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국책금융기관에 필요한 변화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국책금융기관에 필요한 변화란?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8.19 17:51
  • 수정 2021.08.19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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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산하 국책금융기관 노동조합 위원장 3인을 만나다

지난 5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고용보조지표를 통해 살펴본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의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까지 22%대를 유지했던 청년 체감 실업률이 2021년 1~2월 기준 27%로 집계됐다.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신규 채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으며, 이는 또한 기업 내부에서 인사 적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한국 사회 내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산하 국책은행노동조합들(기업은행지부·산업은행지부·수출입은행지부)은 희망퇴직 활성화를 주장해왔지만 아직까지 변화의 물꼬는 트이지 않았다.

노사정 대화를 거쳐 공감을 이뤄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는 사안으로 ‘노조추천이사제’도 있다.

현 정부 집권 5년차, 국책금융기관 노동조합이라면 한 번쯤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온 ‘노조추천이사제·희망퇴직·임금피크제·기관평가’ 등 4가지 사안을 한데 묶어 다층적으로 고민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8월 4일 오전 진행한 좌담에는 기업은행지부·수출입은행지부·신용보증기금지부 위원장 3인이 참여했다.

(왼쪽부터) 김재범 신용보증기관지부 위원장, 신현호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 금융노조 수출입은행지부
(왼쪽부터) ▲김재범 신용보증기금지부 위원장, 신현호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 금융노조 수출입은행지부

· 참석자 (가나다 순)

김재범 금융노조 신용보증기금지부 위원장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신현호 금융노조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

연이은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파트너십 결여가 ‘문제’

- 사외이사 선임을 앞둔 수출입은행에서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 노조추천이사제 준비는 어떻게 해오셨습니까?

신현호 사외이사 선임절차를 시작하려는 시기에 이미 청와대와 정부에서 사외이사를 내정했다는 소문이 먼저 돌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임절차를 진행할 경우 노동조합 추천 후보가 선임과정에서 작년처럼 또다시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에 노동조합은 그 당시 사측에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사외이사 선임절차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수출입은행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은행장과 전무이사, 기존 사외이사 2명, 외부위원 1명으로 총 5명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실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을 선임하는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같은 경우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해당 기관의 임직원은 배제됩니다. 또한 동법 시행령을 보면 외부위원의 경우 해당 기관 구성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반드시 1명 포함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동일한 기준으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 주장해왔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우선 내정됐다는 소문이 난 인사가 사측 추천후보에서 배제된 것을 확인했기에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한 부분은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추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현재 선임절차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형선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해 근본적인 얘기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제도를 제안한 당사자가 애초에 노동조합이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해봐야 합니다. 현 정권 창출 당시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과거 금융위원회가 꾸렸던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노조추천이사제를 과도기적 제도로 권고했습니다. 즉, 정부가 거수기(擧手機)화된 이사회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 고민해보고 약속한 문제라는 겁니다.

이 같은 과정을 되짚어보지 않은 채 이 문제가 마치 노동조합의 이익과 결부된 것처럼 호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홍남기 부총리가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해서, 추천이 올라오면 노동조합이든 사용자든 편견없이 보겠다는 정도의 뉘앙스를 가지고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모습이야말로 노조추천이사제나 노동이사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반증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일정비율로 이사회에서 유지하는 제도를 수용하겠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 의미가 무색하게, 추천 인물을 수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바라보는 거죠.

결국,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이사회에 참여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을 견제하고, 이해당사자들의 다양성을 확보해가자는 취지로 시작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후보 선정과 관련해서도 지금처럼 결국 국책금융기관의 진짜 사용자인 정부가 취사선택하는 구조로는 제도가 안착되기도 어렵고, 다음 정부로 넘어갔을 때도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재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에서 합의까지 했던 사안을 방치하고 있는 건 노동계 전체를 무시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이 노동이사제,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기 이전에 공약이라면 당연히 지켜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문제는 청와대가 직접 답해야 한다고 봐요. 과연 대통령은 노동이사제가 어떤 의미이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인지 기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일각에서는 노동조합 추천 인사에 대한 전문성 검증이 안 돼 있다는 식의 말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형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야말로 후보 개인의 문제로 가져가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무산시키는 방식입니다. 노조가 추천한 후보자가 선정되지 않을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공표하지도 않습니다. 대한민국 공공기관 사외이사 자리에 기관에 대한 이해도, 전문성도 없고 정부, 여당에서 지정한 수많은 낙하산 인사가 내려갑니다.

그에 반해 적어도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사람들은 금융업종에 대한 이해와 능력,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추천한 후보가 역량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고, 그런 프레임으로 노조추천이사제를 계속 지연시키고 무마시키고 있다는 거죠.

