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밀실로 들어온 인수예정자가 올바르게 경영할 수 있을까?”
“졸속·밀실로 들어온 인수예정자가 올바르게 경영할 수 있을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9.15 14:09
  • 수정 2021.09.15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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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상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위원장
“매각 과정에 대한 해명과 중장기 경영 계획 있어야”

구조조정 기업과 시장투자자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표방하며 2019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사모펀드인 KDB인베스트먼트(KDBI, 산업은행 100% 출자 자회사)가 자본시장에 내놓는 첫 매각 대상 기업은 대우건설이다. 현재 중흥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돼 매각실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번 KDBI의 매각 과정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차례의 매각 과정*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대우건설 노동자들의 비판이 거세다. 밀실매각, 졸속매각, 국가계약법 위반, 대우건설 중장기 전망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 등 여러 지적이 있다. 지난 8일 심상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대우건설의 매각은 처음이 아니다. 수차례 매각 역사가 있다. IMF 외환위기로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대우건설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로 지분이 넘어갔다. 시간이 흘러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대우건설을 2006년 금호아시아나에 6조 4,225억 원에 매각한다. 금호아시아나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2011년 공적자금 3조 3,000억 원이 투여돼 KDB산업은행의 관리가 들어갔다. 2017년 말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선언으로 시장에 나와 2018년 초 우선협상자로 호반건설이 선정됐지만, 호반건설은 해외부채 때문에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2019년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100% 출자한 자회사 KDBI의 1호 인수 기업이 됐다.

대우건설 본사 앞에 놓인 대우건설 노동자들의 헬멧, 졸속·밀실 매각을 규탄하는 비대면 아바타 집회이다. ⓒ 참여와혁신 송지훈 기자 jhsong@laborplus.co.kr
대우건설 본사 앞에 놓인 대우건설 노동자들의 헬멧, 졸속·밀실 매각을 규탄하는 비대면 아바타 집회이다. ⓒ 참여와혁신 송지훈 기자 jhsong@laborplus.co.kr

국가계약법 위반 괜찮다는 선례될 수 있어
졸속·밀실 매각에 노동자들은 이직行

- 이번 KDBI의 대우건설 매각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다. 어떤 문제인가?

매각 절차의 문제가 있다. 졸속매각, 밀실매각이다. KDBI는 입찰 공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전에 사적으로 접촉한 인수희망자들에게만 통보했다. 그리고 대우건설 매각 시작 25일 만에 본입찰을 진행하고, 7일 만에 재입찰을 실시했다. KDB산업은행과 KDBI가 이번 매각이 졸속·밀실매각임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계약법 위반이다. 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지분을 2019년 7월에 KDBI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 제7조에 따른 예외로 볼 수도 있으나, 해당 매각이 단순 자산의 절대적 양도가 아닌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업무의 위임 및 대행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한 KDBI는 선량한 업무대행자로 관계 법령인 국가계약법과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에 따라 KDBI는 공정하게 입찰을 준수해야 한다.

지금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대우건설이 KDBI 매각 1호인데, 이러한 방식이 사례로 남으면 향후에 산업은행 관리 기업들을 KDBI가 원하는 인수자에게 헐값으로 매각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졸속·밀실매각으로 들어온 인수예정자가 과연 대우건설을 올바르게 경영할 수 있을까 강한 의구심이 든다.

*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인 중흥그룹은 처음에는 2조 3,000억 원으로 본입찰에 들어왔다. 그러나 중흥은 본입찰이 완료됐는데도 2,000억 원을 깎아 줄 것을 KDBI에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져 2조 1,000억 원으로 재입찰됐고, 지난 7월 5일 중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 지금과 같은 매각이 대우건설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대우건설이 수차례 매각된 역사 속에서 대우건설 노동자들은 기업 규모가 축소되고, 기업의 중장기 비전이 희미해지는 경험을 했다. 매각 경험이 좋을 리 없다. 특히 졸속·밀실매각으로 대우건설 노동자들이 불안해한다. 업무 만족도도 낮아진다. 이러한 요인들이 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직률이 2020년 한 해 이직률을 훨씬 넘어섰다. 경영진도 위기로 생각하고 있다. 이직하는 조합원들을 만나 이야기 들어보면 대우건설에 비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떠난다고 한다. 지금보다 좋지 않은 조건의 건설사로도 이직한다. 그만큼 이직 욕구가 크다. 결국 사람이 전부인 건설산업에서 노동자들이 지금처럼 이탈하면 대우건설은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심상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송지훈 기자 jhsong@laborplus.co.kr
심상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송지훈 기자 jhsong@laborplus.co.kr

“매각 반대하지 않아”
공정한 절차와 노동자 목소리 반영 필요

- 매각을 반대하는 건가?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한시라도 빨리 좋은 주인을 만나길 희망한다. 산업은행 관리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고 보는 거다. 다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도록 공정한 절차와 원칙을 준수하고, 매각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노동자들이 우선되는 매각을 원한다. 즉 이번 매각이 정당성을 갖추고 모든 임직원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졸속·밀실매각, 국가계약법 위반에 대한 적극적 해명 ▲중장기 경영계획 공유 ▲노동자들과 공감대 형성 등이 필수적이다.

