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노조 출범 한 달①] “처우개선에 전체의 힘 필요”
[소방노조 출범 한 달①] “처우개선에 전체의 힘 필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8.06 14:16
  • 수정 2021.08.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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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장비·일과표에 미흡한 점 많아··· 하나로 뭉쳐야”
[인터뷰] 박해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

소방공무원이 노동조합을 통한 권리 찾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소방공무원의 노동조합 활동이 가능해진 바 있다. 이전까지 소방공무원들은 각 소방서에 직장협의회 형태로 뭉쳐있었다.

올해 상반기부터 소방공무원들은 노동조합을 세우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상급단체를 선택하고, 지역 소방서를 돌아다니며 노동조합을 알렸다. 개정된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되는 첫 날이었던 7월 6일엔 소방노조들이 일제히 출범했다.

출범한 지 한 달이 된 시점, 소방노조들에게 앞으로의 활동을 물었다. 인터뷰는 박해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 정은애 공노총 국공노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홍순탁 한국노총 공무원연맹 전국소방안전노동조합 위원장과 각각 진행했다(위원장 이름 가나다 순).

이 외에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박일권)이 조직돼 있으며, 상급단체는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소방노조 출범 한 달] 인터뷰는 전국 단위 상급단체를 선택한 노조들을 대상으로 했음을 밝혀 둔다.

[소방노조 출범 한 달 인터뷰①]_박해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

첫째도 둘째도 목표는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이다. 소방관들의 모임인 소방발전협의회를 이끌었던 박해근 본부장은 노동조합 출범 전부터 처우개선을 위해 힘써왔다. 그가 애쓴 시간만큼 직접 만든 법률안이 여럿 준비돼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허울’이라고 비판한다. 아직도 인사와 예산은 지자체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처우가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상황은 소방공무원들이 온전한 국가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박해근 본부장은 수시로 출동하고, 위험에 노출되는 소방공무원 특성에 맞는 근무체계와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법이 보호해주지 못하던 ‘다음 카페’ 소방발전협의회는 노동조합이 되었다. 그래서 소방본부는 “소방 전체 직원의 힘을 모을 때”라고 말한다.

박해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을 7월 21일 전국공무원노조에서 만났다. ⓒ 전국공무원노조 

“온전한 국가직, 
순차적인 일원화 노력할 것”

- 소방본부가 출범했다. 소방공무원들은 노조 설립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면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노동조합에 거리를 느끼는 일부 소방공무원들도 있다. 노동조합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본다. 노동조합은 헌법에서도 보호하는 제도다. 소방본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불안감을 해소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 출범 전 순회 간담회를 진행해왔다. 현장에서 많이 들려왔던 목소리는 뭐였나?

소방공무원의 일과표를 폐지하자는 거였다. 소방공무원은 수시로 출동하고, 일에도 변수가 잦다.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건 소방공무원에게 맞지 않는 제도다. 소방공무원들이 선호하는 근무체계가 있다. 지금은 2주간 야간근무와 비번을 번갈아 하고, 한 주는 주간근무를 하는 3조 2교대 21주기 근무체계를 많이 취한다. 우리가 선호하는 근무체계는 3조 1교대다. 야간근무를 하고 난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직원들이 이 근무체계를 선호함에도 소방청에서는 도입을 늦추는 상황이다.

- 소방노조가 3개의 상급단체로 나뉘어 출범했다.

2007년부터 소방공무원들은 미지급된 초과근무수당을 거론했고, 소송도 했다. 그 때부터 전국공무원노조가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적극적으로 소방공무원의 일에 동참을 해 줬다. 소방공무원 처우에 대한 자료를 교섭이나 각종 위원회에 제출도 해 줬다. 또 소방공무원이 노동조합 할 수 있는 법 개정에 많은 힘을 보탰다.
여태 소방발전협의회에서는 여러 노동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다른 조직에서도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 선택이 힘들었을 것 같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당시 법외노조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의리는 지켜야 한다. 앞으로도 전국공무원노조가 우리 소방공무원을 위해 힘써줄 것을 믿기에 선택했다.