▲ 신현호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
▲ 신현호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

신현호 준정부기관과 공기업 같은 경우 사외이사 선임 시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서 공모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기관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인사를 내정하지 않으면 임원추천위원회조차 열리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감사제도와 사외이사제도 자체가 내부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지만, 기관장처럼 청와대나 정부의 코드에 맞는 사람들이 오다보니 그 본연의 목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의 기관장 일탈문제는 심심하면 나오는 문제고, 특히나 이번 기획재정부의 기관평가에서는 기관장 E등급 받은 곳이 3곳입니다. E등급이면 주무부처에 공공기관장 해임을 권고하는 수준입니다. 기관 자체적으로 내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전무하다보니 사외이사만이라도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겁니다.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제기된 배경을 다시 생각해볼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노동조합이 추천한 후보와 관련해서 역량 문제로 귀결될 부분은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김형선 위원장 말처럼 이 문제가 역량 문제로 귀결되는 순간 이 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김재범 공공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낙하산 문제를 언제까지 이대로 둘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적 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하는데, 유럽 선진국들은 한국의 공공기관 낙하산 문제에 대해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요? 형식적으로는 그럴듯하게 잘 갖춰져 있지만, 신현호 위원장 말처럼 내정하고 시작한다는 말이죠. 그럴 거면 대통령한테 인사권 주고 임명하라고 하면 되는 거지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심지어 기관장, 상임이사, 비상임이사까지 정권 입맛대로 마치 전리품인 것처럼 자리를 내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선임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거버넌스 구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통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김형선 집권하는 세력들은 노동에 대해 표를 가져다주는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함께 사회발전을 이룩하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거철만 되면 노동계에 찾아와서 이런 저런 약속을 하지만, 집권하게 되면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 게 대다수입니다.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슬로건으로 들고 나왔지만, 전혀 존중받고 있다고 못 느끼는 거죠.

현 정부의 노동부문 공약을 총괄하는 당사자와 경제부문 공약을 총괄하는 당사자가 최근에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게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이야기입니까? 노동부문에 대해 공약하고 총괄하는 분과 경제부문 총괄하는 분이 5년 동안 유기적으로 국정운영하면서 약속 이행을 해도 부족할 텐데 말입니다.

결국, 당정청에서는 신뢰를 구축하고 같이 고민하고 시대를 바꿔나가는 동반자로 노동계를 보지 않는다는 거죠.

신현호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낙하산으로 오는 이상, 공공기관 지배구조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공교롭게도 세 기관(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 기관장이 모두 기재부 출신입니다. 기재부 출신 인사를 두고 ‘경제관료’라고 하는데, 실제로 해당 기관에 대해 실무적으로 얼마나 알까요? 공공기관 기관장으로 오면 3년 임기를 보장받는데, 임기 동안 당연히 단기성과에 집착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기관 운영에 당연히 무리가 가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견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데, 이와 관련해서 고민이 없다는 거죠. 공공기관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사외이사 자리를 전리품처럼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공공기관 경영이 잘못되면 노동자들이 함께 책임지자고 강조해요. 2016년에 수출입은행이 적자 상황에 놓였을 때 혁신안을 시행하자면서 임직원 연봉 삭감, 정원 동결 등을 단행했습니다. 고통은 고통대로 분담하길 요구하면서, 막상 공공기관의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정부에서 아무런 고민이 없습니다.

공공기관은 대부분 정부 출자로 설립되므로 실질적 주인은 국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지배구조가 사기업보다 투명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김재범 저희는 현장에서 종사하고 있습니다. 현장과 가까이 있다 보니 공공기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역할, 정체성 등에 대해 항상 고민합니다. 공공기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철밥통’이라고 인식하고 있잖아요? 정부에서는 이러한 철밥통들을 어떻게든 억압하고 통제해야만 국민들에게 표를 얻는다는 편협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근본적으로 330여 개 공공기관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일하도록 만들어야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장에 있는 종사자들과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듣고 이해해서 공공기관을 운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희망퇴직, 승진 적체 해소와 ‘청년 신규채용’에 물꼬

- 국책은행의 경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직원들은 임금이 기존 대비 45% 수준이어서 퇴직금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시니어들의 퇴직률이 현저히 낮다고 들었습니다. 국책금융기관 희망퇴직 문제, 어떻게 진행돼 왔습니까?

