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대노조에게 산별 전환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
“희망연대노조에게 산별 전환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3.29 16:22
  • 수정 2022.04.12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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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만재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공동위원장
“공공운수노조에서 방송통신·콜센터 조직강화와 사회연대전략 확산 주도할 것”

“지역사회운동노조는 뭐고, 왜 하려 하느냐?”, “그게 가능하겠냐?”, “누가 할 건데?”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공동위원장 서광순·송영숙·이만재, 이하 희망연대노조)이 받아왔던 질문이다. 출범을 준비하던 2009년 즈음 희망연대노조가 말하는 단어들은 낯설었다. 사람들은 권리 보장이 쉽지 않은 간접고용·비정규 노동자들을 최우선으로 조직하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노동조합운동과 지역 생활·문화·교육·사회운동을 결합하겠다는 말에는 자꾸만 질문이 따라왔다. “좋은데, 그래서 뭘 하겠다는 건데?”

출범 후 희망연대노조를 향한 우려는 점차 작아졌다. 희망연대노조는 케이블 설치기사와 방송스태프, 콜센터 상담원 등 다양한 업종의 간접고용·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이들의 의제를 드러냈다. 조합원들은 작업장 투쟁 아니라 일상에서도 지역시민사회와 연대하는 사업에 참여해왔다.

그렇게 약 12년간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활동해오던 희망연대노조가 최근 산별노조 가입을 준비 중이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직가입 노동조합들은 산별노조로 가입하도록 지역본부 운영규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가입할 산별노조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현정희, 이하 공공운수노조)으로 좁혀졌다. 산별 전환까지 1년간 고민이 있었고, 공공운수노조 가입은 지난 3월 10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77.71%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희망연대노조에 다시 질문이 뒤따른다. 산별노조로 간 희망연대노조는 이전과 어떻게 다를 것이며, 왜 공공운수노조를 선택했을까. 이만재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산별 전환은 희망연대노조의 장밋빛 미래를 자연스럽게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별 전환 과정에서 희망연대노조의 방향성을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는 다짐이다. 

이만재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공동위원장. 인터뷰는 3월 15일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에서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 희망연대노조가 그간 지역일반노조로 존재하려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노총은 전략 과제로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희망연대노조가 출범할 때만 해도 많은 산별노조들이 비정규직 조직화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기업별노조에 기초한 투쟁으로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사업장에서 권리 개선은 진척되지만 작업장 바깥 일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조합원들은 사업장 밖에서 지역을 매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런데 노동조합은 사업장 안에서의 투쟁에만 집중했다. 기존 산별노조 바깥의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민주노조 운동 전반에 대한 비판적 성찰 속에서 2009년 희망연대노조가 출발했다. 우리는 ‘지역사회운동노조’를 표방하는데, 사회공헌기금과 사회공헌사업단을 만들어 지역시민사회와 연대사업을 해왔던 것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노동조합이 중심이 돼 ‘나눔연대법인 희망씨’를 만들기도 했다.

- 비정규직 조직화에도 집중해왔다.

희망연대노조에는 케이블방송·통신, 콜센터, 방송스태프 등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노동조합 입장에서 같은 비정규직이라도 더 조직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있다. 공공보다 민간이 어렵고, 단일 사업장보다 전국 단위 사업장이 더 어렵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가장 어려운 사업장을 조직해왔다.

케이블·방송 통신 쪽을 예로 들면, 기본적으로 사업자인 원청이 있고 그 밑에 지역별로 관할하는 하청 사업자들이 있다. 하청 사업자들은 케이블·방송 통신 설치 기사들을 개인도급으로 고용해왔다. 업종이 호황이면 일거리가 많아 괜찮지만, 불황일 때는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다.

희망연대노조에 가입한 이후로 직접고용을 쟁취한 사업장들도 여럿이고, 개인도급도 많이 없어졌다. 딜라이브(구 씨앤앰) 비정규직, LG유플러스 망 유지·관리 비정규직들은 원청으로 직접고용됐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홈서비스 비정규직은 자회사로 전환됐다.

“희망연대노조 산별 전환,
새로운 전략 모색하는 계기”

- 산별 전환의 직접적인 계기가 민주노총 운영규정 개정이라고 들었다.

2019년 5월 민주노총 지역본부 운영규정이 개정됐다. 지역본부에 직가입돼 있던 노동조합들을 산별노조에 가입하도록 한다는 안이었다. 조직의 진로를 정해야겠다고 판단해 현 집행부가 논의를 시작했다.

‘어느 산별로 가는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가지 않길 바랐다.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별 전환은 희망연대노조에게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이자 거대한 도전이었다. 지난해 1년 내내 교육과 토론을 주제별로 배치했다.