- 왜 산업은행 관리 체제를 벗어나길 원하는가?

그나마 한국자산관리공사 시절에는 3년 연속 시공능력 평가 1위를 했다. 당시 업계 내에서 대우건설 연봉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다. 건축 관련 직군에 꿈이 있다면 누구나 일하고 싶은 회사였는데, 금호그룹으로 넘어가면서 시공능력 평가 순위도 점점 떨어졌고 대우건설의 상징이었던 대우빌딩 등 알짜 자산도 매각됐다. 회사가 점점 축소되기 시작했다.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서는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명목으로 많은 경영활동이 제약을 받았다. 그 결과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건설산업의 특수성상 수주가 바로 영업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공사가 시작돼 기성금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1~2년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플랜트 건설 부문은 설계 단계가 있기 때문에 그 기간이 더 길다. 산업은행은 채권자적 입지와 은행가적 시각으로 당장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분야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했다. 건설산업의 이해와 중장기적인 시선이 부재했다. 주택건축, 토목, 플랜트 등 사업 분야가 있는데, 플랜트와 토목은 축소되는 형국이다. 해외사업도 줄어들고 있다. 어느 건설사이건 특정 국가에 가서 바로 돈을 버는 데는 없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그 나라의 인프라를 구성해 점점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해외 사업은 처음에는 손실이 있더라도 투자해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그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현장에서는 생각하더라도 당장 마이너스가 나면 바로 해당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재무제표상 숫자만 좋아 보이는 경영으로 10년이 흘러왔다. 규모에 맞는 적정한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고, 인력을 채용하지 않으며 현재 있는 노동자들을 갈아 넣어서 생산성을 높여 영업이익을 높이는 방식의 경영을 취했다. 외부에서 봤을 때 회사가 좋아지고 있다고 보일 순 있겠으나 노동조건은 악화돼가고 있다.

*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서 노동 강도는 높았고, 임금 수준은 낮았다. 심상철 위원장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임금 동결 상태였다. 게다가 2016년에 임금체계가 페이밴드 형식의 신임금체계로 바뀌다 보니 동종사보다 특정 직급에서 20%나 적게 받았다. 8월 17일 파업을 상정하고 진행한 임금교섭 결과 대우건설 노사는 기본 연봉을 평균 6.9% 인상하기로 타결했다. 임금 부문에서 대우건설 노동자들의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직급별 인상률은 차등을 두었다. 부장 2.5%, 차장 5.5%, 과장 9.0%, 대리 10.0%, 사원 5.0%를 인상한다. 과장과 대리 직급의 임금 인상폭이 높은데, 해당 직급의 이직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던 페이밴드 하한값도 평균 4.9% 올린다.

- 전도유망한 사업 분야에 대한 미래투자도 없었겠다.

대우건설은 플랜트 사업 분야가 유망하다. 발전 플랜트 분야는 과거부터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축적해왔고, 석유화학플랜트 분야에서는 최초로 기본설계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LNG플랜트에 강점이 있다. 기본설계부터 할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 7곳뿐이다. 이전까지는 해외 건설사들의 기본설계 이후 대우건설이 그걸 바탕으로 상세설계해 시공을 맡았는데, 상세설계의 기준이 되는 기본설계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초다.

그러나 산업은행 체제에서는 전도유망한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미비했다.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철저하게 리스크 없는 프로젝트만 입찰할 수 있다. 입찰조차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없다. 당연히 수주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플랜트사업본부 노동자들이 답답한 부분이다. 사업 시도에는 리스크가 수반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기회도 생기는데,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수주를 못한다. 수주를 못하면 잉여인력이 생기고 이는 곧 판관비 상승 문제로 이어지다 보니 비용 절감을 요구하며 수주를 또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개인이 성장하고 조직도 성장하는 경험의 기회를 박탈해버린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경험도 쌓고 노하우도 만드는데, 숫자만 중요한 거다. 안타까운 사례가 하나 있다. 한 플랜트 설계 엔지니어가 자기는 대우건설이 정말 좋지만 현재 일이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대주주가 사업 참여 제한을 하니 본인 설계 역량을 키우면서 회사가 성장하는 기쁨을 같이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대우건설은 좋은데, 미래가 없다고 느낀다며 이직했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
향후 국정감사 등 매각 과정 의혹 규명할 것

- 대우건설 매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 역할을 잘 수행하며 관리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이 국가 발전을 위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이번 KDBI의 대우건설 매각이 중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대선 일정으로 정신없지만 산업에 도움이 되는 우량기업들이 국가 경제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단순히 기업 하나가 아니라 기업 안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다. 대우건설 매각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중흥그룹이 납득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스스로 대우건설의 떳떳한 주인이 되고 싶다면 우선협정대상자 지위를 불법적으로 얻은 게 아니라는 해명을 해야 하고, 대우건설 노동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게 선행돼야 노동조합과 소통할 수 있고 대우건설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

- 노동조합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금융위원회에서 산업은행과 자회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 현재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진행했다. 곧 열릴 국정감사에서 이번 매각 과정에 대한 의혹을 규명을 위해 방안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