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①-1] 공무원 ‘백방의 노력’으로, 수출 길 문제 푼 상상인선박기계
[특집①-1] 공무원 ‘백방의 노력’으로, 수출 길 문제 푼 상상인선박기계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7.18 11:14
  • 수정 2022.07.1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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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 적극행정으로 율촌산단 기업애로 해소
“이리저리 뛰고 연구하다 보니 우연히 답을 찾아”
ⓒ 상상인선박기계
ⓒ 상상인선박기계

골리앗 크레인 수출해야 하는데···
부두 사용 어려웠던 상상인선박기계

2019년 8월 조선 자동화 설비 제조업체인 상상인선박기계와 선박 크레인 제조업체인 상상인인더스트리가 전라남도 광양시 율촌산단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당시 광양시는 “본사 이전과 임직원 100여 명의 인구 유입으로 지역 발전은 물론 광양시 해운산업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상상인선박기계는 골리앗 크레인 등 대형 중량물을 수출해야 하는데, 크레인 수출을 앞두고 부두 사용이 어렵단 걸 알게 된 것이다.

상상인선박기계에서 2.7km 떨어진 공용부두로 가는 도로는 당시 수출할 크레인(2,500톤)을 감당하기엔 약하고 위험했다. 오미경 전남도청 안전총괄팀장(전 산단지원팀장)은 “공용부두로 가는 도로는 (바다매립으로 조성돼) 연약지반인데다 가스관이 매립돼 있어 도로에 금이 가면 가스관이 터질 위험이 있었다”며 “또한 크레인을 옮기기 위해서는 공용부두로 가는 도로에 설치된 표지판, 펜스 등을 철거한 뒤 복구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상인선박기계는 크레인에서 1.2km 옆 다른 기업(삼우중공업)이 소유한 전용부두 사용을 원했다. 그런데 이 부두를 사용할 경우 항만법 위반이었다. 항만법 제18조에 ‘전용 목적의 토지·항만시설의 임대 금지조항’으로 인해 다른 기업 소유 전용부두는 임대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전남도청을 적극행정 사례로 추천한 상상인선박기계는 “당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계기관에 수차례 방문하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법률상 불가하다’는 답변만 들려왔다”며 “서로 타 기관에 전가하는 상황을 보며, 자포자기 상태까지 이르렀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전남에서 사업 철수까지 고민해야 했다”고 전했다.

부두 사용 허가 권한 없는 전남도
문제 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상상인선박기계는 다른 기업의 전용부두 임대 사용을 위해 부두 사용 허가 기관의 문을 계속 두드리다가, 마지막엔 율촌산단을 관리하는 전남도청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당시 박우육 기반산업과장, 오미경 산단지원팀장, 이은철 주무관을 만났다.

상상인선박기계는 산단지원팀과 대화하며 다시 희망을 봤다. 상상인선박기계는 “전남도청 기반산업과는 다른 기관과 다르게 기업의 애로사항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 줬다”며 “처음 듣는 생소한 기업용어도 가볍게 흘리지 않고 꼼꼼히 짚어가며 이해하고자 노력해줬다”고 했다.

상상인선박기계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산단지원팀은 우선 부두 사용 허가 기관인 여수지방해수청과 여수광양항만공사를 방문해 기업이 원하는 전용부두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해당 기관은 항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오미경 팀장은 “항만법에 부두의 임대사용 예외 규정을 확대 해석할 여지가 있는지 고문변호사의 자문도 받고 공용부두와 전용부두의 안전성 검증 데이터를 수집해 설득했지만 수용이 안 됐다”고 이야기했다.

산단지원팀은 공식적으로 항만법 개정을 해양수산부에 의뢰했고, 국무조정실(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도 건의했다. 그래도 제자리걸음이었다. 오미경 팀장은 “특정 기업이 부두를 점유해 임대수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항만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과, 불특정다수 기업의 불편이 아닌 한 기업 편의를 위한 규제 완화는 어렵다는 담당부처의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이후 산단지원팀은 감사원을 방문했다. 감사 컨설팅을 통해 적극행정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으나, 부두 허가는 전라남도의 권한이 아니라 전라남도의 적극행정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산단지원팀은 전라남도의 의지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단 걸 실감했다. 오미경 팀장은 “여러번 관계기관을 방문해 설득했지만, 기업이 당초 입지 선정을 잘못해서 입주했기 때문에 기업 책임이라는 것과 권한도 없는 전라남도가 나서서 기업의 민원을 왜 해결하려 하느냐며 의아해하는 시선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심정이 어땠는지 묻자 오미경 팀장은 “전라남도의 입장은 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일자리도 만들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 하나였다”고 떠올렸다.

전남도의 마지막 시도
정부 담당자 방문 요청

답이 보이지 않자 전남도청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해양수산부를 다시 방문해 담당 과장에게 율촌산단 방문을 요청했다. 오미경 팀장은 “전라남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담당 과장이 드디어 율촌산단 현장을 방문해 줬고, 산단지원팀은 기업의 입장에서 현장을 바라봐 주길 부탁하며 성심껏 안내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기업 현장과 전용부두, 공용부두를 모두 본 해양수산부 과장이 ‘나 같아도 공용부두보다는 전용부두를 사용하고 싶겠다’고 하더니, 당장 법 개정은 어렵고, 제도권 안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전남도청은 기다리지 않고 그 방향을 제시했다. 오미경 팀장은 “법령과 관련 해설집 연구, 고문변호사 자문 등을 토대로 우리 도에서 먼저 방향을 제시했다”며 “전용부두를 소유한 기업(삼우중공업)이 임대업이 아닌, 상상인기계선박과 같은 업종이라 문제였다. 그런데 삼우중공업이 일부 조립 등 상상인기계선박과 공정을 함께하면 되더라. 그래서 ‘일부 조립과 화물계약체결’ 또는 ‘컨소시엄 수주’시 전용부두 선적이 가능할지 여부를 타진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두 기업에서 이러한 조건부 사항을 수용했다”며 “해양수산부에서는 현재 타기업 소유의 전용부두 상태로는 대형 중량물 수출이 어렵기 때문에 외항선박 정박을 위한 보안기준 준수, 보세구역 확장 등을 위한 후속 행정조치를 최대한 협조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주면서 해결됐다”고 했다.

“공직 생활 중 가장 보람 있는 일”

문제가 해결된 뒤 오미경 팀장은 희열을 느꼈다. 그는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처럼 답답했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연구하다 보니 우연하게도 답을 찾게 된 것”이라며 “그때 느낀 희열은 그 어떤 말로 표현해도 부족할 것이다. 30년 가까운 공직 생활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고,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공무원이라는 사실에 뿌듯했다”고 전했다.

상상인기계선박 측은 “산단지원팀이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애써줘서 삼우중공업의 안벽 사용 허가가 승인났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와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 신규채용과 적극적인 투자 등으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기업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오미경 팀장은 “현재 상상인선박기계는 LNG 선박 건조를 비롯해 이듬해까지 해외 수주가 계획돼 있다고 들었다”며 “향후 사업 확장도 전라남도에 할 계획을 알렸다”고 밝혔다.

전남도청 기반산업과의 적극행정 사례는 시스템보다 세 공무원의 헌신으로 가능했다. 이러한 전남도청 기반산업과의 적극행정 사례가 보편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공직사회의 시스템 변화도 뒷받침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참여와혁신은 ‘사회변화와 공직사회의 역할, 적극행정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은?’ 토론회를 통해 변화의 방향을 모색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