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교육에 전념하고 싶다”
“교사는 교육에 전념하고 싶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9.02 20:34
  • 수정 2021.09.02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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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원업무정상화 촉구 연속 기자회견 진행
교사들에게 떠넘겨진 각종 행정업무···“선생님을 학생들 곁으로 보내주세요”

수업을 준비할 여력이 없는 교사들이 교육청 앞으로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전희영, 이하 전교조)은 2일 오후 3시 세종시 교육부 정문 앞에서 ‘교원업무정상화 촉구 연속 기자회견’을 열어 교사들이 행정업무에 치여 교육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교육청에 요구했다.  

전교조는 총 7번의 릴레이 기자회견을 통해 교원업무정상화를 촉구하겠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한 바 있다. 그 세 번째 순서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전교조는 ‘교육이 가능한 학교 만들기 10만 교원 실태조사’ 결과 교사들이 교육활동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과중한 행정업무(50.2%)’를 꼽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교조가 지난달 26일 세종시 교육부 정문 앞에서 ‘교원업무정상화 촉구 연속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전교조 

교사가 인력채용, 회계, 시설관리까지
현장에선 ‘업무 틈틈이 수업한다’는 말도

앞서 전교조는 지난 5월 14일부터 28일까지 ‘교사에게서 우선 배제해야 할 업무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유치원, 초등, 중등, 특수, 보건, 영양, 사서 영역 교사들에게 ‘시급히 이관해야 할 행정업무’를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온라인 형태로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교사 8,171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유치원교사는 유아학비 시스템 지원·정산, 카드단말기 관리 업무 ▲초등교사는 방과후학교·돌봄교실 회계 업무 ▲중등교사는 CCTV 관리, 각종 채용 업무 ▲특수교사는 강사·교사 채용 업무 ▲보건교사는 공기정화장치·미세먼지·정수기 관리 업무 ▲영양교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해야 할 위험성 평가 업무 ▲사서교사는 교과서 주문·배부 관리 업무 등을 시급히 이관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업무 틈틈이 수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사의 행정업무 비중이 크다. 전교조의 조사에서 한 유치원교사는 “교사 한 명이 CCTV 관리부터 통학버스 운행 점검, 미세먼지·수도·공기정화장치 관리, 유아학비 청구·수납, 카드기 관리, 방과후교사 급여계산을 하고 있다면 누가 믿겠나”라며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아이들을 위해 수업을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설문조사에서도 여전히 교사들이 행정업무에 시달린다는 결과가 나오자 전교조는 “현장 교사들은 교육과 학생상담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밀려오는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하루하루 소진되고 있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저해할 정도로 과중한 행정업무는 교육의 질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행정업무를 축소하든지, 행적직원을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 행정업무가 과다해서 교사가 행정업무를 담당토록 하는 것은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교조는 “새로운 법과 제도가 학교를 강제할 때마다 학교에는 새로운 업무가 생겨난다. 그러나 학교 내 업무 영역이 불분명한 탓에 새로운 업무, 직종 간 경계 업무는 교사 몫으로 전락하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2일 세종시 교육부 정문 앞에서 진행된 전교조의 세 번째 ‘교원업무정상화 촉구 연속 기자회견’. 초등학교 교사들이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에 전념하고 싶다. 방과후, 돌봄 업무는 이제그만!'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에 나왔다. ⓒ 전교조 

“행정업무보다
수업 고민하는 담임선생님 되고파”

2일 기자회견에서 초등학교 교사들도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사 본연의 업무가 있음에도 다른 행정업무로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수현 교사는 돌봄업무를 맡았을 때를 떠올려보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돌봄 계획서에 아이들 급식비, 급식업체 선정 답사도 다녀왔다”며 “그때 돌봄교실 공사까지 진행이 돼서 공사기간 빈 교실로 짐을 옮기기도 하고, 돌봄교실 수업도 일부분 진행했다”고 토로했다.

구성현 교사도 “수업준비를 할 시간에 공문 처리, 계획서, 설문, 국회의원 감사 요청 자료, 학부모의 민원 전화까지 처리해야 했다. 평화로운 학급운영은 고사하고 수업과 학급운영에 조금 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내가 과연 이 자리에 왜 있는 것이고, 교대 4년과 교육학 공부를 왜 했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며 “업무보다 수업을 준비하고 고민하는 진짜 담임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발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교원업무정상화 전교조 초등위원회 의견서’와 ‘행정업무이관 초등교사 설문조사 결과 주요 내용’을 전교조가 교육부에 전달하며 마무리됐다. 전교조는 이번 릴레이 기자회견을 통해 ▲교사에게 부과되는 행정업무 관행 즉각 개선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조성 위한 대책수립 ▲교원의 업무정상화 위한 관련 법·규정 즉시 개정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