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일터혁신을 고민하다
‘전환의 시대’, 일터혁신을 고민하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12.09 18:56
  • 수정 2021.12.09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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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발전재단, ‘산업구조 변화와 노동전환, 그리고 일터혁신’ 컨퍼런스 열어
일터혁신 우수 인증기업 14곳의 시상과 일터혁신에 대한 종합 토론 개최
노사발전재단이 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산업구조 변화와 노동전환, 그리고 일터혁신’을 주제로 2021 일터혁신 컨퍼런스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정형우)이 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산업구조 변화와 노동전환, 그리고 일터혁신’을 주제로 2021 일터혁신 컨퍼런스를 열었다.

컨퍼런스는 1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개회식 및 일터혁신 우수 인증 기업 14곳의 시상과 우수 인증 기업 중 3곳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2부에서는 ‘산업전환과 일터혁신’을 주제로 노‧사‧정‧학의 전문가들이 종합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컨퍼런스 내빈으로는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신해 김민석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 일터혁신 우수 인증기업 14곳의 노사 대표자 및 실무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정형우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노사가 자율적 혁신을 이뤄낸 기업에 박수를 보낸다”며 “급변하는 산업구조 속에서 전환의 대응과 맞닿아 있는 일터혁신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를 위해 재단이 최선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개회사를 했다.

김민석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기업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려면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이 절실하나 기술 중심 혁신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노사가 협력해 사람 중심, 노동자 참여 중심의 일터혁신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격려사를 전했다.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일터혁신은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자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노사 상생의 핵심”이라며 “노동자가 주체로 나서는 노동친화적 일터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저탄소 고디지털로 변화하는 시대로 접어들어 과거보다 생산적이고 환경을 더 생각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노사가 협력해 좋은 일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터혁신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전했다.

우수 사례로 본 일터혁신
일터혁신의 다양한 활용 보여줘

2021년 일터혁신 우수 인증기업으로는 고모텍, 나은요양병원, 드림인사이트, 씨알푸드, 오킨스전자, 정석케미칼, 태웅로직스, 포웰, 풍림무약, 휴온스메디컬 등 민간기업 10곳과 광주도시철도공사, 안양도시공사, 한국우편사업진흥원, 해양환경공단 등 공기업 4곳이 선정됐다.

수상 기업 중 고모텍, 오킨스전자, 태웅로직스가 대표로 일터혁신 추진 배경 및 활동, 주요 성과 등을 발표했다.

고모텍은 공정 자동화로 인해 기존 공정의 수동조작자에 대한 인력 감축이 필연적으로 일어났다. 이를 전환배치를 통해 문제를 풀었다. 공정을 자동화해도 현장에서 돌발 문제는 일어나기 때문에 개선팀(현장 문제 대응팀)을 신설해 고용을 유지한 것이다. 사람 중심의 기술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킨스전자의 흥미로운 지점은 일터혁신을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트리즈앱’이라는 오킨스전자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창의성 도구 앱을 만들었는데, 오킨스전자 직원들이 연구개발 시 문제 상황에 봉착했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이 봉착한 문제를 포괄하는 카테고리를 들어가면 여러 해결 과정들을 보여줘, 직원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다른 앱으로는 ‘습관앱’이 있다. 습관의 범위는 직원들이 꼭 회사 일과 관련된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저녁운동 1시간, 잠자기 전 책 한 챕터 읽기 등이다. 이런 것들을 앱에 등록하고 습관을 들이기 위해 자신들이 한 것을 기록하면 적립금이 쌓인다. 쌓인 적립금은 연말에 회사가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한다.

태웅로직스는 주요 세대의 교체로 새로운 인사관리가 필요해져 직군별 직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심층 면담을 진행해 인사 제도의 기반을 마련했다. 경영진만의 판단이 아닌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일터혁신에 구성원들의 직간접적 참여를 만든 것이다.

일터혁신 컨퍼런스 2부에서 열린 '산업전환과 일터혁신' 종합토론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산업전환과 일터혁신의 관계
노사정학 전문가 의견은?

1부 시상식과 사례 발표에 이어 2부에서는 ‘산업전환과 일터혁신’을 주제로 종합토론회가 열렸다. 기조 강연은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가 했고, 토론은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이형준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 반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사회정책연구센터장, 최우재 청주대 교수, 최관병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장, 안성근 노사발전재단 일터혁신본부장 등이 참여해 진행됐다.

