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돌봄 필요하나, 돌봄노동자 노동환경은?
긴급돌봄 필요하나, 돌봄노동자 노동환경은?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09.06 14:51
  • 수정 2022.09.13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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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잡고, 배관 고치고...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일한 보람 적어
성희롱 피해, 업무 매뉴얼 부재, 급식비·원거리 교통수당 차등 지급 등 문제도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통계청은 2025년 우리나라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전망했다. 2017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 결과 65세 이상 어르신 57.6%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살던 집에서 여생을 마치기를 희망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부터 어르신·장애인 등이 사는 곳에서 돌봄·주거·의료서비스 등을 지원받게 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경기 부천시·남양주시·화성시 등 16개 기초자치단체를 선정해 추진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에는 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와 연계한 긴급돌봄 등 각종 돌봄 사업들이 있다. 이 가운데 긴급돌봄 사업이란, 장기요양 등급판정 이전에 긴급한 돌봄이 필요하거나 병원 퇴원 후 수발자의 부재 등으로 충분히 돌봄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이 밖에도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서비스원법)에 따라서도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있다. 사회서비스원법에 따르면, 재난 등의 발생으로 아동·노인·장애인 등에게 돌봄 공백이 발생한 경우 사회서비스원은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그 사업을 수행하는 인력을 둘 수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노우정, 돌봄서비스노조)이 긴급돌봄서비스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정은 돌봄서비스노조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현재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부천종합재가센터에서 요양보호사로서 일하면서 긴급돌봄 노동강도가 높은데 비해 일한 보람이 적다고 지적했다.

노동강도는 높은데
일한 보람은 적다

김정은 사무국장은 장기요양서비스보다 긴급돌봄서비스를 지원할 때 노동강도가 더 높다고 말한다. 그는 긴급돌봄 대상자들이 알코올성 치매 등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어 이들의 집안이 굉장히 지저분하게 망가져 있다고 했다. 그래서 돌봄 지원을 나가면 강도 높은 청소 업무만 거의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알코올성 치매인 어르신 집에 가보면 바닥에 오줌은 기본이고, 방바닥에 있는 이불에는 잔뜩 시커먼 오물이... 한 번은 77세 어르신 혼자 사시는 집을 갔는데, 어르신 계신 이불 사이로 쥐가 여기저기 다녀서 그날 쥐만 6마리 정도 잡았어요. 그리고 배관이 다 뚫려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그걸 4~5번 막기도 했고요. 한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집에서는 찬물로 화장실 청소를 한 적도 있는데, 또 화장실 배수구에서 쥐가 나와서 놀라기도 하고...”

김정은 사무국장은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의 돌봄도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민간 요양기관에서는 그런 집들은 안 간다고 거절도 할 수 있겠지만, 사회서비스원에서는 좋든 싫든 서비스를 나가야 한다”며 “공공의 필요성 때문에 결국 참고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는 돌봄을 지원해도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몇몇 알코올 중독이신 분들 집에 가면 파출부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일부는 우리가 오는 걸 아니까 더 어지럽혀 놓고 막 그래요. 우리가 아무리 서비스를 해도 그분들은 나아지는 게 없으니까 크게 보람이 없죠. 차라리 장기요양 어르신들은 우리가 꾸준히 가다 보면 외로움도 덜어드리고 유대관계도 맺고 하면서, 어르신들이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게 되거든요.”

긴급돌봄 이후에 돌봄 제공이 이어지지 않는 문제도 있다. 김정은 사무국장은 긴급돌봄 지원이 끝나도 여전히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돌봄 대상자가 많은데, 이와 관련된 후속 조치가 부족하다고 했다. 후속 조치가 없으면 긴급돌봄 당시만 잠깐 좋아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또다시 긴급돌봄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어르신은 인지장애가 있어 곰팡이가 폈거나 썩은 음식을 드시는데도, 병원에서 치매 바로 전 단계로 판명이 나서 장기요양 등급 혜택을 못 받으세요. 또 어떤 어르신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는데 (긴급돌봄 이후) 돌봐줄 사람이 없어요. 저희는 짧게 몇 개월 긴급돌봄 지원만 나가기 때문에 어르신이 호전되거나 그런 것까지 바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르신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사셨으면 좋겠는데 그런 조치가 부족한 게 참 안타까워요.”

이와 관련해 부천시는 돌봄노동자가 직접 주민센터인 행정복지센터로 관련 문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 안에 여러 돌봄서비스가 있다”며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주면 센터 직원들이 도움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적합한 서비스를 연결해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장기요양이든 긴급돌봄이든
성희롱 피해는 계속 당해

여러 명의 어르신이 한 공간에 있는 요양원과 달리, 어르신 집에 방문해 장기요양·긴급돌봄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어르신과 돌봄노동자가 일대일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 김정은 사무국장은 장기요양이든 긴급돌봄이든 어느 서비스를 나가도 성희롱은 늘 당해왔다고 전했다.

