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에게 ‘직접고용’ 압박한 여당 국회의원 비서관?
인천공항공사에게 ‘직접고용’ 압박한 여당 국회의원 비서관?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10.28 06:00
  • 수정 2021.10.2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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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직원-여당 모 의원 비서관 면담서 “직접고용 추진하라” 말 나와
인국공노조 보안검색운영지부, “탈락자 구제방안 있나···고용안정 원하는 노조 존중해야”

여당 국회의원 비서관이 인천공항공사 직원에게 특정한 정규직 전환 방법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A비서관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보안검색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압박하는 것으로 느껴질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비서관이 공사 직원과 면담자리에서 보안검색 “직접고용을 추진하라”고 말했고, 면담 다음 날 공사 사장이 의원실에 방문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수면 아래서 진행형이다. 2017년부터 추진됐던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법을 둘러싸고 노사, 노노 간 대립, 그리고 사회적 ‘공정’ 논란으로 인해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불렸던 상황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노조 사이에도 정규직 전환 방법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비서관의 이런 발언에 탈락자 없는 자회사 고용을 주장했던 노동조합들은 “(A비서관이) 당사자인 비정규 노동자의 의견을 배제하고 직접고용을 하라고 한 건 잘못”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의 실직이 일어나서는 안 되고, 탈락자 구제방안이 없는 직접고용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국회 ⓒ 참여와혁신 포토DB
대한민국 국회 ⓒ 참여와혁신 포토DB

공사-여당 국회의원 비서관 면담서
보안검색 직접고용 언급돼

<참여와혁신>의 취재를 종합하면 A비서관과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난 8월 31일 국회에서 만났다. 이날 만남의 주제는 보안검색 노동자들의 교대근무제였다.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터미널별로 다른 교대근무체계였는데, 제1여객터미널 보안검색 노동자의 휴무일이 제2여객터미널보다 하루 적어서 이들의 교대근무제를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A비서관은 이 문제의 점검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담했다.

이 면담이 끝날 무렵 A비서관은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고용 이야기를 꺼냈고, 당시 자리에 참석한 공사 관계자들이 정규직 전환 업무 담당자가 아니었기에 대화는 중단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A비서관이) 직접고용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을 했었다”며 “(A비서관이) 제1여객터미널 보안검색요원의 교대근무제 개편 진행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 등을 설명하는 자리로, 공사는 정규직화 과정 및 여러 갈등상황에 대한 해소방안 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규직노조인 인국공노동조합 인천국제공항공사지부(지부장 장기호)도 이 소식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A비서관은 면담 다음 날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국회의원과 만난다는 점을 언급하고 “조건 없는 교대제와 직접고용을 추진하라”고 말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국정감사 때 국토교통부를 통해 관련 질의를 넣을 것이라는 예고도 있었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인국공노동조합 보안검색운영지부(지부장 공인수)는 비서관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직접고용을 말한 방식이 사실상 ‘지시’라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 방법에 첨예한 입장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사 측에 직접고용을 이야기하며 사장의 의원실 방문과 국정감사 이야기를 꺼낸 것은 공사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당사자 이야기
충분히 듣지 않고 직접고용 말한 건 잘못”

그간 인천공항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교대근무 차이도 정규직 전환 논의과정에서 생겼다. 앞서 2017년 12월 인천공항 노사전문가협의체는 “소방대, 야생동물, 보안검색, 보안경비 중 상주직원검색 2,940명을 공사”로 고용할 것을 합의했다. 하지만 특수경비원 신분인 보안검색 노동자들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고용 할 수 있느냐는 법적문제가 제기돼 자회사로 임시 편제하기로 했다. 제2여객터미널 노동자들은 먼저 자회사로 편제되며 교대근무 방식을 변경했다.

현재 인천공항의 보안검색 노동조합은 3개로, 정규직 전환 방법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이중 보안검색운영지부는 자회사 고용에 긍정적이다. 직접고용 공개경쟁채용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가 탈락할 우려가 있고, 이는 정규직 전환의 취지로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보안검색운영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공사는 보안검색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보안검색에서 직접고용이 이뤄지면 최소 400명에서 500명의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천공항엔 공사 직접고용 대상자로 꼽혔지만 공개경쟁채용에서 탈락한 소방대원들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보안검색운영지부는 A비서관이 노동조합의 의견을 배제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직접고용을 ‘사실상 지시’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A비서관이 직접고용으로 공사를 압박하는 과정에 탈락자를 걱정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인수 보안검색운영지부 지부장은 “노동조합은 고용안정이 최우선이다. 직접고용 했다가 경쟁채용에서 떨어지는 노동자들은 누가 구제해주냐. 지부장으로서 답답한 건 비서관이 노조랑 이야기하지 않고 공사에 (직접고용을) 말한 것”이라며 “당사자는 비정규직인 우리다. 당사자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하는데 노조의 의견을 배제하는 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보안검색통합노조도 A비서관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민천 보안검색통합노조 위원장은 “보안검색 노동자 중에서 탈락자가 발생하면 안 되는데 왜 개입을 하냐는 항의전화를 (A비서관에게) 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조의 지적에 대해 해당 비서관은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면담이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이 질의한 사항을 점검하는 후속조치였다고 밝혔다. 또한 교대근무제는 정규직 전환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직접고용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비서관의 설명이다.

A비서관은 “문제가 되고 있는 건 교섭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제1여객터미널 노동자들만 불합리하게 교대근무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직접고용은 하기로 한 것을 (공사에서)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안검색운영지부는 면담 당일 “직접고용을 추진하라고 한 게 맞냐”고 A비서관에게 전화해 물었는데, 이 때 비서관이 노조를 “하대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통화 녹취록을 보면, 공인수 보안검색운영지부 지부장은 “소방대 탈락자 보셨지 않냐. 지금 복직도 못 하고 있는 거.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직접고용 추진하라고 하나. 가서 의원님을 만나 이야기하면 되지 않나. 전화상으로 말씀을 안 하시니까 제가 직접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A비서관은 “잘 듣고 있고. 이거 너무 무례한 거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보안검색운영지부는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등 A비서관에 대한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인수 보안검색운영지부 지부장은 <참여와혁신>에 “직접고용 탈락자가 될 수 있는 우리가 왜 자회사를 말하는지 직접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국회의원과 좀 만나게 해 달라고 한 거였다. 그런데 (통화에서) ‘무례하다, 어디다 대고 지금 뭘 따지냐’고 말하더라. 아무리 그래도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을 대표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 국회의원도 국민을 위해 있는 거고 노동조합을 존중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A비서관은 “‘(〇〇〇 의원이) 그렇게 대단하냐’ 등의 말을 해 무례하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