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노조와 정책협의회에 미온적”
“소방청, 노조와 정책협의회에 미온적”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9.27 20:36
  • 수정 2021.09.27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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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공노총 소방노조, ‘불통 소방청장’ 규탄·사퇴 촉구
정책협의회 적극참여·교대제 개선·함정감찰 책임자 징계 요구
공노총 소방노조가 27일 정부세종청사 소방청 앞에서 ‘제왕적 권위로 불통을 일삼는 소방청장은 물러나라’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신열우 소방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공노총 

소방청이 소방노조들과 노사정책협의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지난달 28일 소방노조들은 소방청장과 간담회에서 노사정책협의회 구성에 합의한 바 있다. 노사정책협의회는 노조와 소방청이 함께 소방공무원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노사정책협의회에는 4개 소방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본부장 박해근) ▲한국노총 공무원연맹 전국소방안전노동조합(위원장 홍순탁) ▲공노총 국공노 소방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정은애)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박일권)이 참여한다. 이들은 조합원 수와 상관 없이 각 노조가 동일한 인원으로 정책협의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소방노조들은 100여 개의 의제를 모아 지난 6일 소방청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공노총 소방노조에 따르면, 소방청은 노조가 의제를 제출한 이후 회의를 미루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왔다. 현재 소방노조들은 전달한 의제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특히 노사정책협의회 의제 중에는 소방공무원들이 노조 설립 전부터 주장해왔던 교대근무제 변경이 포함돼 있다. 그간 소방공무원들은 당비휴(당번, 비번, 휴무를 번갈아 일하는 근무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해왔다. 소방공무원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야간에 일하면 이틀은 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소방공무원들은 대부분 3조 2교대(낮, 야간, 야간·당직을 한 주씩 돌아가는 근무체계)로 일하고 있다.

고진영 공노총 소방노조 사무총장은 “소방청의 각 부서 실무진들이 의제에 대해서 토론을 하고 답변을 내놔야 하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무진들이 적극적이지 않으면 윗선에서 챙겨야 하는데 미온적이고 형식적”이라며 “의제도 소방청에서 큰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아직도 소방청은 과거 관습적인 태도를 못 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공노총 소방노조는 27일 정부세종청사 소방청 앞에서 ‘제왕적 권위로 불통을 일삼는 소방청장은 물러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열우 소방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공노총 소방노조는 소방청이 노사정책협의회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얼마 전 ‘함정감찰’로 문제가 된 직원을 승진대상자로 선정했다며 규탄했다. 지난 7월 소방청 감찰반은 덕진소방서에 잠입해 소방용 말벌보호복을 몰래 훔쳐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물은 바 있다. (▶관련기사: “도둑이야!” 말벌보호복 몰래 훔쳐 감찰한 소방청)

정은애 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국민의 안전한 내일을 위해 밤낮 없이 업무에 매진하는 소방공무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과거와 똑같이 독단적인 전횡을 일삼는 신열우 청장과 지금의 소방조직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지 않고,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열우 청장과 소방조직을 하루빨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도 “재난 현장의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현장 대원들의 간절한 요구를 무시한 채,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려면 대한민국의 국민과 6만의 소방조직을 위해서라도 (소방청장은) 지금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진정으로 소방조직을 아끼고 더 나은 발전을 추구한다면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더욱 열린 자세로 직원들과 소방조직의 미래를 이야기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소방청에 119 송이 장미꽃을 던지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기자회견 이후 공노총 소방노조는 소방공무원 교대근무 방식 개선, 함정감찰 책임자 징계, 정책협의체에 소방청 적극 참여 등 요구사항을 소방청에 전달했다. 공노초 소방노조는 다음달 26일까지 소방청 일대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도 지난 24일 소방관 9,1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답변자의 70.5%가 당비휴 근무체계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밝히며 “소방청이 소방본부와 소방공무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파트너가 될 건지, 갈등과 대립의 상대가 될 건지는 오로지 소방청 선택에 달렸다”며 노사정책협의회에 소방청이 성실하게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