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단협’ 체결 이후에는 ‘임협’ 기다린다
삼성전자, ‘단협’ 체결 이후에는 ‘임협’ 기다린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8.13 09:12
  • 수정 2021.08.13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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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간 줄다리기 끝에 단체협약 체결 성공
​​​​​​​단협 체결 이후에는 임금협상 예정 … 노사협의회 7.5% 넘을까?
12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기흥 나노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자 단체협약 체결식’ 현장. 왼쪽부터 최완우 삼성전자 DS부문 인사팀장 부사장, 김성훈 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진윤석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이재신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 위원장, 김항열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송지훈 기자 jhsong@laborplus.co.kr

삼성전자 노사의 단체협약이 교섭을 시작한 지 약 8개월 만에 체결됐다. 삼성전자 노사관계가 이제야 제대로 시작된 셈이다. 이후 삼성전자 노사는 2021년 임금교섭을 예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공동교섭단과 삼성전자는 12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기흥 나노파크에서 ‘삼성전자 단체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위원장 김항렬, 1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위원장 이재신, 2노조), 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 김성훈, 3노조),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 진윤석, 4노조) 등 삼성전자에 있는 4개 노동조합은 삼성전자공동교섭단을 구성해 교섭에 임했다. 조합원 규모는 4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가장 크다.

삼성전자 노사의 본격적인 교섭은 2020년 11월 시작됐다. 교섭이 시작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2019년 11월 설립되고 이듬해 6월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1노조, 3노조와 개별교섭을 진행 중이며, 이 상황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교섭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교섭을 미뤘다.

노동조합법상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때는 ▲교섭대표노조가 교섭 시작 이후 1년이 지나도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경우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의 만료일 3개월 전일 경우다. 삼성전자에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노동조합이 없었기 때문에 교섭 요구 가능 시기에 대한 해석에서 노사 간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당시까지 삼성전자는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을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 노사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고 2020년 9월 공동교섭단 구성에 성공했다. 2020년 11월 상견례 이후 삼성전자 노사는 30여 차례의 교섭을 거쳐 7월 30일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95.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첫 단체협약에는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 ▲노동조합 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 적용 ▲노동조합 홍보 기준 ▲유급 노동조합 활동 시간 보장 등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이 주요하게 담겼다. 또한 산재 처리 절차 및 인사제도 개선에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노사 화합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송지훈 기자 jhsong@laborplus.co.kr

더불어 삼성전자 노사는 ‘노사 화합 공동선언’을 발표해 앞으로 상호 협력적인 노사관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오늘은 삼성전자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의미 있는 날”이라며, “앞으로 노사가 상호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발전적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삼성전자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기준이 노사가 서로 동등하며 파트너십을 가지는 관계라고 했을 때 단체협약 체결은 시작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후 삼성전자공동교섭단은 임금협상에 매진할 계획이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와 7.5%의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기본급이 4.5% 인상되고 나머지 3.0%는 고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상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인상률은 4%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임금협상에서 노사협의회 합의보다 진전된 결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10일에는 삼성SDI와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SDI울산노동조합이 1년여의 교섭 끝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그동안 무노조경영의 대명사였던 삼성그룹 계열사들에서 연이어 노동조합이 설립된 데 이어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 체결이 진행되고 있어, 본격적인 삼성그룹 노사관계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