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팰리스 산재 네 달, 사과 대신 조합원 해고···국회가 나서달라”
“에어팰리스 산재 네 달, 사과 대신 조합원 해고···국회가 나서달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9.06 15:19
  • 수정 2022.09.06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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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일반연맹, ‘사과조차 하지 않는 선진그룹 규탄·사태해결 촉구’ 기자회견
헬기 추락 산재 사과 요구하자 조합원 해고 결정한 에어팰리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가 6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실에서 ‘헬기 추락 산재 사망사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선진그룹 규탄 및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병일 조합원의 작은아버지인 박겸식 씨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헬기 추락 사고로 동료를 잃은 에어팰리스 노동자들이 국회에 사태 해결을 요청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위원장 김유진)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본부장 최정명)는 6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실에서 ‘헬기 추락 산재 사망사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선진그룹 규탄 및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 에어팰리스지부(지부장 김진오)가 경기도 김포시 에어팰리스(대표이사 김진수)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도 104일째다. 이들은 산재 사고로 동료를 떠나보내고, 회사에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이다.

지난 5월 16일 경남 거제시에서 에어팰리스 소속 헬기가 추락하며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1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중 뇌사 판정을 받은 박병일 조합원은 4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들을 고용한 에어팰리스는 헬기운송업체로, 전국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노동자들을 파견 보낸다. 주로 기장, 부기장, 정비사, 주유원이 한 팀이 돼 산불 업무 등에 투입된다.

박병일 조합원이 세상을 떠난 후 에어팰리스지부는 사측인 에어팰리스와 선진그룹(회장 신재호)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며 파업농성을 진행했다. 선진그룹은 에어팰리스의 지배회사다. 사고 후 김진수 에어팰리스 대표이사는 병가를 내고 잠적했으며 신재호 선진그룹 회장도 조문과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11일 김성규 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 본부장이 조속한 사과를 촉구하며 선진그룹 근처 30m 높이의 송신탑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선진그룹은 중재에 나선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조합 파업권 포기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는 조합원 징계를 담은 중재안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지난달 30일과 31일에는 에어팰리스가 징계위원회를 열고 조합원 14명 중 12명의 해고를 결정했다. 해고 통보는 하지 않은 상태다.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주말, 공휴일, 명절도 없이 산불이 나면 밥숟가락 내려놓고 죽음의 문턱에서 일했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두 명이 억울하게 구천을 떠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피눈물이 난다”며 “노조가 농성을 한 지 104일, 김성규 본부장이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26일째다. 이 숫자가 얼마나 더 쌓여야 고인들이 사측에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겠나. 악덕한 회사와 싸우기가 너무 어렵고 힘이 들어 국회에 알리러 왔다”고 말했다.

“형님 내외가 현재 정상적인 일상을 못 살고 계셔서 이 자리에 대신 섰다”고 발언을 시작한 박병일 조합원의 작은아버지인 박겸식 씨는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그 한마디 하는 것이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냐. 석 달이 흐른 지금까지 아무런 사과가 없다면 언제까지 속앓이하며 기다려야 하나”며 “자기 회사 직원이 죽었는데 사죄하는 것,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니냐. 눈물과 한탄으로 마지못해 지내시는 형님 내외분의 가슴에 맺힌 한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게, 억울하게 고인이 된 병일이를 위해서 진심으로 사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회사의 사과조차 받지 못한 유족과 동료들은 슬픔을 제대로 추스리지도 못한 채 에어팰리스와 선진그룹을 대상으로 투쟁을 하고 있다”며 “중대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이들이 노조 탄압을 버젓이 일삼고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것은 지자체, 정부, 국회가 반사회적 기업을 용인하고 묵인해온 결과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이런 반사회적 기업에 대한 제반조치를 수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조합원들이 일손을 내려놓음에 따라 에어팰리스와 선진그룹의 부담도 커져 있다. 가을철 산불조심기간(11월 1일~12월 15일)이 다가오고, 10월에는 헬기가 떠야 한다. 정비 기간을 고려하면 시간이 더 소요되기에 조합원들이 필요할 것이라 노조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인 에어팰리스 노무 담당 상무에게 사과 계획을 물었으나 “지금 노동청에서 진술 조사를 받고 있어 통화가 어렵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