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묵묵부답’ 에어팰리스, 네 달 만에 유가족에 사과하기로
‘산재 묵묵부답’ 에어팰리스, 네 달 만에 유가족에 사과하기로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9.20 14:45
  • 수정 2022.09.2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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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팰리스-전국일반노조, ‘노사 갈등 관련 합의서’ 도출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 지부장, “힘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에어팰리스의 지배회사인 선진그룹 근처 통신탑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성규 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 본부장이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다. ⓒ 민주일반연맹 

에어팰리스가 거제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노동자의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만들기로 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공동위원장 김성규)는 에어팰리스(대표이사 신재호)와 19일 ‘에어팰리스 노사 갈등 관련 합의서’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6일 경남 거제에서 에어팰리스의 헬기가 추락해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1명이 부상당한 지 4개월 만이다.

사고 이후 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 에어팰리스지부(지부장 김진오)는 사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며 싸워왔다. 당시 헬기에는 에어팰리스지부 조합원인 고 박병일 조합원도 있었다. 고 박병일 조합원은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고, 4명에게 장기기증을 한 후 세상을 떠났다.

합의서에는 ▲(주)에어팰리스 회사측은 고 박병일 정비사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회사를 대표하는 임원진이 재삼 유가족에게 회사 차원의 애도의 뜻을 전하고 사과를 한다 ▲회사는 노조의 업무거부로 인한 근로자들에게는 회사규정에 의하여 징계조치(감봉 미만)를 하고, 향후 노조는 산불방지기간에 기본업무는 수행한다 ▲노조는 즉각 업무 복귀를 통해 업무정상화에 적극 협력하고, 업무거부기간 중의 임금에 대해서는 청구하지 아니한다. 회사는 노조의 업무거부 및 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 등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하지 않는다 ▲노사는 회사와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향후 사고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합의내용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제안하고, 고용노동부 부천지청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중재했다. 이에 에어팰리스 임원진은 충북 음성에 있는 고 박병일 조합원의 묘소에 찾아가고, 유가족에게도 사과할 예정이다.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죄와 모욕죄 고발도 더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에어팰리스 노사는 산불방지기간 중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기본업무는 수행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헬기 운송·정비 등의 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볼 것인지는 동종업계인 헬리코리아가 진행 중인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을 따르기로 했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헬리코리아유비에어지부(지부장 장성우)는 헬기 운송 업무가 필수유지업무인지 중앙노동위원회에 판단을 요청한 상태다. 앞서 대전지방노동위원회는 해당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필수유지업무가 되면 파업이 제한된다.

합의 후 민주일반연맹과 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20일 ‘투쟁승리 보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에어팰리스의 지배회사인 선진그룹 근처 통신탑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성규 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 본부장도 41일 만에 고공농성을 풀었다. 에어팰리스지부 조합원들도 이날 오후 1시부터 업무에 복귀한다.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 지부장은 “직원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인간의 기본적 도리를 하라고 요구한 이 투쟁이 이렇게 어렵고 오래 걸릴 줄 몰랐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정리가 되고 저희는 회사로 복귀한다”며 “앞으로의 숙제가 많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노조가 이렇게까지 싸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며 도와주시고 함께해 주신 많은 분들의 연대의 힘”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과를 받는다고 병일이가 다시 살아나 우리와 함께하진 못하지만 부디 저 먼 곳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고 한을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