“어떤 70대 남자 어르신은 안마해 달라고 하면서 옷 위로 하지 말고 맨살에 해 달라고 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자기 밥 먹을 동안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으라는 요구도 있었어요. 또 다른 80대 남자 어르신 경우는 어르신 넘어질까 봐 팔짱을 끼니까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가슴도 만지려고 하고, 모텔도 가자고 하고... 성적인 얘기를 계속 해요. 이런 게 정말 많아요.”

성희롱 등의 피해가 지속될 경우 돌봄노동자가 종합재가센터에 알려 돌봄서비스 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자 어르신 돌봄을 나가면 대부분 성희롱 피해가 있어 매우 심한 경우가 아니고선 일일이 차단이 어렵다. “한 어르신은 성적으로 인지장애가 왔대요. 그래서 가면 성적인 얘기를 한 번도 안 빼고 하세요. 그런 게 우린 불편하지만 그러고 말고... 계속 심하면 서비스 차단이 되는데요. 한 번 그랬을 때는 경고를 주고, 다시 서비스를 들어가기도 하죠.”

사회서비스원만의
구체적인 업무 매뉴얼도 필요

현장 노동자들은 사회서비스원만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은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준수사항’에 관한 안내 지침을 공공·민간기관에 내리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사무국장은 민간 요양기관 등에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나서서 구체적인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노동자들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 현장에서 돌봄 지원 대상자와 돌봄노동자 간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르신들이 음식을 같이 먹자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 마음에 안 드는 환경이지만 거절도 한 두 번이잖아요. 그래서 돌봄노동자들이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해요. 반대로 돌봄노동자가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갖다 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반찬을 받았던 일부 어르신들은 ‘너는 왜 반찬 안 가져오냐’는 식으로 바라기도 하죠. 이와 관련된 매뉴얼을 정해야 해요.”

아울러 특정 업무를 요구할 경우, 돌봄노동자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르신 혼자 식사를 잘 안 드시니까 돌봄노동자가 어르신과 같이 식사해야 한다는 보호자 등의 요구가 있다면, 돌봄노동자와 어르신 사이에 그와 관련된 합의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편 보호자가 없는 일부 긴급돌봄 대상자와는 이러한 매뉴얼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소통 자체가 어려운 경우에는 업무 내용을 합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사무국장은 돌봄노동자 스스로 업무 범위를 인식하게 하는 효과를 강조했다. “어떤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너무 정이 넘쳐서 꼭 내 부모처럼 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본인이 그 어르신을 끝까지 책임질 순 없어요. 다양한 어르신을 돌봐야 하거든요. 이걸 딱딱 끊어줄 수 있도록 회사에서도 매뉴얼화해야 한다고 봐요.”

급식비·원거리 교통수당 등
차별 없는 지급도 요구 

김정은 사무국장은 고용보장을 위한 삭발·단식 등 투쟁 끝에 지난해 9월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월급제 노동자가 됐다. 그는 경기도 생활임금을 적용받으며 하루에 7시간(돌봄 지원 3시간씩 2번·점심 및 휴식 1시간) 근무한다. 

김정은 사무국장은 급식비·원거리 교통수당 등 지급에 있어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급식비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되고 있어, 8시간 근무하는 행정직 등과 비교해 적게 지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7시간 근무하는 돌봄노동자들은 급식비로 12만 2,000원을, 8시간 근무하는 행정직 등은 14만 원을 지급받고 있다. 김정은 사무국장은 “점심 먹는 건 다 똑같은데 근무시간별로 차등 지급하는 건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원거리 교통수당 지급 기준이 협소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 요양서비스직 돌봄노동자 기본급에는 교통비가 포함돼 있다. 또한 원거리 교통수당으로는 10km 이상~20km 미만 방문 1회 당 5,000원, 20km 이상 방문 1회 당 6,600원이 지급되고 있다.

김정은 사무국장은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의 종합재가센터가 있는 부천과 남양주를 비교하며 부천종합재가센터 돌봄노동자들은 거의 원거리 교통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주는 동네가 넓어서 이동거리가 10km 이상 될 수 있지만, 부천은 동네가 좁아 10km 미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동거리가 9.9km여도 교통수당 지급이 따로 없다고 김정은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부천도 상동에서 옥길동까지 가는 거 멀어요. 버스도 한 번에 가는 게 없고 대중교통으로 1시간은 잡아야 해요. 차로 가도 시간이 그만큼 걸려요. 동네는 남양주처럼 넓진 않지만 부천 시내 교통이 그만큼 많이 막히거든요.”

그래도 김정은 사무국장은 돌봄 업무가 힘들지만 어르신들이 행복해하는 모습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하는 보람이 줄어들지 않도록 노동환경이나 처우가 더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막힌 변기를 뚫는 일이나 고장난 미싱을 고치는 일 등은 우리가 할 일은 아니에요. 사실 A/S 맡겨도 돼요. 또 너무 무리한 걸 요구하시면 우리 업무가 아니라고 얘기해 드리죠.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정도는 해드렸어요. ‘제가 이번 한 번만 해 드릴게요’ 이렇게 얘기하고요.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잘해 드리려고 해요. 누구나 자신이 존중받는 만큼 그 상대를 존중해 주려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보람 있게 일하길 바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