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③]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3년, 남은 과제는?
[특집③]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3년, 남은 과제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7.04 14:11
  • 수정 2022.07.18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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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교육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
현장 혼란 계속···법 개정·노동위원회·근로감독관 역할 주목

[리포트]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실효성 위해 머리 맞댄 전문가들

6월 29일 오후 2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가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DB

#1. A는 팀원들에게 근무시간 외인 오전 6시 26분에 카카오톡을 보내 업무지시와 업무에 관한 사항을 전달하며 압박했다. A는 부하 직원이 목재 가공실의 장소 대여 실수를 하자, ‘야 너 미쳤냐?’, ‘미친놈이냐?’ 등의 발언을 했다. ‘니들 대학 나왔잖아. 그런데 이것도 못하냐. 대학 나온 사람이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도 했다.

#2. 어린이집 원장 C는 보육교사 D와 갈등이 있었고, C는 어린이집 교사들이 모인 교사회의에서 D의 업무 분장표가 공란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러면서 D가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듯 여러 차례 D를 질책했고, 다른 교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 하도록 수차례 이야기했다. D는 이러한 C의 행동에 스트레스로 실신하기에 이른다.

두 사업장이 있다. 한쪽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았고, 나머지는 아니었다. 어떤 쪽이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어린이집 원장 C씨의 행동이 법원이 보는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해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보통의 사람 입장에서 보아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라는 실제 결과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이는 일상적인 지도 또는 조언 및 충고 수준을 넘어서 지속적이고, 공개적인 질책을 통하여 직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A가 한 행동은 직장 내 괴롭힘이 왜 아닌 걸까. 법원은 관계의 우위성과 업무상 적정범위, 정신적 고통을 주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대전지방법원은 “비록 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근무시간 전이기는 하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볼 때 A가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등 괴롭혔다고 보기 어렵다”며 “A의 해당 발언은 다소 부적절하긴 하나, 일회적 발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팀장으로서 업무 수행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것으로 종합해 볼 때 피해자들을 괴롭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2019년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도록 규정하는 노동관계법령(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업안전보건법)들이 순차적으로 개정·시행된 바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노동관계법에 명문화된 후 혼란은 계속됐다. 무엇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사용자와 노동자의 의무는 어디까지인지. 질문이 뒤를 이었다. 법을 찾아봐도 명쾌하지 않았다. 법 자체가 두루뭉술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시행 3년, 현장은 어떤 변화를 겪었고 무엇을 필요로 할까. 지난 6월 29일 오후 2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토론회는 한국고용노동교육원(원장 노광표), 박대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참여와혁신이 공동 주관했다.

6월 29일 오후 2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가 진행됐다. 최홍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가 발제 중이다. ⓒ 참여와혁신 DB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적 쟁점은?


발제를 맡은 최홍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법적 쟁점을 검토하고, 그에 대한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① 개념 문제
최홍기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정의부터 문제제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한다.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인지 나열하거나, 그 행위유형을 구체화시키지 않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그 형태를 유형화시킬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적 특수성을 고려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 아래서다.

때문에 개별 사업장은 무엇이 직장 내 괴롭힘이 될지 예측하지 못해 혼란을 겪는다는 게 최홍기 교수의 지적이다. 최홍기 교수는 “사실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이 가지는 모호성과 미비 문제는 입법 과정에서도 계속 지적돼 왔지만,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채 급히 입법됨으로 이러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법원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격권을 침해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지속성과 반복성’을 중요한 판단요소로 검토한 바 있으며, 그러한 기조를 유지하며 단발성 혹은 일회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담다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용자와 노동자로 한정된다는 한계도 꼽혔다. ‘제3자’에 의한 괴롭힘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포괄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과도한 폭언과 질책을 받거나, 서비스 노동자들이 고객으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것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는 상황 등이 대표적이다.

최홍기 교수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도 제3자에 대한 규율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규정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9조에 중간착취 금지규정이 있고, ‘누구든지’ 중간착취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율하고 있다”며 “최근의 고용관계는 산업의 발달과 함께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적어도 사업장 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제3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라면, 사용자가 일정한 보호조치를 명시하는 방안 정도는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② 사전·사후적 구조 문제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온 경우 사용자가 해야 할 조치는 있지만, 예방과 사후 구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는 점도 제기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고(근로기준법 제93조 제11호), 이것을 준수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116조 제2항 제2호).

