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공백 채우는 ‘대체교사’, 처우는?
보육 공백 채우는 ‘대체교사’, 처우는?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08.05 12:53
  • 수정 2022.08.05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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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미만 단기계약 따른 고용불안 지속
낮은 임금·인원 부족·업무 외 지시 등 문제도 존재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위원장 이영훈, 이하 공공연대노조)이 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별관 앞에서 ‘대체교사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쟁취! 보육공공성 강화 촉구! 공공연대노동조합 보육교직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 공공연대노조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위원장 이영훈, 이하 공공연대노조)이 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별관 앞에서 ‘대체교사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쟁취! 보육공공성 강화 촉구! 공공연대노동조합 보육교직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 공공연대노조

어린이집에는 영유아를 돌보고 가르치는 담임교사·대체교사·보조교사·연장보육 전담교사 등이 있다. 대체교사는 어린이집 교사의 휴가·교육·병가 등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생길 때 업무를 대신하는 보육교사다. 대체교사는 2009년부터 보건복지부가 ‘대체교사 지원사업’을 시행하며 생긴 공공부문 직종이다. 이 사업은 어린이집 교사들이 휴가를 보장받고 이를 통해 재충전해야 보육서비스 질도 높아진다는 배경에서 도입됐다.

현행법에도 어린이집 대체교사 배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은 영유아 안전사고 등 예방을 위해 ‘담임교사 대 아동 비율’을 정하고 있다. 현재 담임교사 1명은 기본보육 시간(오전 9시~오후 4시) 동안 연령별 반(이하 기본반) 하나를 맡는다. 반별 정원기준은 만 1세 미만(0세)은 3명, 만 1세는 5명, 만 2세는 7명, 만 3세는 15명, 만 4세 이상은 20명을 원칙으로 한다. 담임교사 1명이 휴가 중일 때, 다른 반 담임교사가 휴가 중인 담임교사의 반을 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담임교사 등 업무 공백 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교사가 반드시 어린이집에 배치돼야 한다.

그러나 대체교사 역할의 중요도에 비해 처우는 낮은 편이라고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는 주장한다. 이들은 ▲단기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 불안 ▲경력 불인정에 따른 낮은 임금 수준 ▲대체교사 인력 부족에 따른 노동강도 증가 및 장거리 파견 ▲어린이집 현장에서 업무 외 지시 ▲휴게시간·공간 미제공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체교사, 단기계약 따른
고용불안 시달려

대체교사들은 육아종합지원센터와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2021년 12월 기준 총 125개소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의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어린이집이 대체교사 지원을 신청하면 지원 사유별 우선순위에 따라 대체교사를 파견한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대체교사 파견 등 어린이집 지원사업과 부모교육·상담 등 가정양육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보건복지부장관과 각 지자체장은 영유아보육법 제51조의2에 따라 공공기관 또는 민간기관·단체 등에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위탁할 수 있다.

대체교사 대부분은 육아종합지원센터와 2년 미만 단기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표하는 ‘보육사업안내’ 지침에 따르면, 어린이집 담임교사 등의 근로계약은 “가능한 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체결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교사 근로계약에 관한 원칙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에 대체교사들은 주로 단기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고용이 불안정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정희 공공연대노조 대전본부 보육교사대전지부 지부장은 “대부분의 대체교사들이 단기계약이 끝나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쉬다가 다시 대체교사에 지원하거나 다른 직종으로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도 왜 실업급여를 받고 (대체교사들이) 집에 있어야 하냐고요. 아이들을 잘 돌보다가도 쫓겨나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게 대체교사들은 쉬다가 다시 대체교사를 지원하거나 바로 어린이집 교사 또는 보조교사를 지원하기도 해요. 대체교사 일을 해보니까 계속 대체교사들을 단기 채용해서 쓴다는 건 사실 효율적이지 않아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서 대체교사 업무 관련 재교육도 받고 하면 일도 더 잘 할 수 있고, 아이들도 더 잘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2년 이상 계속 근로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공공연대노조는 육아종합지원센터가 기간제법 적용을 피하려고 대체교사와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육아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대체교사 지원사업이 법적 근거 없이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안내’ 지침을 통해 운영돼, 언제 지침이 바뀌어 이 사업이 중단될지 알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대체교사 인건비 등 관련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며 “대체교사 지원사업이 중단되면 예산 지원도 못 받게 된다. 그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대체교사들의 고용유지에 따른 비용 등이 센터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공연대노조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 대체교사 지원사업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업을 보건복지부가 임의로 중단할 수 없게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대체교사 고용안정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7일 공공연대노조와 면담을 진행한 결과, 올해 안에 보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체교사의 업무 내용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위탁 법인이 바뀔 때마다 대체교사의 고용이나 노동조건 승계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체교사 경력이 8년 이상이어도 새로운 위탁 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신입 직원으로 입사해, 신입과 똑같이 한 달에 연차휴가 하나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도 각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에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관련 공문을 내리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체교사 고용유지 및 고용승계(노동조건 포함)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에 강제성은 없어, 공공연대노조는 해당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라고 각 지자체에 재차 요구할 계획이다.

