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사회적 합의 3년, 제대로 이행됐나?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사회적 합의 3년, 제대로 이행됐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4.21 17:52
  • 수정 2021.04.21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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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합의 이후 복수노조 빌미로 합의 당사자 배제해”
‘본사-자회사 3년차 직원만 노동조건 맞추기로 했다?’ 사회적 합의 내용 자체 논란도
사회적합의 이행 공개 토론회 제안 배경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4월 21일 낮 12시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SPC바리바게뜨 합의이행 셀프 선언 규탄! 사회적 합의 검증을 위한 공개 토론 제안’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고용노동부가 2017년 9월 파리바게뜨 본사의 불법파견 혐의를 인정한 이후 2018년 1월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본사)과 가맹점주, 노동조합, 시민사회, 주요 정당 등 여섯 주체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합의 당사자였던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이하 화섬식품노조)과 정의당은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화섬식품노조는 4월 21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SPC바리바게뜨 합의이행 셀프 선언 규탄! 사회적 합의 검증을 위한 공개 토론 제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500억 과태료 위기, 사회적 합의로 해결

고용노동부는 2017년 9월 21일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 등에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5,378명에 달하는 제빵‧카페노동자가 불법파견으로 고용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2017년 6월 이정미 당시 정의당 의원의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파리바게뜨 본사는 협력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제빵‧카페기사를 근무하게 했었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가맹계약으로 가맹점주를 확보하는 한편, 협력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제빵‧카페기사를 교육 및 지휘하게 했다. 또한 협력업체는 가맹점주와 도급계약을 맺어 제빵‧카페기사를 가맹점에서 일하게 했다. 제빵‧카페기사는 가맹점에서 일하지만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이러한 고용형태가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자 파리바게뜨 본사는 약 500억 원의 과태료(불법파견 1차 판정 1인당 1,000만 원)를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파리바게뜨 본사는 협력업체 가맹점주협의회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이를 통해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핵심 당사자인 제빵‧커피기사를 빼놓은 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시민사회와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파리바게뜨 본사의 책임성(지분 51% 보유)을 담보하는 형태의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제빵‧카페기사의 노동조건을 3년 내 파리바게뜨 본사 수준으로 맞춘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또한 노사간담회 및 협의체를 한국노총, 민주노총, 가맹점주협의회, 파리바게뜨 본사로 구성해서 운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양대 노총을 비롯한 주체들이 동의하면서 2018년 1월 11일 사회적 합의에 성공했다. 합작회사의 이름은 피비파트너즈로 결정됐다. 합의 주체는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본사)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한국노총 공공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동조합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의당 비상구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등이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사회적 합의 이행 제대로 됐나?

피비파트너즈는 2021년 4월 1일 서울 동작구 SPC미래창조원에서 비전선포식을 열고 ‘사회적 합의 이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 3년간 제빵‧카페기사의 임금을 39.2% 인상하고 휴무일도 30%이상 늘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화섬식품노조는 이같은 회사의 발표에 거세게 반발했다. 화섬식품노조는 3월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고, 4월 13일에는 파티파게뜨 규탄 전국 집중행동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화섬식품노조는 “3년 안에 본사직과 임금을 맞추기로 한 약속에 대해 근거자료를 수차례 회사에 요청했지만 객관적인 자료를 주지 않았다”면서, “본사 신입사원의 연봉은 3,500만 원으로 월 실수령액은 260여만 원이다. 이에 반해 피비파트너즈의 3년차 사원의 실수령액은 월 210만 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사협의회 운영과 관련해서 화섬식품노조는 “회사와 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회사는 복수노조 핑계를 대면서 (화섬식품노조가 참여하는) 노사간담회를 한 차례도 운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기자회견을 몇 번째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회사는 전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각한 복수노조 갈등

이러한 화섬식품노조의 문제제기는 현재 피비파트너즈가 복수노조 체제라는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2017년 8월에 만들어졌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PB파트너즈지부는 2017년 11월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2017년 12월 기업노조인 피비파트너즈노조가 설립됐다(2018년 7월 한국노총 식품노련 가입). 당시 피비파트너즈노조는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3개 노조는 2018년 교섭대표노조 확인 절차에서 맞붙었다. PB파트너즈지부와 피비파트너즈노조가 연합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었다. 이후 두 노조는 2019년 2월 피비파트너즈와 첫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피비파트너즈노조로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화섬식품노조는 복수노조 교섭 창구단일화로 인해 사회적 합의에 명시한 노사협의회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2019년에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피비파트너즈와 피비파트너즈노조는 2019년 4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고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선출했는데, 화섬식품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현행법상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과반수 노조’ 혹은 ‘근로자 대표’가 맡을 수 있는데, 당시 피비파트너즈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이긴 해도 과반수 노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지정을 위해 근로자 대표 선출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게 화섬식품노조의 주장이었다.

이에 피비파트너즈는 2019년 7월 근로자 대표를 선출했고, 여기에 소수노조임에도 불구하고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이 선출됐다. 하지만 이후 피비파트너즈노조가 과반 노조 지위를 차지하면서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둔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복수노조 간 갈등은 여전한 현실이다.

사회적 합의 내용 자체도 논란

자료 =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노조
자료 =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노조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 내용 자체를 두고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피비파트너즈와 교섭대표노조인 피비파트너즈노조가 올해 초 진행한 2021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사측이 ‘3년 내 본사와 동일 수준의 임금과 복리후생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3년차 직원끼리만 임금 수준을 맞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또한 사측이 노동조건을 맞추기로 한 직종에 제빵기사만 해당되고 카페기사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린 지회장은 “사회적 합의 당시 분명히 동일근속 동일직급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회사가 계속 대화를 거부했다. 그런 취지로 합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 “이 내용에 대해서 회사에 해명을 요청한다고 공문을 두 차례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화섬식품노조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한 공개적인 토론회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 본사가 소속한 SPC그룹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진욱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 당시 우리 노조는 참여하지 않았다. 어떻게 사회적 합의 내용을 현실화시킬 것인지 대해서 궁금한 사항이 많았다”면서, “그런데 회사가 사회적 합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3년차 직원끼리만 임금 수준을 맞추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화섬식품노조에 사회적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회의록이나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를 떠나서 지난 3년간 회사와 교섭을 진행해오면서 그 자체로도 큰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화섬식품노조는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한 토론회를 5월 4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화섬식품노조는 사회적 합의 당시에 참여한 여섯 주체에게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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