최홍기 교수는 “(근로기준법과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사업장 단위에서 예방조치로서 강구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달리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예방교육을 의무화할 것인지 여부,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사전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법적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노동자는 사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개별적으로 청구해야 한다. 즉,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아무런 구제나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사후적 구제수단을 보완해 노동자를 보호할 필요는 없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노동자 참여가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최홍기 교수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대응하는 데 있어서 근로자대표(과반수 노동조합)의 참여에 대해서는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사업장 단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사전적으로 구제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대표의 참여를 입법적으로 보장하고, 노사협의회 협의사항에 있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사항을 명시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③ ‘불리한 처우의 금지’와 입증책임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피해 주장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한다(제76조의3 제6항)”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유일하게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조항이다.

다만 불리한 처우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어 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최홍기 교수의 주장이다. 불리한 처우 금지 범주에 피해자의 조력자(동료 노동자 등)가 포함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의 입증책임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기에 최홍기 교수는 “입증책임의 전환 내지 입증책임의 배분에 관한 규정을 입법적으로 정비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장 내 성희롱을 규율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참고해볼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도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라며 입증책임을 사용자로 전환하거나,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6월 29일 오후 2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가 진행됐다. 발표 중인 박수경 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 연구교수 ⓒ 참여와혁신 DB

직장 내 괴롭힘 사후 구제
‘행정’의 역할 중요

두 번째 발제에서 박수경 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사후 구제’에 초점을 맞춰 발표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노동자의 구제절차는 내부와 외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내부 구제절차는 회사의 고충처리기관 등을 이용해 피해 사실을 알리고 조사를 요청하는 것이다. 외부 구제절차는 회사 내부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거나, 회사에 괴롭힘을 신고하기 어려울 때 고용노동청에 이를 알리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고용노동청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결과를 회사에 전달해 개선을 지도하거나 검찰에 송치하는 등의 방법을 쓴다. 이중 소송 등 사법 절차를 밟게 되는 노동자는 시간과 비용, 정신적으로 큰 소모를 겪는다. 그래서 박수경 연구교수는 빠른 회복과 손해배상을 위해 노동위원회, 근로감독관제도 등 행정 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수경 연구교수는 일본과 호주의 사례를 들어, 한국이 더 탄탄한 직장 내 괴롭힘 사후 구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제가 만들어졌다. “사업주는 직장에서 행해지는 우월적인 관계를 배경으로 한 언동으로, 업무상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를 초월한 것으로 고용하는 근로자의 취업환경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당 근로자로부터의 상담에 응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체제를 정비, 그 외 고용관리상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조항 등이다. 사업주에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조치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이 명시됨에 따라, 관련 분쟁해결을 위한 ‘조정’제도도 도입됐다. 일본은 일부 도도부현(일본의 광역자치단체를 일컫는 단어) 노동행정기관의 조언과 지도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다룬다. 도도부현의 노동국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노동상담과 조언, 지도, 알선을, 노정주관부국과 노동위원회는 노동상담과 알선을 담당하고 있다.

호주는 공정노동법(Fair Work Act 2009)을 2014년 개정해 직장 내 괴롭힘(bullying)의 예방과 구제를 위한 조항을 담았다. 공정노동법에서 괴롭힘은 폭넓게 정의되고 있는데, “근무중인 근로자 또는 근로자 집단에 대하여 개인 또는 집단에서 반복하여 불합리한 행위를 하고, 해당 행위가 건강 또는 안전상의 위험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행동이 한 번 이상 발생하며, 피해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면 괴롭힘이라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는 공정노동위원회에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공정노동위원회는 노동자의 신청을 심사하고, 해당 노동자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적절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호주가 한국과 크게 다른 것 중 하나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호주는 국방부 구성원을 제외한 피용자(employee), 도급업자, 하청업자, 사외근로자, 견습생, 직업경험을 얻는 학생, 자원봉사자를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worker)로 보고 있다.