[▶참고 기사] 노조의 새로운 접근, “‘공공기관 희망퇴직’은 청·장년 모두에 합리적 대안”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김형선 금융위원회는 국책은행노동조합이 가진 생각과 대동소이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서 희망퇴직을 실시해야 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재부를 설득하지 못해서 이 문제가 여기까지 온 거죠. 기재부에서는 희망퇴직 문제에 대해 공공기관 간의 형평성 문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에도 주장한 바 있지만 청년채용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시중은행으로 치면 지난 6월까지 공채를 하나도 안 했습니다. 청년채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희망퇴직을 실시해서 청년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저는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조직에서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인원을 두고 ‘고려장’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해요. 임금피크제는 열심히 일해왔던 분들의 의욕을 3년 동안 탈탈 털어서 사회로 배출하는 제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분들이 새로운 사회생활에 도전할 의욕이 있을 때, 직장에서 구축한 여러가지 네트워크로 사회 진출의 길을 열어주자는 측면에서 희망퇴직은 절실합니다.

조직적으로 보면,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승진이 적체돼 있기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 인력 운용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영진에게는 인력 운용에 숨통을 틔워줘야 합니다. 또한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인력 유출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채용을 필요로 하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거죠. 현장 조합원이나 경영진 모두가 요구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최근까지는 이 문제가 국책은행의 이익을 위한 요구로 받아들여졌다면, 이제는 그 시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청년채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희망퇴직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저희도 힘차게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신현호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고용 통계 자료를 봐도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재난지원금 지원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이익입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들어서 공공부문이 너무 팽창했다고 얘기하지만, 현재 청년체감실업률이 고착화된 취업시장을 전면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고용정책이 이뤄져야 합니다. 사기업에서는 쉽사리 그 역할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희망퇴직을 실시해서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결국에는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 이로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기재부는 공공기관에 정원을 설정하고, 정원 내에서 현원을 관리하게 하고 있는데, 통상 2~3년정도 되는 육아휴직 등으로 인해 정원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에 육아휴직은 일·가정 양립이나 저출산대책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휴직의 시작 및 복귀시기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통상 현원을 정원 대비 5~10% 낮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더 없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주무부처는 계약직이나 임시직을 뽑아 정원관리를 하라고 하는데, 공공기관 직무상 그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할 수 있는 직무가 있고 할 수 없는 직무가 있어요. 이를테면 정해진 정원의 105% 수준으로 현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원 관리 패러다임만 바꾼다면 당장 공공부문에서 청년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봅니다.

김형선 여성 육아휴직기간을 2~3년으로 늘리면서 사실은 대체 채용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그동안 라떼파파를 얘기해왔던 것도, 우리가 지금 청년채용이 힘든 상황에서 결국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거든요. 남성들의 육아휴직 의무화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안들이 나와 줘야 청년채용시장이 활짝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발은 물론 ‘희망퇴직’이겠죠.

김재범 신용보증기금 같은 경우 아이러니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일이 많아지고 사업이 팽창하다보니까 신규채용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편입니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공공부문이 많이 팽창해서 증원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퇴직이라도 활발하게 추진해서 신규채용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합니다. 유휴인력으로 조직 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 분들이 나가서 새로운 사회생활을 한다고 하면 1석 2조죠.

국민들에게 무엇이 이로울 수 있는지 충분히 고민해보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공공기관은 결국 국민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본연의 임무잖아요?

한시적으로 시행해본다고 하더라도 꼭 시도할 필요가 있고, 기한을 정해서라도 베이비붐 세대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구조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단순업무 배치로 이어지는 임금피크제 개선 필요

- 임금피크제 인력 운영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김형선 기업은행 같은 경우 지점장, 팀장직을 맡던 사람들이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면, 이 분들에게 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지점에서는 지점 내부 감사 업무를 주는데, 실제로 그 업무들은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지점장이 하던 업무를 분담하는 수준입니다. 이 분들이 부서장이나 지점장을 거쳐 의욕적으로 일했던 단계를 밟아왔잖아요? 직장을 떠난 이후에도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그 의욕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죠. 사실상 이 분들을 조직의 가장 말단으로 보내는 거거든요.

한국 기업문화를 보면, 연공서열이 굉장히 강하잖아요? 기재부에서는 왜 다른 업무를 임금피크제 대상에게 주지 못하냐고 하는데, 쉽게 예를 들면 장차관, 국장하던 사람에게 허드렛일 시키는 업무를 줄 수 있겠냐는 거죠. 현실적으로 인력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조직 입장에서도 그렇고 당사자들 입장에서도 임금피크제는 문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신현호 퇴직을 앞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더라도 가장 큰 걸림돌이 결국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희망퇴직금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은 울며 겨자먹기로 결국 임금피크제 인원으로 남게 됩니다. 특히 임금피크제 기간을 거치고 나면 이 분들의 경쟁력은 거의 다 소진돼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재부에서는 몇몇 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을 서로 매칭해서 해당 업체에 파견을 보내는 셰르파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셰르파 제도를 통해 실제 매칭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임금피크 직원들에게 특정 직무를 줄 수 있도록 뭔가 해보겠다고 하지만, 대안 자체가 현실성을 고려하지 못한 겁니다. 최종적으로 임금피크제는 폐지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사업장 내에서 어떤 문제 사례가 있나요?

