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불사...노동조합 빠진 경기버스 정책 더는 안 돼”
“총파업 불사...노동조합 빠진 경기버스 정책 더는 안 돼”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09.06 16:32
  • 수정 2022.09.07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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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떠나는 버스노동자...노사정이 머리 맞대고 준공영제 논의해야”
[인터뷰] 이기천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경기도 버스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고 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민영제 노선 버스운전기사들은 지난 2년간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노동자를 어렵게 한 건 임금만이 아니다. 그간 경기도 버스노동자는 하루 17시간 이상 격일제 근무에 시달리며, 온전한 휴식과 개인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며 일해왔다. 사업장에 만연한 불합리한 근무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가맹 3개 경기도 버스노동조합이 모인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는 ‘인력 유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며 9월 이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들이 올해 단체교섭에서 밝힌 주요 요구사항은 ▲준공영제 전면 도입 ▲서울·인천 버스 수준으로 임금 인상 ▲1일2교대제 시행 등 세 가지다.

경기도버스노조협의회 의장인 이기천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은 “장시간 운전과 저임금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버스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준공영제 전면 시행”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았다. 이기천 위원장은 “세 개의 요구사항 중 어느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 모든 사활을 걸고 총력투쟁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8월 29일 진행했다.

“선거 지나면 사라지는 준공영제,
예산 운운 멈추고 시급히 전면 도입해야”

-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경기도 버스만의 특징과 그로 인한 과제가 있다면?

경기도는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면적이 넓다. 100만이 넘는 특례시부터, 10만이 안 되는 군 단위까지 모여 있어 버스업체 규모가 다양하다. 호황인 곳도 있지만 벽지 노선이 많은 지역은 수익 창출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노동조건도 천차만별이다.

버스 서비스 종류도 굉장히 많다. 지역마다 정치적 압력으로 버스 노선이 신설·변경됐는데 공공버스, M버스, G플러스, 프리미엄버스 등 다 외우기도 어렵다. 말로는 도민의 입맛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선거 전략으로 과도해진 측면이 있다. 그렇게 사업 허가를 내주고 지원은 나 몰라라 한다. 막상 버스 교통이 필요한 지역은 사각지대로 남아있기도 하다. 준공영제 확대로 지역별 버스 기능을 정상화하고, 이동권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 취임 이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준공영제 확대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선포한 배경은 무엇인가.

더는 예산과 정치적인 이유로 준공영제 전면 도입이 미뤄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인 서울과 인천은 준공영제를 시행한 지 20년이 다 되어간다. 버스가 안정적인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도는 아니다. 19년간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준공영제는 선거 때만 등장하고 사라지는 정치적인 구호가 되어왔다. 십 수년간 준공영제 전면 도입이 언급됐지만 무산됐다.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들도 당선되면 예산부터 운운했다.

현재 준공영제를 도입한 광역버스 노선은 전체 경기도 버스의 20%에 불과하다. 80%를 차지하는 민영제 노선에선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승객이 감소하며 최대 50% 감차·감회 운행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업체의 수익구조에 따라 버스가 불안정하게 운행된다. 고무줄 배차, 심지어 노선 폐지 등을 업체가 좌우하는 구조에선 시민의 이동권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버스를 민간에 맡겨서는 대중교통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민의 불편, 일자리 감소, 노동자의 실질임금 하락 등을 막기 위해 준공영제 확대가 시급하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시장 논리는 준공영제에 맞지 않아,
노사정이 머리 맞대고 도입 방안 논의해야”

-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노선입찰형’ 방식의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에 대해 평가한다면?

기본적으로 공공재를 시장 입찰에 맡긴다는 발상에는 문제가 있다. 백번 양보해 경쟁을 통해 서비스를 제고하겠다는 경기도의 취지를 인정하더라도,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고 노동자의 피해를 막을 세밀한 조치가 필요하다.

노선입찰제 설계 초장기에 노동조합은 입찰 항목에 노동조건을 포함하는 것을 적극 반대했다. 운송원가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입찰에 부치면 가격 경쟁 과정에서 노동조건이 저하될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건비는 입찰 항목에서 제외되었지만 ‘한정면허제도’가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사업주의 한정면허 기간이 끝나거나, 임금체불과 사고율 등으로 낮은 서비스평가 점수를 받으면 사업자가 변경되면 노동자는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된다. 노동조합의 요구로 고용승계가 입찰의 부가 조건으로 명시되고 조례도 개정됐지만, 한정면허 기간이 끝난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고용안정을 장담하지 못한다. 말만 정규직이지 실상 계약직이다.

