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길을 걷다가, 길을 잃어버린 선배에게
[발행인 칼럼] 길을 걷다가, 길을 잃어버린 선배에게
  • 박송호 발행인
  • 승인 2021.09.07 00:00
  • 수정 2021.09.06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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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지식산업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지금의 변화가 스스로 선택한 변화가 아니기에 적응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때문에 당혹스러워합니다. 뒤처지면 안 될 것 같다는 강박을 느낍니다.

제가 기억하는 첫 번째 변화는 베를린장벽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입니다. 당시 시장과 민주주의를 이해하기보다는 변화를 부정하고 참 민주주의와 이상을 왜곡했습니다.

IMF외환위기는 두 번째입니다. IMF외환위기 이후 쉼 없이 경쟁에 내몰리다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정리해고의 광풍은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을 도입했습니다. 외주용역은 다반사입니다. 두루뭉술한 관행과 시스템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안전망, 유연안정성 등등…. 그리고 때로는 법과 질서과 사회적 컨센서스를 가로막습니다.

시장 외적인 힘으로 유지되던 질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골목상권 붕괴와 지방소멸은 사회 양극화와 함께 가는 단골 메뉴입니다. 플랫폼의 독점은 미래산업, 신기술 등의 화려한 후광을 업고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세대로 표현되는 탈(脫)권위와 현실주의, 자신의 사적 영역으로의 몰입은 기성세대와 조직에 많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시민단체에 20~30대의 가입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일상에서 대안을 꿈꾸며 실천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조용한 담론과 다양한 목소리가 모이고 조정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그것이 어떤 방향이든, 때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되리라 믿습니다.

또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불과 수십 년 만에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길을 몰라도 가야 했기에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개성보다 조직의 바람에 맞추며 선택한 삶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록 목적을 위해 희생했던 수단과 도덕이 부조리가 되어 결과마저 부정당하는 유산이 되었을지라도 말입니다. 이제는 형식과 내용에 상관없이 풋풋한 젊음에 밀리는 세대가 되었지만 말입니다.

실낱같이 가느다란 기억이지만 우리 또한 젊음이라는 삶을 살아왔을 것입니다. 나와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