이우영 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저탄소로 전환, 디지털로 전환이라는 산업 전환의 시대이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대응은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훈련이어야 한다는 게 이우영 교수의 생각이다.

또한 이우영 교수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교육훈련이 초기 입직 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친 평생학습체계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청소년기에는 교육받고 중년기에는 노동하고 노년기에는 여가를 즐기는 연령 분절적 접근이 아니라, 연령 통합적으로 ‘교육-노동-여가’가 원하는 때에 가능하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훈련이라는 대응과 함께 협력사 및 중소기업에 일터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기업은 산업전환의 길목에서 자체적으로 전환배치와 고용유지가 가능할 여력이 있지만, 협력사 및 중소기업과 같은 여력의 부족한 곳에는 일터혁신 컨설팅이라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노사발전재단이 올해 처음 선보인 집중육성 컨설팅 프로그램이 적극 보급돼야 한다는 게 이우영 교수의 생각이다. 산업전환이라는 큰 폭의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내에서 ‘작업장 개선-교육훈련 체계 변화-인사관리 변화-노동시간 변화-노사파트너십 구축’을 하나로 묶은 통합적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문주 정책1본부장은 “산업전환의 시기에 일터혁신은 필수 영역이나 현재는 정부 주도로 일터혁신이 진행되고 있다”며 “안타깝게 현장은 객체화되고 노동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는데, 가령 정부 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100명 중 노동의 몫은 한국노총 위원장 1명뿐”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일터혁신에 노동조합의 참여와 노동자의 주체적인 역량 강화를 위한 기회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문주 정책1본부장은 일터혁신 성공의 조건으로 ▲대등한 노사관계 조성 ▲고용안정, 임금과 노동조건, 고용 차별 없는 작업장 실현 ▲장시간노동 해소, 시간외 업무지시 금지, 자유로운 휴가 보장 ▲유급학습권 보장 ▲안전보건 ▲저임금체계를 안정적인 임금체계로 전환 등을 제시했다.

이형준 고용‧사회정책본부장도 “노사 공감대 없이 노동 배제적 일터혁신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새로운 갈등과 대립만 초래한다는 점은 기업들도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워라밸’이나 ‘감염병 확산 방지’ 등 모두 중요한 목표이지만 일터혁신 논의의 궁극적인 방향은 노사협력의 내재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반가운 사회정책연구센터장은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은 생산성의 증대를 즉각 가져오지 않고, 이것을 ‘생산성 역설’이라 한다”며 “생산성의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과 조직 혁신, 즉 일터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역설을 극복하는 데 보통 30년의 시간이 걸리고, 이것을 ‘지식의 저주’라고 일컫는다”며 “역설을 극복하기 위한 조직 혁신은 사람의 변화가 핵심이고, 이것은 신구 세대의 교체를 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기술 혁신으로 생산의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30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반가운 사회정책연구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세대 간 전환’이 이뤄져 왔던 셈이다. 다만 앞으로는 전환을 얼마나 빨리 잘하느냐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세대 간 전환’이 아닌 ‘세대 내 전환’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게 반가운 사회정책연구센터장의 생각이다.

최우재 교수는 “현재 일터혁신은 ‘일의 의미’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하는 환경이 변하면서 일의 의미도 변하기 마련인데, 일터혁신이 환경적 변화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일의 의미도 같이 고려돼야 노동자가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며 일터혁신 참여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최관병 과장은 현재 일터혁신 사업이 좀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을 이야기했다. 컨설턴트의 역량에 따라 일터혁신의 질이 좌우되기 때문에 컨설턴트 교육을 강조했다. 또한 일터혁신 안착화를 위해 컨설팅 이후의 이행 관리가 중요하다고 봤다. 더불어 일터혁신이 정말 필요한 작은 규모 사업장에 일터혁신의 제도적 지원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성근 본부장은 “기업이 일터혁신 사업 자체로 코치를 받아 좋긴 한데, 왜 일터혁신이 필요한지 관점의 전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나의 지원 제도가 아닌 일터혁신이 기업의 지속성을 위해 꾸준히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출 수 있어야 컨설팅 이후의 혁신도 기업 내에서 자생적으로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날 컨퍼런스의 종합토론은 일터혁신에 대한 노사정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노사발전재단의 차후 일터혁신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고민점을 던지며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