미래엔 더 심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광역버스 면허가 순차적으로 2025년까지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로 넘어가는데, 그러면 대광위에서 재입찰과 관리를 맡게 된다. 그런데 대광위 노선입찰에는 인건비 등 노동조건이 입찰항목에 포함되어 있고, 고용승계 의무 조항도 없다. 말 그대로 공공재인 버스를 먹잇감으로 시장에 던져 놓은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 같은 노선입찰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

- 노동조합이 원하는 준공형제 모델은 무엇인가?

*‘수입금 공동관리제’다. 노선입찰제처럼 경쟁과 효율을 앞세운 시장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 공공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저임금과 임금차별, 고용안정을 해치는 노선입찰제는 올바른 준공영제라고 말할 수 없다.
*버스 회사의 수익금을 업체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부족할 경우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 버스 운행과 차량·노무 관리는 각 버스업체가 맡고, 의사결정과 책임은 지자체가 담당
당장에 수입금 공동관리제를 전면 시행하기 어렵다면 단계적으로라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행정관청과 사용자들이 제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방안을 제시하면 충분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낼 게 아니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수입금 공동관리제의 도입 방안을 의논하자는 얘기다. 준공영제 논의는 항상 버스업체의 적자와 경기도의 재정 부담을 중심으로 얘기된다. 비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문제는 언제나 뒤로 밀린다. 노동자를 뺀 채 정책을 만들면 제대로 된 준공영제를 기대할 수 없다.

- 한편에선 수입금 공동관리제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후보 시절 ‘수입금 공동관리제에 대해 세습 경영, 가족 채용, 불투명한 재정 운영 등을 문제로 짚었다. 비슷한 공방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도 있었다.

버스업체의 비도덕적이고 불법적 행위는 준공영제 방식의 문제라기보다 관리의 문제다. 가령 최근 한 사모펀드에서 인수한 경기도 버스업체가 7곳이나 된다. 업체는 적자인데 배당금을 나눠주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 재정 지원과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행정관청이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제재해야 한다. 소유구조 변동에 대한 기준 마련, 문제적 배당을 한 업체에 대한 재정지원 불이익 등 가능한 최대한의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경기도 버스 인력 유출...
“산별 체제 갖춘 노동조합, 총파업 피하지 않을 것”

- 상대적으로 열악한 임금도 문제로 지적했다. 노동조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인천 등 타 수도권 노동자보다 임금이 낮다. 원인이 무엇인가?

준공영제를 먼저 도입한 서울과 인천은 매년 안정적인 운행 구조에서 임금 상승이 진행되었다면, 경기도는 버스업체의 수익금이 제각각이라 임금 차가 크다. 또 기업 단위로 노사 교섭을 해오다보니 격차가 더 커졌다. 민영제 노선은 서울의 70~77%, 인천의 72~79% 수준이다. 준공영제를 도입한 경기도 광역버스 노선조차 서울·인천의 85~88% 수준이다. 처음 준공영제를 설계할 때 타지역 준공영제노선의 임금에 맞춘 게 아니라, 경기도의 중상위권 민영제노선 임금에 맞춰 설계했기 때문이다.

- 한편 올해 단체교섭에서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은 경영난을 이유로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버스는 공공요금을 채택하고 있다. 공익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요금 결정 권한을 경기도가 가진다. 일례로 일반 시내버스 요금을 1,450원(카드 기준)으로 제한하고, 환승 할인도 시행한다.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운송수입금만으로 경영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재정 지원 없이 사업체를 운영하기 굉장히 어려운 건 사실이다.

문제는 조합원에게 전가되는 피해다. 일부 사업장은 지난 2년간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상여금 지급도 차일피일 미뤄왔다. 회사도 수익을 창출해야 여력이 생기는데, 경기도와 도내 시군의 지원은 필요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만약 요금을 현실화하면 업체가 감당할 수 있고, 임금교섭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공성을 명목으로 요금을 묶어두다 보니 교섭에 난항을 겪는다. 노동조합은 해마다 경기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 경기도는 사용자가 아니라서 권한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공요금이란 제한을 풀어야 한다. 사용주의 수익창출을 제한하니, 노사 간 대립의 설계자는 경기도가 되는 셈이다. 공공요금을 채택하고, 그로 인해 노동자가 손해를 본다면 적절한 대안도 강구해야 한다.

