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파리바게뜨 사태 핵심은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
‘노조파괴’ 파리바게뜨 사태 핵심은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2.05.13 13:21
  • 수정 2022.05.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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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차별 해소를 위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 두고 의견 분분
​​​​​​​파리바게뜨지회, “회사와 합의해도 안 지켜와” 구속력 있는 ‘개별교섭’ 요구
피비파트너즈노조, “교섭권 무력화하는 요구” 반발
임종린 지회장 단식 47일차, 시민대책위 불매 운동 등 시민 행동 예고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위원장 신환섭)와 SPC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진상규명과 청년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상임공동대표 권영국, 이하 시민대책위)는 1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공간 채비에서 ‘파리바게뜨 사태의 쟁점과 노사 협상 등 진행 상황 공유’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의 단식 농성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는 더딘 실정이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와 시민대책위는 불매 운동 등 시민 행동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위원장 신환섭)와 SPC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진상규명과 청년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상임공동대표 권영국, 이하 시민대책위)는 1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공간 채비에서 ‘파리바게뜨 사태의 쟁점과 노사 협상 등 진행 상황 공유’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지난 3월 28일부터 서울 서초구 SPC본사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오늘(13일)로 47일째다. 단식 40일을 지나면서부터 임종린 지회장의 건강 상태가 위험 수준에 왔다고 화섬식품노조는 전했다.

권영국 시민대책위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임종린 지회장의 건강 상태가 위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 사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에 기자 간담회를 가지게 됐다”며 “마치 회사는 협의에 성실하게 임하고, 이 사태 원인이 노노갈등인 것처럼 설명하면서 불법부당행위, 노조 와해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은폐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3월부터 7월까지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조합원이 월 100여 명씩 탈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700여 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200여 명대로 줄었다. 파리바게뜨지회는 조합원과 전직 중간관리자의 제보를 토대로 조합원 수 급감의 뒷배경에 ‘회사의 압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지회의 주장은 2022년 1월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이 피비파트너즈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서 힘이 실리게 됐다. 피비파트너즈 6개 지역 본부장과 제조장 3명의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파악됐다. 또한 ‘회사 차원의 부당노동행위 전략을 확인하라’는 검찰의 지시로 4월 1일에는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5월 11일 서울 서초구 SPC본사 앞에서 진행된 'SPC 파리바게뜨 민주노조 파괴 분쇄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 현장 ⓒ 화섬식품노조

불법파견 차별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

노조 파괴 논란 이전에도 피비파트너즈 노사관계는 경색돼있었다. 문제의 핵심에는 ‘사회적 합의 이행’이 따라 붙는다.

2017년 9월 고용노동부는 SPC파리크라상에게 협력업체 소속 카페‧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할 것을 지시했다. 불법파견으로 카페‧제빵기사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SPC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각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카페‧제빵기사를 협력업체를 통해 공급하고 있었다. SPC파리크라상은 협력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제빵‧카페기사를 교육 및 지휘하게 했고, 협력업체는 가맹점주와 제빵‧카페기사를 공급하는 도급계약을 맺었다. 제빵‧카페기사는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가맹점에서 파견 나와 일하는 형태였다.

이 같은 고용형태가 불법파견이라고 인정받자 2018년 1월 ▲SPC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가맹점주협의회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2017년 8월 파리바게뜨지회 설립) ▲한국노총 공공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동조합(2017년 11월 PB파트너즈지부 설립)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의당 비상구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등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제빵‧카페기사를 자회사를 통해 고용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회사가 바로 피비파트너즈다. 그러면서 당시 주체들은 불법파견으로 해당 논의가 촉발된 지점을 고려해 3년 내 자회사와 본사 간 임금 등 노동조건을 동일하게 만들 것과 노사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내용 등을 합의문에 담았다.

‘사회적 합의’ 제대로 이행됐나?

사회적 합의 이후 햇수로 5년이 지나가는 현재도 합의 이행에 관한 논란은 여전하다.

피비파트너즈는 사회적 합의를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2021년 4월 1일 피비파트너즈는 비전선포식를 열고 지난 3년간 제빵‧카페기사의 임금을 39.2% 인상하고 휴무일도 30% 이상 늘렸다며,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지켰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합의 1년여가 지난 후부터 파리바게뜨지회는 합의 이행 점검을 위한 노사협의체가 구성되지 않는 등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파리바게뜨지회는 사회적 합의의 여러 내용 중에서 3년 내 본사와 자회사 직원의 임금을 동일하게 맞췄다는 데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1일 화섬식품노조는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 아트홀 봄에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화섬식품노조는 사회적 합의 주체인 파리크라상, 가맹점주협의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의당 비상구, 시민사회단체, 한국노총 등을 모두 초청했으나 파리크라상, 가맹점주협의회, 민주당을지로위원회, 한국노총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 화섬식품노조

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은 “SPC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에서 근무하는 1~3년차 노동자의 통상시급 자료를 2021년에 2번 제시했는데, 그 자료의 내용이 서로 다를뿐더러 파리바게뜨지회에서 자체 조사한 내용과도 상이하다. 해당 자료의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파리바게뜨지회는 ‘3년 내 본사와 자회사 간 노동조건 동일하게 한다’는 합의 내용을 회사가 ‘3년차까지만 본사와 자회사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동일하게 한다’로 축소 해석한다고 지적했다.

