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노조 출범 한 달②] “노조에 대한 전반적 인식 바꾸고 싶어”
[소방노조 출범 한 달②] “노조에 대한 전반적 인식 바꾸고 싶어”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8.06 14:30
  • 수정 2021.08.09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조합이 자연스럽게 비춰지는 세상 만들고파”
정은애 공노총 국공노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소방공무원이 노동조합을 통한 권리 찾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소방공무원의 노동조합 활동이 가능해진 바 있다. 이전까지 소방공무원들은 각 소방서에 직장협의회 형태로 뭉쳐있었다.

올해 상반기부터 소방공무원들은 노동조합을 세우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상급단체를 선택하고, 지역 소방서를 돌아다니며 노동조합을 알렸다. 개정된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되는 첫 날이었던 7월 6일엔 소방노조들이 일제히 출범했다.

출범한 지 한 달이 된 시점, 소방노조들에게 앞으로의 활동을 물었다. 인터뷰는 박해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 정은애 공노총 국공노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홍순탁 한국노총 공무원연맹 전국소방안전노동조합 위원장과 각각 진행했다(위원장 이름 가나다 순).

이 외에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박일권)이 조직돼 있으며, 상급단체는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소방노조 출범 한 달] 인터뷰는 전국 단위 상급단체를 선택한 노조들을 대상으로 했음을 밝혀 둔다.

[소방노조 출범 한 달 인터뷰②]_정은애 공노총 국공노 소방노조 위원장

정은애 위원장은 ‘가만히 있던’ 소방관이었다. 시키는 일 열심히 하고, 후배들에게 밥 한 끼 사주며 조직에서 욕 안 먹기에 급급했다. 그러던 중 정은애 위원장의 동료가 순직했다. 동료는 구급출동 중 물탱크에서 질식사했다. 이 일은 정은애 위원장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이후에도 소방공무원의 죽음은 이어졌다. 세 명이 할 일을 두 명이 해도 소방관들은 묵묵히 일했다. 정은애 위원장은 “이렇게 있다간 직원들도 죽고 국민들도 위험하겠구나”라고 문득 생각했다.

공노총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정부와 상생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지향한다. 노동조합은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한다. 공노총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이루고자 하는 꿈은 노동조합이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정은애 공노총 국공노 소방노조 위원장을 7월 23일 공노총에서 만났다. ⓒ 공노총 

“권위적인 문화
직원 존중하도록 바꿀 것”

- 노조를 출범한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설립 준비 때부터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전남에 구급대원 중 하나가 아스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데 이상 반응이 있어 공상처리를 요청했다. 소방청 감사 관련한 항의방문도 했고 인사혁신처와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소방공무원의 노조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반가워하시는데, 3개의 노조가 있어서 어느 조직으로 가는 게 좋은지 관망하는 분들도 많다. 또 최근에 신규 직원들이 꽤 들어왔다. 이 직원들은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 아직 모르기 때문에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 출범 전 순회 간담회를 진행해왔다. 현장에서 많이 들려왔던 목소리는 뭐였나?

조직의 문화를 개선해달라는 거였다. 구체적으로는 갑질이라든가 권위적인 부분, 불필요한 업무를 이유 없이 지시하는 관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소방공무원들은 그동안 지휘부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다. 현장에서의 일은 지휘부가 결정하는 정책지침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목숨을 담보로 일한다. 그런데 소방공무원 보호는 취약하다. 민원이 들어오면 지휘부에서는 소방관을 보호하기보다는 희생양 삼아서 사실을 무마시키려고 했던 적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 소방노조가 3개의 상급단체로 나뉘어 출범했다.

공노총은 국가직인 소방공무원이 노조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췄다. 공노총은 공무원만으로 이뤄진 노조다. 상급단체에 들어가는 이유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 줄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무원의 보수나 복지가 증진되면 그만큼 국민이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있으면 곤란하다.

공노총은 공무원노조 시작부터 쭉 합법노조였다. 정부를 상대로 일할 때 그만큼 길이 트여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행정부 소속 공무원의 95%가 공노총 노동조합에 속해있다. 행정부 교섭에서도 유리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 다른 소방공무원노조와 연대할 생각이 있나?

