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건 향상 위해 복수노조가 가야 할 길은 ‘연대’”
“노동조건 향상 위해 복수노조가 가야 할 길은 ‘연대’”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8.06 15:19
  • 수정 2021.08.06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전진욱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 위원장

라이벌(rival)이란 ‘동일한 분야에서 동일한 목적을 위해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경쟁자’를 말하는 단어다. 라이벌 관계는 때에 따라 담을 쌓고 상대방에 대해 비방만 반복하며 절천지 원수 관계가 되기도, 혹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이끌고 나아갈 동력을 만드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복수노조 체제로 운영되는 사업장 다수가 노동조합 간 갈등을 겪는다. 복수노조의 갈등을 봉합하고 선의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와 사업장 내 갈등을 겪고 있는 전진욱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고민을 들어봤다.

전진욱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전진욱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현재 4,100명이 넘는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함께 해주시고 있습니다. 언제나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이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민주노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질책과 격려를 해주시는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3년 사이에 조합원들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의 해답은 늘 현장에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지난 3년간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교섭을 통해 많은 부분을 쟁취해왔습니다. 일찍 출근하는 조합원들이 아침을 먹고 일할 수 있도록 조식대를 신설하거나, 직무수당, 직위수당, 특근비, 대체근무수당 등을 현실에 맞게 인상하고 신설하기도 했고요, 새로운 보직을 만들어서 조합원들이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많은 불합리한 제도들을 개선하고 불편한 현장 여건을 바로 잡아왔습니다. 이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조합원들이 더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을 하게 됐고, 이 결과를 조합원들이 알아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복수노조 체제 속에서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된 갈등인가요?

2017년 12월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 설립 초기부터 있었던 문제입니다. 사실, 갈등이라기보다 일방적으로 파리바게뜨지회로부터 비방을 받아왔어요. 파리바게뜨지회는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을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가 만들었다고 호도하면서, 자신들이 과반 노조라고 주장해왔어요. 그 과정에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노동조합 설립 무효 확인소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의 간부와 BMC(제빵기사 선임)조합원을 이익대표자라면서 부당노동행위로 성남지청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법률투쟁이라는 미명 아래 제기한 모든 소송에서 패소하고도 여전히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 조합원들을 고소하고 있고, SNS상에서 ‘어용노조’, ‘기업노조’라고 부르며 회사 측과 연관된 것처럼 매도하고 있습니다.

-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조로서 어떻게 대응해왔습니까?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소수 노동조합인 파리바게뜨지회의 의견을 반영하고, 관철되도록 노력해왔습니다. 노동조합 간 갈등이 조합원들에서 나아가 비조합원들에게까지 노동조합에 대한 거부감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비난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은 피해 왔습니다. 결국, 조합원의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안정이 조합원들에게 인정받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최근 성명을 통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최근 파리바게뜨지회가 또다시 BMC조합원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와 명예훼손 등 고소·고발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과 언론을 동원해서 마치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이 회사 측과 결부된 것처럼 매도하고 음해하고 있어요. 이 같은 행동은 도를 넘어선 행동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조합원을 지키고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자 합니다. 모든 방법은 동원해 조합원을 지킬 겁니다.

- BMC의 사용자 지위를 두고 언론에서도 논란이 일었는데요,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파리바게뜨에서는 제빵기사로 입사한 이후 지원기사를 거쳐서 BMC로 승진을 하게 됩니다. BMC조합원들은 모두 제빵기사 출신으로, 선임 역할을 하면서 현장이 어려우면 직접 빵을 굽는 노동자입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BMC조합원을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에서 BMC조합원을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그대로 인용해서 BMC조합원이 사용자인 것처럼 호도했습니다.

MBC나 경향신문과 같은 대형 언론사에서 보도한 내용 때문에 5,200여 명의 노동자와 3,400여 명의 소상공인들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습니다. 이 분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걸린 내용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 역시 선입견을 품고 편향된 시선으로 기사를 쓰기 전에 다시 한 번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 파리바게뜨지회의 점포 앞 불매 기자회견에 대한 성명을 내셨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는 본사에 요구해야 할 사항임에도 전국 파리바게뜨 점포 앞에서 무차별적으로 집회를 강행하며 요구해왔습니다. 전혀 관련 없는 점포 앞에서 시위를 강행하다보니 제빵기사들과 함께 손발을 맞춰온 점주들이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상관없이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실망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점포 앞 시위로 인해 해당 점포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고, 일부 점주는 노동조합 때문에 제빵기사를 쓰지 않겠다며 직접 빵을 굽겠다고 선언하기도 합니다.

점주들 역시 소상공인입니다. 파리바게뜨지회의 무차별적인 집회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매출이 줄면 모두가 힘들어집니다. 제빵기사 일자리가 줄어들면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요.

-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각 노동조합이 지향해야 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각 노동조합은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파리바게뜨지회의 방식을 보면서 많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교섭의 결과로 얻은 향상된 노동조건은 함께 누리면서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모자라 갈등과 반목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차라리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정책을 설명하고 결과로써 경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노동조합이란 조합원들이 좀 더 나은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안정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존재합니다. 결국, 어느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담고 반영해 행동하는지 그 여부에 따라 노동조합의 사활이 결정될 거라고 봅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천하는 노동조합만이 조합원의 선택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향상이라는 노동조합의 목표는 파리바게뜨지회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의 조합원과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모두 파리바게트 매장에서 노동하는 노동자입니다. 이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피비파트너즈라는 큰 울타리 속에 포함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파리바게뜨지회와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노동자의 이야기라면 누구의 말이라도 귀담아 듣고 상생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노동조합을 믿고 응원해주시는 조합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곧 시작되는 임단협에서도 조합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