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사전투표 혼선에 공무원노조들도 ‘분노’
확진자 사전투표 혼선에 공무원노조들도 ‘분노’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3.07 16:49
  • 수정 2022.03.07 1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공무원노조, “사전투표자 수 예측 못한 안일함 비판”
시군구연맹, “선관위, 지침 내려놓고 공무원에게 책임전가하나”
ⓒ 참여와혁신DB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관련 대처가 부실했다는 유권자들의 항의가 나오자, 공무원노조들도 “대혼란의 책임은 부실선거관리 지침을 내린 선관위에 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비판했다.

앞서 4일과 5일 양일간 치러진 제20대 대선 사전투표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들은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않고 선거사무종사자에게 전달하거나, 준비된 바구니에 넣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들의 비밀·직접투표 원칙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진·격리자들의 신원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투표가 진행되거나, 이미 누군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받는 상황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포함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이하 전국공무원노조)과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공주석, 이하 시군구연맹)은 7일 입장을 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 지침을 비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사무종사자로 위촉된 시군구 공무원들에게 ‘1개 투표소 1개 투표함’ 원칙을 지키라는 지침을 내렸고, 이 지침이 현장에 혼란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선관위 지침에 따라 선거사무종사자들은 확진자용 기표대와 실내의 투표함 사이를 오가야만 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온 투표자들의 불만은 투표 종사자들에게 향했고, 항의와 함께 욕설이 이어졌다”며 “공무원들은 18시를 넘어 19시 이후까지 투표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전례 없는 대혼란의 책임은 부실선거관리 지침을 내린 선관위에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사전투표자 수를 예측하지 못한 안일함을 강력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선관위는 이번 사전투표 종사원들에게 늘어난 투표업무시간에 대한 추가 수당지급, 투표방식 불만으로 발생한 언어폭력 등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투표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현장 투표종사자들에게 전가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군구연맹도 “선관위의 투표소 운용 지침엔 큰 혼란과 문제가 충분히 예상됐다. 그러나 선관위는 충분히 검토하고 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일선 지자체에 의견 한번 제대로 묻지도 않고 협의도 없이 일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며 “1개 투표소 1개 투표함 설치문제는 선관위가 마음만 먹었다면 국회 정개특위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예외규정으로 두었어도 되며, 사전투표소는 확진자 집중투표소를 정해 운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군구연맹은 이날 오후 3시 선관위에 입장문을 전달하고 ▲시군구 공무원과 지자체에 진심으로 사과 ▲투표소 근무자에 대한 별도 수당을 적법하게 추가 지급하고 차후 선거업무 시부터 최저임금에 준하는 수당과 현실적인 비용 지급 보장 ▲선거업무에 대한 체계 전면 개편 ▲해당 지자체 소속 공무원노조와 충분히 소통해 현장 문제점 해결을 위한 노력 등을 요구했다.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현진)도 입장을 내고 “6월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제 선관위는 공무원의 협조를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며, 선관위 혼자서 책임지고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무원연맹은 “실패한 선거대책으로 유권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고 부정선거를 의심하고 있다. 선거사무종사자들은 현장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고 분노한 유권자의 성화를 온몸으로 받아냈다”며 “선거사무종사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선관위의 행태는 과거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공무원노조와 대화하는 척, 배려하는 척하는 것이 추가되었을 뿐, 여전히 문제가 생기면 발을 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선관위는 7일 전체 위원회의를 열고 “사전투표 규모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하였으며, 임시기표소 투표에 대한 정보제공 등도 미흡하였음을 사과드린다”며 “위원장 및 위원 모두는 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관위는 선거일인 9일에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도 일반 유권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격리자는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를 모두 마치고 퇴장한 후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투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