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30일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30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9.19 22:16
  • 수정 2021.09.19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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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유지지원금 #고용불안 #재정확보 #악용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이 30일 추가 연장됐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고용을 유지하는 업종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휴업·휴직수당의 평균임금 70% 중 정부가 최대 90%를 지원합니다. 현재 면세업, 조선업, 여행업, 항공업, 외국인전용카지노, 노선버스, 항공기부품제조업 등 15개의 업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지난 6월 당초 계획된 180일에서 90일을 더한 270일로 연장된 바 있습니다. 그렇게 이달 지원기간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코로나19가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의 지원 연장 호소도 잇따랐습니다.

정부는 지난 15일 고용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을 30일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30일 추가 연장으로 특별고용지원업종 사업장들은 올해 최대 300일간 유급휴업·휴직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30일이 지나면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될까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이 공동주최한 코로나19 고용위기 노동자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지난 9일 민주노총 1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 노동과세계 

“예견된 고용위기에 30일 연장은 땜질”

“고용유지지원금 아니면 방법 자체가 없는 사업장들이 있어요. 그거라도 주니까 숨통이 트이는 거죠. 근데 30일, 무슨 고용유지지원금을 방역수칙 2주씩 연장하는 것처럼 하잖아요. 진짜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거예요. 지급 기간이 끝나면 회사가 어떻게 할지 모르는 거죠.”

30일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전망되기에 최대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은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도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종료일이 가까워질수록 노사 모두 불안해지고, 고용유지지원금 없이는 버티기 어려울 거라는 예측입니다.

지난해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이른바 ‘고용연명’을 해온 사업장이 많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사업장은 올해만 3만 9,000여 곳으로 집계됐습니다. 노동자 29만 5,000여 명의 임금을 정부가 지원해온 셈입니다. 그럼에도 사업주의 부담이 없는 건 아니라 노동조합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왔습니다.

강석윤 한국노총 관광노련 위원장도 같은 입장입니다. 강석윤 위원장은 “아쉽고 불안하다. 올해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 3개월 연장을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고, 그나마 버텨왔던 조직들이 있는데 고용유지지원금이 없으면 구조조정을 할 것 같아 불안하다”며 “관광업계에서 비호텔 부문도 10월 말 이후의 상황이 불투명하다. 노사 간 잘 협의를 해서 무급이라도 버텨줄지, 사용자가 구조조정을 할지 예측을 못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소식에 한시름 놨지만,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속한 노동자들은 매번 연장 여부를 놓고 불안해합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도 “이렇게 단기적 조치로는 얼어있는 산업을 소생할 수 없다. 30일은 땜질하는 식의 연장밖에 안 된다. 고용유지지원금이 끝나갈 때마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놓인다”며 “정부와 자본이 고통분담이라고 말하는 것에 화가 나긴 하지만, 이정도 지원금이라도 지급되면 그나마 버틸 수는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단기 조치가 지속돼 고용유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는 노동자들을 내모는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용유지 위한 재정 확보해야" 

고용유지지원금에 쓰일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입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진짜 노동자 고용안정을 생각한다면 고용보험기금뿐 아니라 재정을 추가 확보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현재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되고 있는데요. 이 기금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는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팬데믹이다. 팬데믹 종식을 선언할 때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기금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반회계나 특별회계를 통해서 국가가 일정 부분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더 장기적으로는 고용보험료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현재 고용보험료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급여의 0.8%씩 각각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코로나19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고용위기는 수시로 닥칠 수 있음을 체험했고, 이를 대비한 기금을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고용유지지원금의 취지를 제고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놓고 고용유지조치기간이 끝난 뒤 해고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사업주들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계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사실상 ‘해고지원금’이 될 때가 있다고 비판합니다.

최대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노조 위원장은 “고용유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만 하면 고용유지지원금뿐 아니라 세금감면 등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고용유지지원금을 악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든 완화하든 보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윤 한국노총 관광노련 위원장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줄 거라면 최소 1년 정도는 해고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조건만 되면 주고 나중에 구조조정 해버리면 아무런 제재도 없는 상황은 비효율적”이라며 “구조조정을 준비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구조조정을 한 사업주는 지원금을 토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