- 다른 소방노조와 연대할 생각이 있나?

연대는 교섭과정에서 할 수 있다.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할 때 다른 노동조합 위원장들하고 협의를 할 거다. 같이 추진해야 하는 사안은 함께 하고, 독자적으로 할 사안은 노조에서 추진한다.

- 소방본부가 먼저 집중하고 싶은 의제는 무엇인가?

소방공무원은 타 공무원에 비해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그에 맞게 수당을 현실화 할 것이다. 근무체계 변경과 일과표 폐지는 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이 다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추진할 거다. 소방청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사안이다.

법으로 바꿔야 하는 것은 교섭을 해야 하겠다. 예를 들어 우리 소방공무원은 평균수명이 너무 짧다. 대체로 질환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도 특수검진을 받을 수 있는 법률안을 구상하고 있다. 교섭만 던져놓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국회에도 방문할 예정이다.

- 소방공무원들이 국가직 전환을 이뤘지만, 소방본부는 이를 ‘허울뿐이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전국의 소방공무원이 똑같은 혜택과 제도 하에서 움직이는 거였다. 어느 지자체는 예산이 풍부해서 옷이나 장비를 충분히 지원해줬지만, 어떤 곳은 안전장비도 부족했다. 그런데 지금도 인사권과 예산이 그대로 지자체에 있다. 당장 전체적인 국가직 전환은 힘들지만 순차적으로 일원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부족한 소방관 인력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 소방본부장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소방발전협의회에 가입을 한 것은 2009년이다. 그 때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걸 느꼈다. 있는 제도에 불평불만하지 않고 주어진 임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활동을 해 보니까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더라.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소방발전협의회의 목표는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이었다. 나도 처우개선을 위해 꾸준하게 활동했다. 내 임무는 노동조합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거주지, 근무지가 지방인데, 소방서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

소방본부 사무실을 대전에 꾸리려 노력 중이다. 소방청과 왕래하기도 수월하고, 사무실이 서울이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찾아오기 어렵다. 또 소방본부는 꾸준하게 현장에 방문을 해서 소방관들 의견을 듣고 싶다. 홈페이지도 활용해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환경을 바꿔내는 거다. 우리 세대가 누리지 못한 혜택이 있을 거다. 다음 세대들이나 젊은 친구들, 자식들이 소방서에 들어왔을 때 더 좋은 조건과 제도 아래서 근무할 수 있도록 만들 거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는 아직 변화가 더딘 사안들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소방발전협의회에서는 대선캠프나 총선캠프에 소방조직의 부족한 인력을 말해왔다. 지금도 인력과 장비는 부족하다. 예전 경북의 경우를 보면 하나의 센터에 소방차가 2대, 산불 진압용 차가 1대, 구급차가 1대 있다. 그러면 차가 4대인데, 근무하는 사람은 5명이었다. 구급출동이 떨어지면 2명이 나간다. 그러면 3명이 남는다. 하필 또 산불이 나서 2명이 나간다. 그러면 1명이 남는데, 출동을 할 수 없다. 집에 불이 났는데 사람이 없어서 못 끄는 거다.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소방본부의 계획은?

소방공무원이 파업을 했다고 하면 불이 나거나 구급환자가 생겼을 때 그 사람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권리도 찾지만 업무는 업무대로 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그 외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하고 싶다. 아마 민주노총에서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 조합원, 혹은 동료 소방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소방본부는 조합원들에 대해서 하나라도 부족함 없이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지만, 다소 미비한 점도 존재할 수 있다. 의견을 제시해준다면 본부에서도 개선하겠다. 소방공무원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전체의 힘이 필요하다. 뭉치는 길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노동조합에 가입을 해서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