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탈퇴 종용” vs. ‘허위사실’
“민주노총 탈퇴 종용” vs. ‘허위사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7.01 19:39
  • 수정 2021.07.01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리바게뜨지회, 부당노동행위‧업무방해‧배임 혐의로 고발
피비파트너즈‧피비파트너즈노조, “모두 허위사실” 강경대응 예고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위원장 신환섭)과 정의당이 1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한 ‘SPC(파리바게뜨), 돈까지 줘가며 민주노총 0% 노려’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피비파트너즈가 조직장에게 민주노총에 가입한 조합원을 탈퇴하도록 지시했다는 화섬식품노조의 주장에 피비파트너즈와 피비파트너즈노조가 허위사실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위원장 신환섭, 이하 화섬식품노조)과 정의당은 1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SPC(파리바게뜨), 돈까지 줘가며 민주노총 0% 노려’ 기자회견을 열고, “(피비파트너즈가) 탈퇴자 1인당 최대 5만 원의 금품을 지급하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의 탈퇴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화섬식품노조는 부당노동행위 및 업무방해, 배임혐의로 피비파트너즈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피비파트너즈와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은 “모두 허위사실”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복수노조 사업장 피비파트너즈

SPC그룹은 국내 최대 제빵체인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다. 본래 SPC그룹은 도급업체를 통해 가맹지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소개받아왔다. 그런데 2017년 9월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이후 SPC그룹과 파리바게뜨가맹점주협의회,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파리바게뜨지회 2017년 8월 결성), 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PB파트너즈지부 2017년 11월 결성),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등은 2018년 1월 ‘피비파트너즈’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고 있었던 2017년 12월 기업별노조로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던 피비파트너즈노조는 2018년 7월 한국노총 식품노련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했으며, 2019년 임단협 과정에서 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PB파트너즈지부와 통합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와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노조는 교섭권을 두고 치열한 조직경쟁을 진행했다. 그 결과 피비파트너즈노조는 2019년부터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활동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민주노총 탈퇴 지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화섬식품노조는 “피비파트너즈 경영진이 매일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의 탈퇴 현황과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조의 가입 현황을 체크했다”면서 “중간관리자들을 소집해 ‘민주노총 조합원만 지속적으로 찾아가 결국 불편해서 탈퇴하게끔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화섬식품노조의 고발에는 전직 조직장의 제보가 있었다. 피비파트너즈의 사업구조는 본부장-제조장-조직장-지원관리기사-현장기사(제빵/카페)로 이뤄진다. 피비파트너즈에서 본부장은 지역편제별로 8명이 있으며, 해당지역의 채용, 승진, 인사평가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조직장에 해당하는 직무가 BMC와 FMC다. BMC는 제빵기사를, FMC는 카페기사를 관리한다. 이들은 협력업체로 운영되던 시절 ‘현장관리자’로 불렸으며, 조직장 한 명 당 30~40명의 현장기사를 관리한다.

해당 제보에 따르면, 피비파트너즈 본부장(이사급)이 올해 3월경 조직장에게 민주노총 조합원을 탈퇴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한 민주노총 조합원 명단을 ‘빨간 표시’로 관리하고 있었으며, 각 조직장의 민주노총 탈퇴 실적을 관리하고 포상했다. 제보자는 파리바게뜨지회 탈퇴 후 피비파트너즈노조 가입을 성공시키면 1인당 최대 5만 원을 포상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개적인 회의 자리에서 포상하거나 업무 카톡방에서 ‘노동조합 가입부터 시켜라’는 지시를 내렸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육아 휴직이나 출산 휴가 중인 조합원에게 회사는 전화해 복직할 때 민주노총 조합원이면 자리배치가 힘들 것이라면서 탈퇴서를 받아왔다”며 “본부장 주재로 열었던 회의의 핵심은 민주노총 0%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파리바게뜨지회의 조합원 수는 올해 3월 말부터 매달 100여 명씩 빠져나갔다. 700여 명에 달하던 조합원 수가 6월 말 기준 300여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17년 이후 올해 초까지 조합원 수를 줄곧 700명대로 유지해왔는데, 4개월 만에 급격하게 감소한 것이다. 파리바게뜨지회는 최근 급격한 조합원 감소의 원인이 회사의 노조 탈퇴 종용에 있다고 보고 있다.

 

명백한 ‘허위사실’ 정면 반박

화섬식품노조의 고발에 대해 피비파트너즈는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했다. 피비파트너즈노조 또한 이러한 의혹제기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전진욱 피비파트너즈노조 위원장은 “(화섬식품노조의 주장은) BMC 조합원을 음해하고 매도하는 부분이 많다. BMC 조합원이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서 활동을 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파리바게뜨지회는 BMC/FMC 등 조직장을 중간관리자로 설명한다. 실제로 파리바게뜨지회에는 BMC 직급의 조합원이 한 명도 없다. 하지만 피비파트너즈노조는 조직장이 중간관리자가 아니라 ‘노동자’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조합 가입 범위 상 조직장은 조합 가입 대상이다. 본부장-제조장-조직장-지원관리기사-현장기사(제빵/카페)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제조장 이상만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다.

다만 현장기사가 지역이동을 하거나 휴가를 가는 등 보고를 해야 하는 경우 조직장을 거쳐야 한다. 현장기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급 차이를 이유로 노동조합 조합원인 조직장을 ‘중간관리자’라고 칭할 수 없다는 게 피비파트너즈노조의 주장이다.

피비파트너즈노조는 “복수노조가 합법적인 상황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조합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런데 지난 몇 달 동안 자신들의 조합원 수가 감소했다고 해서 그것을 상대조직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치졸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지회와 피비파트너즈노조의 조합원 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파리바게뜨지회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린다는 주장이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과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노조 탈퇴 종용’ 대 ‘허위 사실 유포’
강 대 강 대치

이에 대해 임종린 지회장은 “BMC가 노동자인지 중간관리자인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지시로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화섬식품노조의 제보가 사실이라면, 피비파트너즈의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81조에 따라 금지돼 있는 사용자의 노동조합 지배·개입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또한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파리바게뜨지회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다. 더불어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현장관리자에게 포상한 점은 회사의 자금을 불법행위에 사용한 것으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피비파트너즈는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철저히 조사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허위 주장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피비파트너즈노조는 “BMC 노동자들을 음해하는 수준이 지나치고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판단한다”면서, “반드시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바로잡고,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기자회견 이후 서울시 양재동 패션5(SPC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