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특위에 국민의 자리가 없다”
“연금특위에 국민의 자리가 없다”
  • 임혜진 기자,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7.27 22:17
  • 수정 2022.07.27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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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국민 참여 부족해
노인·청년 등 전 국민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통한 연금개혁 필요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시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를 보장하는 연금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시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를 보장하는 연금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에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이 통과된 바 있다. 연금특위는 4대 공적연금(국민·공무원·군인·사학)과 기초연금 등의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관련 법률안을 심사·처리하는 기구다. 연금특위는 민간자문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내년 4월 30일까지 활동할 계획이다.

이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특위 구성 합의안에는 연금특위가 민간자문위원회를 둔다는 조항만 있을 뿐, 민간자문위원회의 구성과 목적, 기능조차 명시하지 않았다”며 “연금개혁은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에는 양대 노총, 참여연대 등 300여개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5년 발족해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금개혁, 노인·청년 등 전 국민
사회적 합의 있어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2014년 국회가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와 공무원연금개혁 국민대타협기구를 설치한 것을 예로 들며 이번 연금특위에도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개혁 국민대타협기구는 공무원연금의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을 포함해 국회의원·전문가·시민사회단체·정부대표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 기구였다. 이처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국민연금의 이해당사자인 국민도 연금개혁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연금개혁에 노인·청년 등 전 국민의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기초연금이 30만 원씩 지급돼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38.9%에 이르고, 노인자살률도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며 “노인들이 빈곤하게 사는 이유는 공적연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금특위에는 이해당사자인 국민의 자리가 없다. 국민의 동의가 없는 연금개혁은 불가능하다”며 “민주노총·한국노총과 여성·청년·노인·지역가입자 등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연금특위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찬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청년세대도 현재와 같은 소득대체율로는 은퇴 후 생계보장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금개혁은 청년세대의 미래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청년들을 포함한 연금 가입자들과 정부, 국회를 망라하는 범사회적 합의 기구를 설치해 충분한 사회적 숙의 절차를 거쳐 연금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보다
노후소득보장 강화하는 연금개혁 필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대 노총은 연금특위가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에만 집중해 급여 수준(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등의 개혁을 추진할 것을 우려했다. 2007년 국회는 장기 재정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줄이고, 매년 0.5%p씩 인하해 2028년까지 40%로 낮추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통과시킨 바 있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43%로,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받게 될 연금 급여 수준은 이전보다 낮아진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6일 내년 제5차 재정계산을 토대로 장기 재정전망에 기반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사적연금 활성화도 추진하겠다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 양대 노총은 2007년 연금개혁 당시 급여 수준이 인하됐듯 이번 연금특위도 같은 내용의 개혁이 추진될 것을 우려했다. 이들은 사적연금 활성화에 따른 공적연금 축소도 전망했다.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는 연금개혁 방안으로 사적연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며, 가입자와 합의 과정 없이 야합으로 처리하기 위해 국회에 연금개혁특위를 만들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연금개혁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거나 본인이 연금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정규직,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지부장도 “국민연금제도는 국민들의 삶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노후소득 보장이 강화되고 전 국민이 동의하는 연금개혁이어야 한다”며 “개혁안은 국민 중심의 연금개혁기구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고, 사회적 합의 절차가 준수된,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일방적인 결정으로 연금개혁을 밀어붙인다면 국민과 함께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연금특위가 재정안정화에만 치중한 연금‘개악’특위로 전락할 것이 우려된다”고 하면서, “국민연금은 기본적인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사적연금 활성화가 아닌 공적연금 강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면담을 통해 연금특위에 사회적 합의 기구 마련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