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창구단일화, 소수노조 노동3권 침해”
“교섭창구단일화, 소수노조 노동3권 침해”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06.15 17:55
  • 수정 2022.06.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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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의원·금속노조, ‘교섭창구단일화 폐지 및 복수노조 해외사례’ 국회토론회 개최
교섭대표노조, 교섭권·파업권 독점... 어용노조인 경우 소수노조 차별 더 심해져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교섭창구단일화 폐지로 새로운 복수노조 시대를 준비하는 국회토론회 : 해외사례를 통해 보는 복수노조의 다양한 노동3권 보장제도’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교섭창구단일화 폐지로 새로운 복수노조 시대를 준비하는 국회토론회 : 해외사례를 통해 보는 복수노조의 다양한 노동3권 보장제도’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교섭대표노조가 교섭권 등을 독점하는 승자독식 구조입니다. 교섭대표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소수노조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이 소수노조들에게는 보장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윤상한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대양판지지회 지회장)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윤장혁, 이하 금속노조)이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교섭창구단일화 폐지로 새로운 복수노조 시대를 준비하는 국회토론회 : 해외사례를 통해 보는 복수노조의 다양한 노동3권 보장제도’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2011년 7월 복수노조법과 함께 도입됐다. 복수노조법은 단위 사업장 내 여러 개의 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해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사용자가 여러 노동조합과 교섭하며 발생하는 혼란을 방지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에 따라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일정한 절차를 밟아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해야 한다. 단일화 절차는 노사 간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의견이 합치되지 않을 시 조합원 수가 1명이라도 많은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조가 된다. 교섭대표노조는 교섭권·파업권을 독점 부여받는데, 노동계는 소수노조의 노동3권이 침해된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토론회 발제에 앞서 복수노조 사업장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노동자들은 조합원 수에 따라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는 방식이 노노갈등을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거의 전권을 부여받는 교섭대표노조가 되기 위해 노조들은 조합원 수를 늘리는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개별교섭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용자와 대립하는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조가 되면 사용자가 개별교섭 방식을 선택하지만, 반대로 사용자 친화적인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면 그대로 교섭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윤상한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대양판지지회 지회장은 사용자가 직접 어용노조를 만들어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악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기준을 갖춘 노조와 개별교섭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소수노조의 교섭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유성기업 영동지회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어용노조라고 주장한 유성기업의 제2노조(교섭대표노조)는 노조로서 자주성·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21년 해산됐는데, 어용노조가 체결한 임금·단체협약은 그대로 남아 여전히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사용자에게 유리한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독일·프랑스·일본의 교섭제도와 현행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비교하며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발제 내용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교섭 주체를 판단하는 기준이 조합원 수로 한정되지 않는 등 우리나라 제도와 차이가 드러났다.

발제를 맡은 조이현주 노동자권리연구소 변호사는 “우리나라 소수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모든 노동자들이 근로자대표 선출에 참여한다”며 교섭 주체 선출의 민주성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대표적 노조'들과 공동교섭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표적 노조'는 조합원을 포함해 관련 직종의 전체 노동자 등을 대표할 수 있는 노조를 말한다. 따라서 조합원과 관계없이 교섭단위 전체 노동자를 위한 교섭을 해야 한다. 한편 파업권은 개별 노동자들의 권리로 보고, 노조는 교섭 중에도 파업이 가능하다. 

조이현주 변호사는 “독일과 프랑스 교섭제도는 모든 노조의 교섭권·파업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근로조건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근로조건 통일을 위해 반드시 교섭대표노조에게 배타적 교섭권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은 모든 노조가 자율교섭을 할 수 있고 파업도 가능한 구조다. 각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각 노조와 조합원에게만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

조이현주 변호사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소수노조의 교섭 참여를 일부 보장하고 개별교섭을 허용하고 있다 해도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사례를 참고해 현행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