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업장 밀집한 산단... ‘지방정부 역할 강화’ 필요
작은 사업장 밀집한 산단... ‘지방정부 역할 강화’ 필요
  • 임혜진 기자,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05.24 22:04
  • 수정 2022.05.25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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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민주노총·금속노조 ‘산업단지 작은 사업장 노동자 위한 지방선거 요구안’ 발표
산업단지별 노정 협의 정례화, 지역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등 요구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4일 오전 국민의힘 당사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업단지 작은사업장 노동자 지방선거 요구 발표 및 공약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4일 오전 국민의힘 당사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업단지 작은사업장 노동자 지방선거 요구 발표 및 공약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산업단지 내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보장 정책 마련을 주요 정당에 요구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24일 더불어민주당 당사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산업단지 내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현행법상 국가산업단지를 제외한 산업단지의 관리·감독 권한은 지자체장에 있다. 업체가 산업단지 입주 계약을 맺을 때도 지방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단지의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지자체장이 그간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외면해왔다는 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지적이다.

이들은 “2022년 지방정부 선거 공약으로 국민의힘·민주당은 스마트형 공장지원, 디지털전환 지원, 참단화, AI 등 첨단산업지원 공약으로 일관하고 있고 정작 첨단화에 가려진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지원하는 정책은 없다”고 주장했다.

산업단지는 ‘노동기본권과 노동안전의 사각지대’로 불린다. 노동 관련 법·제도를 적용받지 않는 작은  규모 사업장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오는 8월 18일부터 시행되는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는 2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도록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상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도100인 이상(유해업종은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받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 저임금, 무급노동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산업단지 내 사업장 노동자의 상당 수는 법·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2021년 4분기 전국산업단지 현황통계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 내 1만 3,930개 가동업체에 고용된 인원은 약 227만 명으로, 단순 계산 시 업체별 평균 고용인원은 21.9명이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4일 오전 국민의힘 당사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업단지 작은사업장 노동자 지방선거 요구 발표 및 공약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 전국금속노동조합

문제는 사업장 규모가 낮을수록 노동조합 조직률도 낮다는 점이다. 사업장 규모별 노동조합 조직률은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이 49.2%, 100~299명은 10.6%, 30~99명은 2.9%, 30명 미만은 0.2%이다(고용노동부, 2020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 노동조건이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오히려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현장 활동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노정 협의를 통해 지방정부는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건강·복지·노동환경 전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노동자들의 권리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산업단지별 관리권자(지자체장)와 해당 지역 노동조합 간의 노정 협의를 정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지방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주요 요구 사안이다. 박태현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부지회장은 “공단에서 일하다 보면 ‘다치면 너만 손해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다치지 말라는 당부의 말이기도 하지만, 작업자 부주의로 몰아가 자비로 치료하게 되거나 산재 처리도 큰 결심을 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자조 섞인 말”이라며 지역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를 비롯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밝힌 정책 요구안은 ▲산업단지 노동자 복지시설 확대 ▲산업단지 노동자 지원조례 제정 ▲산업단지 이주노동자 지원정책 수립 ▲노동법 위반 사업장 산업단지 입주 제한 ▲산업단지 단체교섭 활성화 지원 보장 ▲산업단지 불법파견 근절 등이다.

임혜경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조직부장은 “어떤 노동도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노동도 우리 사회 경제가 굴러가는 데 필수적인 노동”이라며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법·제도적 권리보장과 이를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정책 요구안을 민주당과 국민의힘 측에 전달하며, 양당의 지방선거 공약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