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대리운전노동자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대리운전노동자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8.08 12:41
  • 수정 2021.08.10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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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4단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긴급고용지원금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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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높은 방역조치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방역당국은 7월 12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비수도권은 3단계 조치를 내렸습니다. 당초 방역당국은 전례 없이 강한 방역대책을 실시하면서 “짧고, 굵게”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할 것이라 밝혔는데요.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쉽사리 줄지 않았습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두 차례 연장된 배경입니다.

방역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영세자영업자 및 노동자들의 생계난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주로 저녁 술자리 이후에 활동을 시작하는 대리운전노동자는 ‘반의 반토막’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고용형태 때문에 정부의 각종 지원에는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김주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과 이상국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플랫폼운전자지부 위원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대리운전노동자

“7월 12일 코로나 4단계 방역이 시작됐는데, 다음날 저희가 자체적으로 대리기사 분들을 따라다니면서 어떻게 됐는지 봤어요. 여의도 5번 출구에 벤치가 있거든요? 거기에 늘 대리기사 몇 분이 앉아 계세요. 그런데 10시부터 콜을 기다리시던 4명의 대리기사 분들이 11시가 되도록 한 콜도 못 타신 거예요. 콜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우. 너무 슬프더라고요. 얼마나 막막합니까. 일이 없는데.”

이상국 위원장이 목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이후 대리운전노동자의 상황입니다. 대리운전 노동자는 코로나19 이전 하루에 평균 6~7건의 콜을 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유행하고 난 뒤 대리운전 전체 콜 수가 60% 가량 감소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나 매장 운영이 어려워진 영세자영업자들이 당장의 생계문제 해결을 위해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리운전 노동자의 전체적인 공급은 한층 증가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강화된 방역조치로 인해 ‘하루에 한 콜’ 하면 다행인 상황에 온 것입니다.

“정말 어려워요. 사실은 백신이 나올 때만 해도 기대하고 있었죠. 그런데 4단계 되면서 대리운전 기사들이 늘어난 거 같아요. 뭐 이제 다른 일 할 수가 없잖아요? 일이 없어서 대리운전으로 유입이 되는 상황이니까요. 코로나19 이후에 대부분 10시 안에 대리운전 콜이 몰려요. 10시 이전에 대리운전 전체물량의 90%가 소화돼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공급자가 많으니까 콜 가격도 내렸죠. 코로나 이전에 비해 일감이 60% 줄었다고 하는데, 10시 즈음에 거의 모든 콜이 소화가 되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에 두 가지 일을 못하잖아요? 한 콜하고 그다음에 못하는 거예요. 평소에 6건을 했었는데 지금은 하나 하면 다행이니까.”

어려운 상황에 놓인 대리운전노동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수료’인데요. 대리운전노동자들은 콜을 잡기 위해서 평균 3개의 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프로그램 이용 수수료는 평균 월 1만 5,000원, 카카오T대리는 2만 2,000원으로 월 평균 5만 원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대리운전노동자는 한 콜을 수행할 때마다 20~30%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콜 수와 수입에 상관없이 매달 내야 하는 11만 원에 달하는 보험료도 있습니다. 김주환 위원장은 현재 상황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균 수도권 대리운전 기사들은 하루에 6~7콜 타거든요? 그런데 지금 대리운전 기사들이 많이 타면 2콜. 심지어는 한 콜도 못타고 집에 들어가는 케이스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두 콜 타서 얻는 수입이 4만 원이라고 하면, 수수료 빼고 나면 3만 2,000원이 남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보험료나 차비를 빼면 수입이 거의 제로가 되죠. 그런데 두 콜도 못 타고 아예 한 콜만 타게 되면 차비만 남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다고 대리운전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이상국 위원장은 현재 대리운전노동자의 처지를 “오갈 데도 없고 보이지 않는 올무에 묶여서 걸려서 버둥거리는 거 같아요”라고 표현했습니다. 김주환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에 대부분 대리기사들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 카드로 버텨왔어요. 그런데 현장의 대리기사 만나보면 카드 돌려막기도 힘들게 생겼다고 말해요. 카드까지 막히면 참 한국사회에서 막막한 상황에 온 거잖아요? 그 정도로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당장 눈앞에 닥친 생계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에게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네 차례 나누어 지원한 바 있습니다. 이상국 위원장은 “큰 금액은 아니었다고 해도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다만 자신의 소득을 증빙해야하는 까다로운 행정적 절차, 대리운전 업체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임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은 개선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됩니다.

“1차 지급 때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2만 2,000명 신청했는데, 2만 명이 받았더라고요. 그런데 전국 대리기사가 20만 명이거든요. 노무제공사실확인서 카카오한테 빼달라고 하니까 카카오는 거부해버리고. 그리고 행정의 문턱. 어려운 용어 쓰고 하니까 하다가 포기해버리시고 그랬죠.”(이상국 위원장)

“그때도 대리운전 노동자 중에서 대략 20% 정도 밖에 못 받았어요. 자기 소득이 줄었다는 걸 증명해야 하고, 제출 서류들이 많았어요. 가장 큰 거는 서류를 증빙해야 하는데 대리운전 업체들이 그걸 잘 안 해줬던 게 크죠. 그래서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지원받지 못한 대리기사가 많았죠.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로도 소득이 가장 감소한 직종이 대리운전이에요. 노동부에서도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게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고 봐요.”(김주환 위원장)

혹자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이상국 위원장은 “코로나19로 다들 힘든데 저희도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나 싶었어요.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 연장 되고. 상황이 너무 심각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진짜 11시까지 한 콜도 못 잡는 사람을,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으면 진짜 눈물 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주환 위원장은 “단순히 의료적 방역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실질적으로 삶이 무너지고 있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방역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방역지침을 내릴 때 영세자영업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비정규직 등의 생계문제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