한 게 아닌 만큼 결국 제도로 수행하게 하기 위해 더 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퇴직 실시와 노조추천이사제 시행은 국책은행 노사관계를 좌우하는 핵심 이슈다. 두 이슈 모두 기재부가 열쇠를 쥐고 있는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의 답변에서 입장 변화가 감지되기도 하지만, 결국 제도화를 통해 안정적인 시행으로 이어져야 할 이슈들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언급한 대로 중요하고 안착될 필요가 있는 이슈들이라면 이제는 정부가 결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