- 새로운 전략이 나왔나?

전략이 수정된다기보다 구체화되고 벼려진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조합원들이 가입된 업종을 중심으로 어떻게 사회공공성을 강화할지 고민해왔다. 과거의 사업장별-경제적 투쟁은 이제 초기업별-사회적 투쟁으로 변해야 한다. 그래서 업종별 교섭을 해보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 초기업별 교섭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정당성도 확보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사업장별로 요구하는 것을 넘어 시민의 보편적 권리와 결합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회연대전략을 더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어떤 사회연대전략을 확산시켜야 하나?

먼저 사회연대라는 용어를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직까지 희망연대노조에서 지향하는 사회연대를 명확하게 합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희망연대노조의 사회연대활동이 단순히 기부를 중심으로 한 시혜가 아니냐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그것보다 넓은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조합원들이 주체가 돼 지역을 중심으로 대안사회를 만드는 활동이 사회연대 아닐까 생각한다. 예컨대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기후행동에 참석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지역사회와 시민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 업종별 교섭과 관련한 계획은 뭔가?

희망연대노조는 업종별 교섭을 중장기적 계획으로 잡고 있다.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투쟁할 수 있는 의제를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희망연대노조에 조직된 사업장은 공통적으로 안전문제를 요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관련한 공동 요구안을 마련해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사실 사업장마다 조건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문구를 정해 모두 관철시키라고 하기는 아직 힘들다.

이만재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공동위원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산하조직의 의무는
문제점 같이 바꿔나가는 것”

- 그래도 어떤 산별노조에 가입할지 고민했을 듯한데.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하나의 조직체계로 가입할 수 있는 산별노조다. 두 번째는 희망연대노조가 생각하는 가치와 지향을 가장 잘 보장받고 실현할 수 있는 산별노조다. 우리의 사회연대전략을 더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산별노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산업별 경계가 흐릿해지고 비정형 노동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할 정책적 역량이 있는 산별노조에 가입하고 싶었다. 이 기준을 가지고 고민해 5개 산별노조를 만났다. 여러 차례 내부 논의를 했고, 지난해 11월 운영위원회에서 공공운수노조 가입을 가확정했다.

희망연대노조의 조직 형태를 하나로 보장해주겠다는 공공운수노조의 입장이 있었고, 업종적인 측면에서도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공공운수노조에는 공공기관 노동자뿐 아니라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는 업종들이 대거 가입돼 있다. 방송·통신, 콜센터 등 희망연대노조 조합원들의 일도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기존 공공운수노조에 있던 방송·통신, 콜센터 조직과 잘 소통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

- 희망연대노조가 지역에서 존재했던 만큼, 공공운수노조가 아닌 산별노조와 조직 대상이 겹칠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겠다. 이제 현실에서 전통적인 산업 구분은 희미해졌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까지 희망연대노조와 엄밀히 조직 대상이 겹친 산별노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송스태프를 예를 들면, 언론노조가 방송작가를 조직했다. 우리는 드라마 제작현장 조합원이 대다수라서 실질적으로 겹치는 부분은 거의 없다. 서비스연맹의 가전서비스노조 같은 경우도 통신 쪽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통신 계열의 하청 노동자들을 주로 조직해왔다.

- 산별노조 가입과 관련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민주노총 중앙 차원의 규정이 있고, 그것으로 왜 우리가 조직 형태를 바꿔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워하시는 조합원분들이 분명히 계신다. ‘뭔가 크게 바뀌는 건가’ 싶어 막연한 불안감도 느끼신다. 이 반응들은 현재진행형이다. 집행부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희망연대노조의 중장기적인 지향과 가치인데, 추상적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부분들은 고민거리다.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계속 신경 쓰는 수밖에 없다. 산별 전환과 관련해서는 조합원들과 소통이 더 필요하다. 현장을 굳건히 지켜주시는 조합원들에게는 노동조합을 신뢰하고 사업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완벽한 조직은 없다. 희망연대노조가 비교적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던지면서 잘해온 것도 있지만, 기존 산별노조에서 배울 부분도 분명히 있다. 공공운수노조가 아니라도 그렇다. 체계적인 조직 운영에서 배울 점도 있을 것 같고, 중앙의 교육·정책적인 역량도 그렇다. 공공운수노조는 부설기관이 많다. 사회공공연구원이나 교육센터 움에서 우리 조합원들이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희망연대노조와 공공운수노조는 같은 조직이다. 공공운수노조에 대한 기대감이나 우려감을 말하는 것은 무언가 수동적인 느낌이 든다. 희망연대노조는 공공운수노조 내에서 문제를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같이 바꿔나갈 것이다. 그것이 산하조직으로써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