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임금명세서 살피니... 자회사 임금은 본사의 70~80%?
파리바게뜨 임금명세서 살피니... 자회사 임금은 본사의 70~80%?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10.05 16:41
  • 수정 2022.10.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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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임금 비교자료 입수 및 발표 기자 간담회’ 진행
“파리크라상, 객관적인 임금 비교 자료 제시해야 사회적 갈등 해소될 것”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임금 비교자료 입수 및 발표 기자 간담회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자회사와 본사 노동자 간 임금을 동일 수준으로 맞췄다’는 파리크라상 측의 발표는 거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7년 5,300명의 제빵·카페기사 불법파견 사실이 드러난 SPC그룹 계열사 파리크라상㈜은 이듬해 1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사회적 합의에서 파리크라상은 자회사를 설립해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대신 자회사 노동자의 급여를 3년 이내에 본사인 파리크라상과 동일 수준으로 적용키로 했다.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고용, 과태료 면제 대신 맺은 약속이었다. 이에 파리크라상은 가맹점주협의회와 파리바게뜨 인력공급업체인 피비파트너즈를 자회사로 설립해 제빵·카페기사를 고용했다.

2021년 4월 SPC그룹은 사회적 합의를 3년 만에 이행했다고 발표했지만, 합의 당사자였던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와 정의당, 시민단체 등은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맞서고 있다. 4일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화섬식품노조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임금 비교자료 입수 및 발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공동행동과 화섬식품노조 등은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본사(파리크라상) 대비 70~80%대에 지나지 않는다며 사측의 ’사회적 합의 이행‘ 주장을 반박했다.

“파리크라상, 객관적인 임금 비교 자료 내놔야”

파리크라상이 국회에 사회적 합의 검증을 위한 임금 비교 자료를 제출했지만, 자의적으로 왜곡한 정보라는 의혹을 공동행동과 화섬식품노조 등은 제기했다.

대표적으로 (통상)시급을 실제보다 높게 기재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3년 차 노동자의 경우 파리바게뜨지회가 밝힌 피비파트너즈 노동자의 실제 시급은 1만 103원인 반면, 파리크라상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134원 많은 1만 237원으로 적혀있다. 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은 “회사는 근속수당 1만 원을 포함시킨 것과 그렇지 않은 차이라고 했지만 근속수당은 이미 통상시급에 포함되어 있다”며 부적절한 해명이라고 주장했다.

▲ 파리크라상 국회(강은미 의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제출한 2021년 기준 시급 비교 (자료=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 파리크라상 국회(강은미 의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제출한 2021년 기준 시급 비교 (자료=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임금 비교 대상도 적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영국 사무처장은 “3년 차에서 파리크라상은 직위수당을 받지 않는 기능사원을 비교 대상으로 했는데, 피비파트너즈는 직위수당을 받는 조장으로 대입했다”고 꼬집었다. 또 5년 차에선 ‘기사’(파리크라상)와 ‘반장’(피비파트너즈)의 시급을 비교했지만, 6년 차에선 갑자기 피비파트너즈만 ‘주임대행’으로 직위를 올려 비교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임영국 사무처장은 “사회적 합의는 파리바게뜨지회의 대폭적 양보로 성사되었다”며 “파리크라상이 지금이라도 객관적인 임금 비교 자료인 호봉표, 급여명세서, 급여 규정 등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검증해야 사회적 갈등도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회사 노동자 임금, 본사 대비 70·80%대 불과

사측은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위반 이의제기 신청 관련 답변서에서 자회사(피비파트너즈) 노동자의 임금이 오히려 본사(파리크라상)보다 높다고 밝혔다. 회사는 “피비파트너즈는 2018~2021년 3년간 임금총액 39.2%를 인상했고, 입사 3년 차 제조기사의 임금이 파리크라상 임금 대비 100.1%에 도달했다”고 했다. 아울러 “피비파트너즈 1~10년 차 임금은 파리크라상 임금 대비 평균 101.2%에 다하게 되었다”고 썼다.

그러나 이날 공동행동 등이 발표한 임금명세서 수치는 회사 답변과 다르다. 피비파트너즈 노동자의 급여는 파리크라상 노동자의 70~80%대에 불과하다. 공동행동 등이 입수한 2020년 4년 차 본사 기능사원 A 씨의 임금명세서와 2022년에 4년 차인 피비파트너즈 제빵기사 B 씨의 임금명세서를 비교해보니, B 씨의 통상임금은 A 씨의 86.6%에 그쳤다. 2년이란 차이에도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이 낮다. 

▲4년 차 피비파트너즈 메인기사와 파리크라상 기능사원 임금 비교. ‘PC’는 파리크라상을 의미 (자료=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해당 임금명세서를 토대로 파리크라상의 급여를 추산해 비교한 4년 차 노동자의 2020~2022년 임금 격차를 살펴보면 2020년 78.7%, 2021년 83.8%, 2022년 85.2%로 나타났다(연 합계액 기준). 차이가 줄어드는 추세이나, 사측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선언한 2021년에도 파비파트너즈 노동자의 임금은 83.8% 수준이다.

피비파트너즈 18년 차 주임의 통상임금은 파리크라상 14년 차 주임에 비해 75.5% 수준이었다(2022년 기준). 임영국 사무처장은 “피비파트너즈는 1년 차나 10년 차의 기본급이 동일하고, 다만 직위에 따른 기본급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근속연수가 오를 때마다 격차는 벌어질 거로 예측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임금명세서로 따져본 2017년과 지금의 임금 격차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이유로 근로감독을 실시했을 때 파리크라상이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협력사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가맹본부의 75~85%로 되었다.

2017년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했을 때 파리크라상이 제출한 의견서 내용  (자료=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이날 공동행동 등이 요구한 호봉표, 임금명세서 등의 자료를 사측이 밝히지 않는 한, 양측의 진실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강은미 의원은 “파리크라상은 사회적 합의를 이행했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그 말을 증명할 정확한 임금 내역을 공개하고, 당장에라도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행 검증이 거짓으로 밝혀진 만큼, 관계 당국은 불법파견에 대한 피해 구제 및 원상회복 등 문제해결을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