- 다른 주요 요구사항은 민영제 노선의 격일제 근무폐지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 근무의 문제는 무엇인가? 또 아직까지도 격일제 근무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

2교대제를 시행한 공공버스와 달리, 격일제로 근무하는 버스기사는 하루 17~18시간씩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종착역에 도착할 때면 눈앞이 가물가물해진다. 공공버스와 민영제 노선 버스기사를 비교하면 표정부터 다르다. 공공버스 버스기사는 소위 ‘저녁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반면 격일제로 근무하는 버스기사는 퇴근하면 새벽이다. 다음 날이 휴무라지만, 하루가 굉장히 짧다. 일어나서 개인 용무를 마치고 저녁 6시면 내일 새벽 출근을 준비해야 한다.

졸음과 피로가 쌓이면 제아무리 숙련되고 경험 많은 운전기사라도 안전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피로 운전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사회적 이슈가 됐고, 2019년 법 개정으로 노선버스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하루 근무를 8시간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기사가 9~10시간의 연장 노동을 하게 된 이유는 탄력근로제 때문이다. 법 개정 당시, 1일2교대제로 전환하기 위한 운전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단 노사정 합의로 탄력근로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그 ‘한시적 탄력근로제’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매년 경기도 버스 노사는 탄력근로제 시행기간 연장을 놓고 극한 대립을 하는데, 당장 시민의 불편을 고려해 노동조합이 항상 양보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희생을 언제까지 강요할 순 없다. 애당초 도입해선 안 될 탄력근로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버스기사가 대거 이탈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작년과 올해 5월을 비교하면, 경기도 전체 운수 종사자 수는 1,000여 명 감소했다. 현재 2만 2,000명 정도인데, 코로나19 대유행기에 무작위 감차·감회로 임금이 하락하자 배달직으로 옮겨가거나, 평택의 삼성전자 공장과 건설현장 출퇴근 버스로 많이 빠져나갔다. 아울러 서울버스가 완전 주5일제를 시행하면서 인력을 충원하자, 그쪽으로 경기도 버스기사가 이동했다. ‘경기도는 버스기사 인력양성소’라는 자조 섞인 소리가 나온다. 장시간 운전과 저임금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버스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 버스노동자가 이탈한 다른 배경은 없는지 궁금하다. 장시간, 저임금 외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사업장에 만연한 불합리한 근무환경이다. 그동안 노동조합이 기업별 교섭을 해오면서 직장 내 억압적이고 불합리한 근무환경을 바꾸지 못한 점이 있다. 교섭 권한이 지부위원장에게 있다 보니 상급단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경기지역자동차노조는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올해 2번째 산별교섭을 진행 중이다.

단체협약 요구안이 20여 가지에 달한다. 사용자 측은 요구안 개수만 보고 너무 많다고 하지만, 그만큼 사업장 내에 불합리한 노동 관행이 그만큼 산적해 있다는 방증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교통사고 징계 조항이 존재하는 탓에 노동자들이 파리 목숨처럼 쉽게 해고당한다. 또한 노선 운행에서 필수적인 견·실습 시간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인건비를 아끼려는 목적으로 생명안전업무인 운전직에 비정규직을 사용한다. 개인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촉박하게 배차 스케줄을 통보하기도 한다. 어떤 업체는 하루 전에 다음날 배차 계획을 알릴 때도 있다. 많은 사업주가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접이나 존중을 하지 않는다.

- 향후 투쟁 계획에 대해 알려 달라.

더 이상 준공영제 확대, 1일2교대제 도입을 미뤄선 안 된다는 간절함이 버스현장에 파다하다. 지난 3년간 떠나는 동료들과 멈춰 선 버스를 바라보며 가졌던 조합원 동지들의 상실감이 투쟁 의지로 모이고 있다. 올해 초 경기도 내 버스노조들은 경기도버스노조협의회를 결성해 공동 대응하는 중이다. 경기도 버스노동자의 90%를 넘는 규모다. 경기도가 납득할 만한 준공영제 시행 계획을 내놓지 않는 한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총파업에 대해 시민의 양해와 이해를 구하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도민에 의해 선출된 600명의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상대로 준공영제 지지 촉구 서명을 받고 있다. 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과 관련해선 사용자 측에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한 경기도·사용자와 교섭하고 조율할 예정이지만, 총파업이 불가피하다면 끝장을 본다는 각오로 피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