경력 불인정 따라 임금 낮아
대체교사 인원 확충도 필요

대체교사들은 고용안정과 함께 경력 불인정에 따른 낮은 임금도 문제라고 말했다. 올해로 대체교사 경력 9년 차인 임상훈 공공연대노조 충남세종본부 충남보육지부 지부장은 2016년 국민 신문고를 통한 문제 제기를 통해 어렵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계속근로에 따라 연차휴가는 정당하게 부여받고 있지만, 그 외 달라진 점은 없다고 밝혔다. 장기근속수당 등 추가 수당 지급이 없고,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만 지급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담임교사는 연령별 반 하나를 맡고 있지만, 대체교사들은 0세부터 7세(만 5세)반을 모두 가요. 대체교사들은 (영유아의) 연령별 발달 특징을 다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서 경력이 있는 대체교사들은 파견 나간 어린이집에 딱 들어간 순간 (업무) 파악을 다 하죠. 아이들 특징을 써 놓지 않아도 생활하다 보면 어느 정도 파악이 돼요. 완전 전문가죠. 그런데 어린이집 교사와 달리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는 등의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인 거예요.”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따르면,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대체교사 사업예산(95% 인건비, 5% 운영비)이 지원된다. 인건비에는 기본급·교통비 등이 있고, 올해 기본급 월 191만 7,000원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1호봉인 201만 8,400원보다 낮았다. 교통비 10만 원은 2009년 대체교사 지원사업이 실시된 이후로 한 번도 금액이 바뀌지 않았다.

또 공공연대노조는 각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운영비 예산 범위에서 추가 수당 지급을 할 수 있지만, 센터 자율에 맡겨져 있어 지역 간 대체교사 임금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연대노조는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와 같은 임금체계인 호봉제 실시를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를 받아들여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을 신청했지만, 지난달 1차 심의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체교사 인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체교사가 부족해 어린이집 교사 1명이 장기간 휴가 신청을 못하고, 교사 여러 명이 하루·이틀 정도 단기 휴가만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희 지부장은 어린이집 교사들의 단기 휴가로 인해 대체교사의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체교사 근무 첫날부터 지원 나간 어린이집에서 5일 동안 매일 반(0세~만 5세)을 바꾸며 들어가라고 하는 터라 정신 없이 일을 했어요. 매일 교사 1명씩 돌아가며 연차를 쓰고 있는 상황이었죠. 매일 새로운 반 아이들 이름·하원차량·복용약 등을 확인하고, 내일 맡을 반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선생님들을 찾아다니기 바빴습니다. 대체교사들이 어린이집 근무를 했던 경력직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현장에서 대체교사들은 그 모든 업무를 이겨내야 한다고 암묵적 요구를 하는 것 같아요.”

임상훈 지부장은 충남 일부 지역의 대체교사가 부족해 다른 지역의 대체교사들이 장거리 파견을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충남 당진·서천 등의 지역에는 대체교사가 거의 없다”며 “이에 따라 충남 지역의 대체교사들이 원거리 지원을 가면 왕복 출퇴근 시간이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본반·연장반 동시 업무 지시는 부당
휴게시간·공간도 제대로 보장 안 돼

어린이집 현장에서 대체교사들이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대체교사들은 기본반만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나갔지만, 오후 4시 이후 연장반 업무 지시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연장반은 연장보육 시간(오후 4시~오후 7시 30분) 동안 운영되는 반이다. ‘보육사업안내’를 보면 대체교사도 연장보육 전담교사의 업무 대체 지원을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대체교사들은 기본반과 연장반에 대한 동시 지원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기본반 어린이집 교사는 기본반만 맡는데, 왜 기본반 지원을 나간 대체교사에게는 연장반 업무까지 맡기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체교사들은 연장반 업무까지 맡게 되면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기 더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8시간 근무 시 휴게시간 1시간을 보장받게 돼 있다. 그러나 점심·낮잠 지도 등 보육업무 특성상 대체교사들이 기본보육 시간 중간에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대체교사들은 오후 4시 이후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해왔는데, 연장반 업무를 맡게 되면 이러한 요구를 관철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 대체교사들의 입장이다. 임상훈 지부장은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은 아이들이 낮잠 자는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대체교사에게) 휴게시간을 주고, 오후 4시부터 연장반 업무를 맡긴다”며 “오후 4시부터 보육일지 등을 써야 하는데 그런 걸 쓸 시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희 지부장은 현재 연장반 지원 신청을 받고 나가고 있고, 이 경우 오전 10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전에는 기본반의 보조 업무를 지원하다가 오후에 연장반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루에 2개의 반을 맡아야 해 노동강도가 높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아이들이 15명이면 15명마다 챙겨줘야 하는 내용이 다 달라요. 누구는 여벌 옷을 옷장에 넣어야 하고, 누구는 가방에서 꺼내지 말아야 하고... 하루에 두 개 반을 맡다 보니 대체교사들이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휴게공간도 열악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정희 지부장은 “가정어린이집은 보통 아파트이고 평수도 제각각이다. 이런 경우 휴게공간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며 “민간어린이집도 오래된 건물인 경우 깔끔하게 휴게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임상훈 지부장은 “가정어린이집 경우 주방이나 거실에서 쉬라고 하는데, 주방 앞에는 보통 컴퓨터가 있는 원장 자리가 따로 있다”며 “전화 통화를 하거나 다리 펴고 쉬고 있기에도 (원장의)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연대노조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집 지도·점검을 강화해 보육사업안내 지침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체교사 처우 개선과 보육의 질 제고를 위한 정부, 육아종합지원센터, 어린이집 원장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희 지부장은 “정부는 대체교사들이 현업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면서 “육아종합지원센터는 대체교사 업무 매뉴얼을 체계적·합리적으로 운영해 어린이집이 대체교사 업무를 혼동하지 않게 해야 한다. 어린이집 원장은 대체교사 업무의 일관된 부분을 인지하고, 대체교사의 업무 수행 기간 동안 어려움 없이 아이들 보육에 힘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