당연하다. 공통의제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중점을 두는 의제는 다를 수 있겠지만 공통의 사안에서는 같이 연대를 해야만 한다.

- 노조가 먼저 집중하고 싶은 의제는 무엇인가?

온전한 국가직 전환이다. 현재 소방공무원 신규직원 임금이 2022년까지만 국가직 예산으로 책정돼 있다. 2022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불안정한 상태다. 또 우리는 국가직 공무원인데 각 지자체로부터 감사를 받는다. 소방청의 지시와 지자체의 지시를 동시에 받기도 한다. 그러니 업무가 많고 효율이 떨어진다. 온전한 국가직 시스템을 노조에서 요구하고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게 목표다.

특정직 공무원만의 임금체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부적으로 근무체계나 일과표 개선은 부제로 들어간다.

“대화와 협상 통해
정부에게 목소리 전달할 것”

- 위원장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37년째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다. 실은 우리가 10년 전까지 2교대를 했다. 그런데 초과근무수당을 안 받았다. 3교대 하면 좋겠는데, 2교대 계속 시킬 거면 초과근무수당 지급하라고 소송을 했다. 겨우 3교대로 만들었지만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4명 나갈 걸 3명이 나가고, 3명이 나갈 걸 2명이 나갔다. 그럼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죽는다. CPR이 필요한 환자는 라인도 잡아야 하고 심장 압박도 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 어떻게 하겠나.

우리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강연희 소방관이 2018년에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그런데 위험순직이 아니라는 거다. 1인 시위도 하고, 탄원서도 받아 최초로 뇌출혈이 인정됐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게 국민안전에 도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일들을 하다 보니까 위원장도 하게 됐다.

그런데 전국 위원장을 하면 휴직을 할 수밖에 없겠더라. 공무원은 타임오프제가 없다. 연가를 내서 한다는 건 한계가 있다.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급여를 받는 게 여러 가지로 무겁지만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뛰고 있다.

- 소방공무원은 파업을 할 수 없다.

소방공무원들은 단체행동을 해본 경험이 많이 없다. 고작해야 1인 시위다. 그런데 소방공무원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데 태업이나 연가투쟁 같이 긴급출동에 위기를 초래하는 건 기본적으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우리 힘들다. 억압돼 왔다’ 이야기하기에는 소방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있다. 공무원이 노조를 한다는 건 결국 국민에게 좋은 공무원으로 남기 위해서다.

- 거주지, 근무지가 지방인데, 소방서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

전국을 차례차례 순회하려고 한다. 수도권에 공노총이 조직이 많이 있다. 지방 쪽으로 공노총을 소개하려고 한다. 어떤 노조들이 있는지 전국 소방공무원들도 알아야 한다. 실은 타 노조에 비해 공노총의 이름은 익숙하지 않다. 공노총은 소방공무원이 노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부분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려고 한다.

- 유일한 여성위원장이다. 여성소방관을 위한 활동도 할 계획인가?

여성소방공무원이 10%가 채 안 된다. 실은 여성소방공무원이라고 구분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다들 각각의 어려움이 있다. 직무별, 세대별, 성별을 포함해서 다양한 소방 조직 내에서의 어려움을 말하려고 한다.

- 장기적인 노조의 목표는 무엇인가.

노조 문화를 바꾸고 싶다. 지금 공무원노조 가입률이 85%다. 공무원이 노조해서 탄압받는 세상은 아니다. 우리의 방식은 대화와 협상이다. 정부에게 무언가를 달라고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같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일들을 해보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조합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비쳤으면 좋겠다. 전반적인 인식을 좀 바꾸고 싶다. 지금 국가공무원노동조합에서 노동교육을 교과서에 의무적으로 넣자는 서명을 받고 있다. 그런 부분들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조합원, 혹은 동료 소방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우리는 일 잘하는 소방노조라고 자부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정부에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을 그동안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투쟁을 안 한다는 건 아니다. 투쟁 방식이 다를 뿐이다.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노조 운동을 할 거다. 때로는 질책도 하시고, 응원도 해 주시면서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