박수경 연구교수는 “일본은 일부의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분쟁을 알선 및 중재하는 기능을 하고 있으며, 호주의 공정노동위원회에서는 괴롭힘을 판단하고 명령을 내리는 기능을 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도) 노동위원회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조사와 심문을 하고, 판정과 조정, 중재를 하는 기능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러한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역할 강화와 더불어, 근로감독관의 역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근로감독은 양질의 근로조건을 장려·시행하고, 노동의 기본 원칙과 권리를 존중하는 핵심에 있는 필수적인 공공 기능”이라며 “근로감독관의 사후 조치처리에 대한 법적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강화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근로감독관이 수행하는 업무 부하를 고려해 장기적으로는 수의 증대(인력 확충) 등의 논의도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29일 오후 2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가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DB

직장 내 괴롭힘 없애기
법개정·제도보완·직장문화 개선 같이 가야


발제를 바탕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앞서 발제에서 지적됐던 법·제도개선과 더불어 조직문화 개선까지 총체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숙희 서울특별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는 사용자의 자정노력에만 비중을 둬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작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홍기 교수의 지적처럼,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모호하고 예방교육이 법정 의무화되지 않아 “(법이) 직장 내 괴롭힘을 사실상 방치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숙희 센터장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행정적 구제제도나 가해자 처벌 없이 사업주의 시정만을 법정화하고 있기 때문에 법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처벌규정과 실효성 있는 구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 시 조치 등을 취업규칙에 필수로 기재하도록 하지만, 취업규칙 작성 의무가 없는 10인 이하 사업장 같은 경우에는 이런 규정 자체가 의무화되지 않아 더욱 문제”라고 말했다.

나아가 정숙희 센터장은 5인 미만 사업장과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7월 16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중 5인 미만 사업장의 신고 건수가 전체의 33.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숙희 센터장은 “소규모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정도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장 단위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인권 문제로, 일하는 모든 근로자로 확장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법제팀장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새로운 법령 입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의무와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기 때문에, 근로자와 근로자 사이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이나 제3자에 의한 괴롭힘을 담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준희 팀장은 “직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형의 괴롭힘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입법적 대응 방안은 역시 별도의 단행 법전을 통해 종합적인 규율체계를 조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근로기준법의 본질적 특성, 근로자의 신청에 따라 사용자를 피신청인으로 문제를 조정해 나가는 노동위원회 제도의 본질적 한계로 인해 현행법의 변용이나 응용으로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만이 아니라 직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는 입법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있는 조문들은 과도기적인 미완의 규정”이라고 말했다.

이세리 법무법인(유)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앞서 박수경 연구교수의 발제에 공감하며, 노동위원회의 역할을 말했다. 이세리 변호사는 “노동위원회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과 시정 명령은 조기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동청보다는 노동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시정 사무에 관한 조사나 연구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위원을 두고, 심의와 시정명령, 조치와 알선을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세리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와 사용자 사이의 문제뿐 아니라, 피해자와 행위자와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직접적으로 한 행위자의 배상책임을 도모할 수 있을 때 피해자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노동위원회가) 실효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치경 한국공인노무사회 사업개발위원장도 “지역 노동관서에서 적극적인 노동행정을 수행하는 것은 의미 있는 방안”이라며 “이를 행정적 차원에서 제도화해 민간 전문가인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 센터장은 조직문화 개선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정훈 센터장은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유형을 나눠봤더니 폭언이 가장 많았다. 그냥 반말하고, 욕하는 문화가 만연하다. 직장 내 괴롭힘은 조직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이는 사후적인 구제과정을 통해 변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특히 중소규모 사업장이 적극적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없는 사업장 위해
제도개선·교육에 힘쓰겠다”

국회와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법·제도개선과 교육, 개선방안 마련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앞서 토론회 인사말에서 박대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현행법이 적절한 보호와 구제방안을 갖추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과정과 사후 구제제도 및 절차의 법제와, 입법적 개선 등 현실적이고 올바른 정책 수림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전문가분들의 소중한 의견이 입법과 정책개발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둘러싼 문제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계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주시는 제안을 경청해 현장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도 “우리나라는 기업 규모, 신분, 성별, 나이 등에 따라 분절된 노동시장의 폐혜를 극복하고, 일에 대한 존엄성을 회복해 직장 내 구성원 간 존중하고 격려하는 행복한 국가로 다가가야 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며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일터의 노동인권이 정착하는 데 필요한 연구, 교육사업, 프로그램 및 교재 개발에 애쓰도록 하겠다. 많은 관심과 질책을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