▲김재범 신용보증기금지부 위원장
▲김재범 신용보증기금지부 위원장

김재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업은행은 임금피크제를 2003년에 도입했으니 한국에서 가장 빨리 도입한 기관입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반강제적으로 은퇴를 시키기도 하는 여건에서 불가피하게 도입된 제도라고 볼 수 있죠. 그렇게 생각했을 때 애초에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채로 시행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월급을 적게 받는다고 인식하는 분들은 임금피크제도를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금 같은 경우 임금피크제 돌입한 인원의 월급이 기존의 50%정도밖에 안 됩니다. 월급 절반만 받으면서, 하고 있던 일 똑같이 하라고 한다면 그것도 할 수 있을까요? 의욕이 안 생기죠. 현실적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지만, 희망퇴직 추진이라든가 직무계발을 활성화해서 적극적인 아웃플레이스먼트 교육 등을 추진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처럼 임금피크제를 오래 운영해온 기관들은 갑작스럽게 제도를 중단해도 구조적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임금피크제를 놓고 봤을 때 여러가지 대안을 가지고 노사정이 함께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고 봅니다.

 

기관평가, 평가의 본질을 자각해야

- 공공기관 평가 관련 주요 문제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재범 경영의 자율성 측면에서 경영평가는 분명히 남용되고 있습니다. 저희 신용보증기금 같은 경우 현장 조합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중소기업을 위한 이로운 일을 한다는 취지와 반대로 평가 지표에 불합리한 사안이 끼어있으면 조직의 방향이 역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격이 다른 기관과 그룹화하거나 정부의 국정과제를 일방적으로 집어넣어서 평가지표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용보증기금 같은 경우는 신용보증기금법이 있어요. 법으로 기관의 할 일이 정해져 있다는 거죠. 이 기관의 성격에 따라 내부 구성원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에 대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부가 평가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경영평가 때문에 일을 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만연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평가주기를 1년으로 두면 기간이 짧기 때문에 평가에 몰입돼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중장기적인 평가로 기관 본연의 성격에 맞는 사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인정해주는 방식이 돼야만 국민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김형선 평가라는 건 공공기관의 노고를 제대로 인정하고 그걸 통해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더 동기부여 돼서 일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기업은행만 놓고 보면, 60년 역사 동안 작년만큼 임직원이 고생한 해는 없었습니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을 지탱할 수 있던 혈관 같은 역할을 했음에도 평가등급이 지난 8년간 받은 A등급으로 나왔어요.

제대로 된 평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죠. 이런 평가가 지속된다면 동기부여가 아니라, 공공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만 그치게 되는 거예요.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신현호 요즘 대기업이나 IT업계를 보면 MZ세대가 회사에서 성과가 나는 경우 자신들이 취해야 할 것들을 당당하게 요구하잖아요. 공공기관 같은 경우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총액 인건비로 인해서 야근수당도 제대로 못 주는 기관이 태반입니다. 기관 운영에 있어서 기관평가가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에 보면 자율경영과 책임경영 체제가 원칙이라고 하는데, 세부 조항들을 보면 자율에 관한 조항들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같은 통제의 정점에 있는 게 기관평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공기관 운영위원 1명이 기관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압력을 넣었다고 발언하면서 도마 위에 오른 적도 있고, 이번에도 기관평가와 관련해서 산정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부의 의도대로 통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의 평가가 자율경영을 고려한 평가로 변화했으면 합니다.

- 마지막 하고 싶은 말?

김형선 지금 많은 사람들이 ‘기재부 정부’라는 얘기를 합니다. 현 청와대 정책실도 기재부 관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구조로는 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보내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스스로 말하고 약속한 개혁이 관료사회로 인해 좌절되고 있습니다. 기재부를 개혁하지 못한다면, 현 정부도 결국 개혁해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 청와대가 다시 한 번 개혁의지를 밝히길 바랍니다.

김재범 기재부나 정치권에서 무엇이 국민에게 이로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기입니다. 저도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이자 공공기관 종사자로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문제해결을 할 수 있도록 늘 생각합니다. 또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보면,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권리나 이익을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적 풍조도 함께 결산돼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신현호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 중심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희망퇴직 같은 경우 왜 시중은행이 40대 희망퇴직까지 받아가면서 조직 효율화에 힘을 쓰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채용 문제도 있겠지만 조직 효율화 측면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시행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비효율을 그대로 둘 것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저는 공공기관 종사자만큼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도 없다고 생각해요. 기재부의 각종 지침에 따라 실질적인 노사관계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각 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공공서비스를 양질로 제공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변화를 스스로 추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기관 통제 구조의 변화가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