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지부-중흥그룹’ 대우건설 인수 두고 평행선
‘대우건설지부-중흥그룹’ 대우건설 인수 두고 평행선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1.17 19:38
  • 수정 2022.01.17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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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지부, “독립 경영, 단협 승계, 고용안정 무리한 요구 아니야”
인수 일정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 높아... 향후 노사관계 악화 가능성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가 17일 오전 대우건설 본사에 있는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 앞을 점거하고 출입 저지 시위를 벌였다. ⓒ 대우건설지부

대우건설 인수를 두고 인수사인 중흥그룹과 대우건설노동자들 간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위원장 심상철, 이하 대우건설지부)는 17일 오전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에 있는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 앞을 점거하고 출입 저지 시위를 벌였다.

지난 14일 대우건설지부가 3자간 실무협의체 결렬 선언 이후 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대우건설지부는 이날 “중흥그룹 인수단과 협상이 파행으로 종결됐음을 공식 선언한다”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중흥그룹과 총력 투쟁을 선언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3자간 실무협의체는 ‘KDB인베스트먼트-중흥그룹-대우건설지부’ 세 주체가 참여해 대우건설의 인수조건 협상을 진행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다. 대우건설지부가 실무협의체에 참여한 까닭은 인수합병 후 기업경영 안정성 담보와 임직원 고용불안 및 처우 하락 방지를 위함이었다.

실무협의에서 대우건설지부는 △기존 단체협약 승계 △독립경영 담보를 위한 대표이사 내부 승진 △사내 계열사 외 집행임원 선임 인원 제한 △인수 후 재매각 금지 △대우건설본부 분할매각 금지 △자산매각 금지 △고용 안정 등을 담은 서면 합의를 중흥그룹에 요구했다.

그러나 중흥그룹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다 대우건설지부가 실무협의체 결렬 선언과 총력 투쟁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우건설지부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독립경영, 단협 승계, 고용보장 등에 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상철 대우건설지부 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노조가 무리한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며 “대우건설이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 때보다 보통 수준의 내용이고, 다른 건설기업의 M&A 합의서를 분석해본 결과 우리가 요구하는 정도는 오히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요구하는 건 정확한 문구다. 고용을 보장하고 단협을 승계함을 확인한다는 내용인데, 중흥그룹은 '현재까지의 단협을 존중하며' 정도로 단협 승계 내용을 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심상철 위원장은 “오늘(1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고 왔는데, 이 (요구안) 정도면 어느 노조든 요구할 만한 내용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인수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지부가 현재처럼 평행선을 달린 채 인수가 마무리된다면, 향후 노사관계가 악화가 예상된다. 심상철 위원장은 “계속 총력투쟁을 이어가고,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쟁의권을 확보해 총파업까지 나아가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중흥그룹은 지난해 7월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12월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현재는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