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특정 분야의 최고를 꿈꾸는 이들이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정립한 법칙이 유행했다. 그 법칙은 '1만 시간의 법칙'이라 하는데 당사자의 조건에 상관없이 1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수치로 정립한 이 매력적인 법칙은 당시 크게 유행했고 각종 미디어나 실생활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법칙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1만 시간 동안 해당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경제적인 상황과 적절한 피드백을 꾸준히 받는 조건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섭섭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뒤로 자취를 감췄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어떤 분야에 꾸준히 임한다면 굳이 최고가 아니더라도 그 현장에서는 탁월한 전문가인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 사진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문화공연을 하는 장면이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해 긴장한 것일까 한 손을 들고 구호를 제창할 순간에 무릎을 치고, 박수를 치기도 한다. 빛바랜 1만 시간의 법칙을 지금 이들에게 적용한다면 3시간은 되었을까 싶은 실력이다. 어설픈 그 모습이 본인들도 우습던지 공연 중에도 서로 실수를 가리키며 박장대소한다. 공연이 엉망이어도 괜찮을 것이다.
청소노동자가 있어야 할 장소는 공연장이 아니라 대학 내 사람 손과 발이 닿는 곳이니 말이다. 이들 중 청소업에 가장 오래 종사한 이는 30년이 되었다고 했다. 이 정도의 경력자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요구했고, 학교 측에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조건은 시급 400원 인상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서비스업과 서비스업 노동자들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드러난 자화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