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함께 텅 비어버린 공단
어둠과 함께 텅 비어버린 공단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1.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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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물량 줄어 생산량 조정…2·3차 내려갈수록 어려움 가중
[신년 특집Ⅱ_르뽀] 위기의 공단을 가다

 ◆ 경주 모화공단 

언론보도를 달가워하지 않기는 자동차부품 업체가 모여 있는 경주 모화공단도 마찬가지다. 공단이라기보다 몇몇 업체들이 모여 있는 규모다. 이들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기계음도 들리지 않아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는 오후 5시 무렵 모화공단을 찾았다. 산비탈에 위치한 모화공단은 아직 퇴근 전이지만 정적 속에 휩싸여 있다. 둔탁한 기계음이 이따금씩 들려올 뿐 오가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취재진이 탄 낯선 차량이 공단 입구에 들어서자 그나마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던 노동자들도 서둘러 공장 안으로 모습을 감춰버린다.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모화공단에 있는 회사와 노동조합들에 전화를 걸었지만 찾아오지 말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가 끊겼다.

모화공단은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2차 협력업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생산된 부품은 울산 효문공단에 있는 1차 협력업체에 납품되고, 이는 다시 현대자동차로 납품되는 구조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잔업과 특근을 중단하면서 그 영향은 수직계열화 돼 있는 부품업체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다는 효문공단의 1차 협력업체들도 현대자동차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잔업과 특근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Cockpit Module’을 생산하는 덕양산업은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공고를 냈다가 금속노조와 마찰이 일기도 했다.

효문공단에서는 덕양산업처럼 감원에 들어간 업체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물량이 예전보다 줄어서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버틸 만하다. 일부 업체들은 교육으로 근무시간을 대체하기도 한다.

어려움은 2차 협력업체로 내려가면서 더 심화된다는 게 1차 협력업체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의 말처럼 2차 협력업체가 모여 있는 모화공단은 황량하게만 보인다. 점차 어둠이 내리는 가운데 몇몇 공장에 불이 켜지지만 공장 안은 썰렁하기만 하다.

퇴근시간이 되자 언덕배기를 내려오는 차량행렬이 잠깐 이어지더니 이마저도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이내 잠잠해진다. 평소 같았으면 정취시간이 끝나도 잔업으로 요란했을 모화공단은 이제 긴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제위기, 아니 완성차업체의 감산에 속수무책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협력업체들은 뚜렷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모화공단은 어둠 속에 웅크린 채 기계소리가 울려 퍼질 그날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