임영국 사무처장은 “현재 회사는 1~3년차 직원에 대한 임금 자료만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합의를 적용받아야 하는 주체는 근속이 3년이 넘었다. 2018년 입사했어도 현재 5년이 흘렀다. 이들의 노동조건을 확인해야 하는데 회사는 비교대상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합의 당시에는 분명 비교 대상이 존재했다”고 비판했다.

권영국 상임공동대표는 “3년 내에 임금차별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본사 3년차까지 직원들의 임금을 낮추는 꼼수를 쓰고 있다. 모든 직원들에 대한 임금테이블 공개해야 한다. 불법파견으로부터 시작된 사회적 합의는 제대로 차별을 없애라는 취지였다. 합의를 굉장히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 측은 “사회적 합의 내용들은 충실히 이행됐으며, 이를 통해 제빵기사들에게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또한 4,000여 명의 제빵기사들로 구성된 교섭대표노동조합(피비파트너즈노조)과 매년 단체협약을 통해 복리후생 증대, 휴무일 보장, 모성권 보호 등 근로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왜 합의 당사자가
이행‧점검에 참여 못했나?

사회적 합의 당사자인 파리바게뜨지회가 합의 이행 '검증'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합의 이행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탓이 크다. 복수노조 상황에서 교섭권을 획득하지 못한 것이다.

2018년 피비파트너즈 설립 이후 양대 노조는 조직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교섭권을 획득한 노조는 사회적 합의의 주체로 참여하지 않았던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이었다.

2017년 12월 설립된 피비파트너즈노조는 기업별 노조로 출발했다가 2018년 7월 한국노총 식품노련에 가입했다. 2018년 피비파트너즈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했고, 사회적 합의 주체 중 하나였던 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동조합 PB파트너즈지부는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과 2019년 2월 통합했다.

사회적 합의의 노동계 주체였던 양대 노조 중 하나가 사라지고, 남은 파리바게뜨지회는 교섭권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임금 및 노동조건에 관한 사안을 논의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지회는 시민사회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장외 투쟁’을 해왔다.

그러던 중 2021년 초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의 대거 탈퇴가 일어나게 됐다. 권영국 상임공동대표는 “계속해서 파리바게뜨지회가 사회적 합의와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니까 그때부터 노조 자체를 와해하는 식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간 ‘신뢰’
사태 해결 쉽지 않아

현재 화섬식품노조와 SPC파리크라상은 임종린 지회장 단식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해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4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8차례 실무협의를 벌였다. 파리바게뜨지회는 ▲부당노동행위 인정 및 공개사과 ▲불법‧부당노동행위자에 대한 처벌 ▲피해 원상회복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 ▲사회적 합의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파리바게뜨지회는 사회적 합의 이행 점검을 위해 본사‧자회사 간 임금 자료 제출과 합의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한 개별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임영국 사무처장은 “약속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합의 내용을 왜곡하면서 지키지 않는다. 더불어 교섭대표노조와의 단협 체결을 통해 이전 합의 무력화시키고 있다. 합의 여부뿐만 아니라 구속력 있는 합의 이행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의지로 교섭대표노조와의 교섭 대신 각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 간 약속을 지키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피비파트너즈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피비파트너즈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하는 요구라는 것이다.

전진욱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노조 위원장은 “파리바게뜨지회의 요구안 중 휴식권 보장과 관련한 내용은 같은 노동조합으로서 충분히 동감한다. 회사와 대화를 이어가던 주제였고, 관련 TF팀도 노사가 구성을 해서 해결책을 찾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개별 교섭에 준하는 조치’, ‘조합원 면담 요구’, ‘동일 비율로 다시 진급’ 등은 이해하기 힘든 요구안이다.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내용은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측은 “대화와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교섭대표노조 및 가맹점주의 이해와 양보가 필요한 사안이 많아 이를 조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5월 11일 서울 서초구 SPC본사 앞에서 진행된 'SPC 파리바게뜨 민주노조 파괴 분쇄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 현장에서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이 '임종린 힘내라'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화섬식품노조

한편, 화섬식품노조와 시민대책위는 이후 적극적으로 시민사회에 현 사태의 문제점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16일에는 ‘파리바게뜨 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가 출범할 예정이다. 또한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들’은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 앞 캠페인을 통해서 불매 및 항의 행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권영국 상임공동대표는 “소비자 및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시점이 왔다고 판단했다”면서 “회사는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이나 가맹점주가 있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렵다며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본질은 SPC그룹의 반사회적인 경영에 있다. 이에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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