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다운 전기노동자 사망...“한전은 사고 경위 밝히고 사과해야”
故 김다운 전기노동자 사망...“한전은 사고 경위 밝히고 사과해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1.10 19:54
  • 수정 2022.01.1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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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재사망 주장
한전,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발표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故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한국전력 위험의 외주화 규탄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건설노동자들이 故 김다운 전기노동자를 기리고, 위험 작업을 외부에 떠넘긴 한전의 처벌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故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한국전력 위험의 외주화 규탄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김다운 씨는 작년 11월 홀로 전봇대에 올라 전기를 새로 연결하는 작업 중 2만 2,900볼트 고압 전선에 감전돼 사경을 헤매다 숨졌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고인이 수행한 작업인 COS(Cut Out Switch, 회로차단 전환 스위치) 투입 및 개방 작업은 원래 한국전력공사 배전운영실 소속 노동자들이 하던 일이었다.

그런데 작년 4월부터 해당 작업이 하청업체로 넘어왔다. 작업이 넘어 오기 직전 2020년 3월 9일 한국전력공사 정규직 노동자가 전봇대 작업 중 추락하는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해당 작업이 하청업체로 넘어온 것이라고 건설노조는 바라본다. 위험의 외주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노조는 “사고현장에 (안전 및 작업 관련) 지상감시자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며 2인 1조 작업이 지켜지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지상감시자가 한전에 작업보고를 하고 안전 관련 사항을 점검하게 되는데, 사고 현장엔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혼자 있었고, 사고 후에도 30분 가까이 전기가 흘렀다”고 전했다. 2인 1조 작업 시 안전 점검 절차가 강화될 뿐만 아니라 재해 발생에도 해당 전기를 차단하는 등 2차 재해를 방지할 수 있었다.

아울러 건설노조는 이번 사망 사고가 외주화로 인한 비용 절감 구조가 만들어져 2인 1조 작업과 고소절연트럭 사용을 하지 못해 일어난 재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하청노동자 죽음은 이번만이 아니”라며 “정규직 사고는 대책을 수립하지만 하청노동자의 사고는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화하는 공기업의 행태를 종식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며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전기분과위원회가 2016년 나주 한전 앞에서 사진을 전시했다. 그 때 한전은 감전 사고가 발생하면 어찌 되는가를 목도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사망사고가 나고 있다”며 “모든 책임은 한전, 정부, 국회에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전은 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고 김다운 씨가 사망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나고 나온 대책이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한전이 올해 초 언론보도가 되고 나서야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게 유족들의 입장이다.

한전이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직접활선(전기가 흐르는 전력선을 작업자가 직접 만져 작업하는 공법) 작업을 완전 퇴출하고 작업자와 위해 요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감전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정전 이후 작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추락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작업자가 전봇대에 직접 오르는 작업도 전면 금지한다. 고소작업차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특수차량이 들어가지 못하거나 전문업체(하청업체)의 장비 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더불어 모든 전기공사에 ‘1공사현장 1안전담당자’ 제도를 도입한다. 불법하도급 관행을 막기 위해서 사전에 신고된 내용이 실제 공사 현장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인력‧장비 실명제도도 도입한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는 “의미가 있다면 정전 작업 정도인데, 구체적이지 않아 현실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며 “사고의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에 있고, 그렇다면 직접고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유족 대표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의식조차 없이 한 마디도 못하고 38살에 생을 마쳤는데, 한전은 발주처라는 명목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유가족에게 아직까지 아무런 해명도 없다”며 “한전과 하청업체는 유족과 전 국민 앞에 사고 경위를 비롯해 진실을 알리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