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연속기고②] 시민 안전·노동 가치 위협하는 윤 정부 공공부문 혁신
[공공운수노조 연속기고②] 시민 안전·노동 가치 위협하는 윤 정부 공공부문 혁신
  • 참여와혁신
  • 승인 2022.10.25 15:34
  • 수정 2022.10.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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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용석 전 민주노동연구원 원장
ⓒ 공공운수노조 지역난방안전지부 

지난 7월 29일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및 인력·예산·자산 감축 등을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이 발표될 당시, 이 가이드라인에는 과거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과는 달리 ‘정규직 전환형’ 공공기관 자회사에 대한 지분 매각 등이 제외되어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혁신(구조조정) 가이드라인 대상에 이들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추정이 가능하다. 이들 공공기관 자회사의 운영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굳이 별도의 매각 방침이 없어도 모회사에 대한 구조조정 방침을 통해 자동적으로 자회사의 기반 축소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가이드라인에 포함된 공공기관 예산 삭감, 자산 매각 및 출자회사 정리 방침은 모두 자회사의 구조조정과 연관되어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 일자리정책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의 ‘어두운 그림자’일 수도 있는 이들, 취약한 공공기관 자회사들을 지원·육성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 있다.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공공기관 정규직 임금수준 조정(삭감) 방침을 밝히면서도 불안정 노동 및 저임금 차별에 갇혀 있는 이들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방침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익히 알다시피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의 간접고용(하청·용역) 노동자의 정규직화 방안으로 직접고용보다는 자회사 중심의 전환(전체 인원 대비 65.6%)을 선호했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86개의 ‘정규직 전환형 자회사’가 설립(이중 15개는 기존 자회사 활용)되었지만, 이들 자회사 대부분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안정된 독립 운영 기반이 확보되지 않은 용역회사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86개 ‘정규직 전환형 자회사’ 중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한 경우는 39개소에 머무르고 있고, 모회사와의 인건비 계약 예산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대부분 감축되고 있는 것이 이들 자회사의 운영 현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신규 설립된 자회사 71개 중 고작 3개만이 7월 현재 공공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집단에너지사업법을 근거로 한 지역난방안전(주) 및 지역난방플러스(주) 자회사가 각각 설립되었다. 이중 지역난방안전(주)은 지역난방공사와의 용역계약을 통해 열수송 시설 안전 진단 및 열수송 감시시스템 점검·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제공하기 위해 2018년 12월 설립되었다. 자회사 설립 당시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부근에서 발생한 열수송관 폭발 사고는 지역난방공사의 열에너지 공급과 관련한 대형 안전 사고의 위험성을 드러냈다. 열수송 시설 안전 업무는 지역난방공사의 핵심 기능이자, 문재인 정부가 밝힌 생명·안전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화 방침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자회사가 아닌 지역난방공사 본연의 업무(직접고용)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나, 결국 자회사라는 한계에서 출발하였다.

지난 8월 말 정부의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제출한 혁신(구조조정) 계획을 보면, 지역난방안전(주)에 대해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방침 및 양호한 재정 상태를 앞세워 존치(지분 매각 유보)하겠다는 방침이 포함되어 있다. 관련 자료에는 지역난방안전(주)은 설립 이후 9.8조 원의 당기순이익과 함께, 285.4%의 투자수익률을 내는 등 출자 성과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해당 노조가 밝힌 자료(10.17)에 따르면 지역난방안전(주)은 모회사(지역난방공사)와의 2022년 계약인력 설정 시 34명이 감소(직접인건비 14.6%, 간접인건비 16.2% 감소)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대형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핵심 안전업무를 위탁하면서 오히려 안전 점검 인력(열수송관 점검 및 초동대처 인력) 축소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열수송관 안전 진단 과정에서 노동자들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면서 지난 2019~2022년 전 직원의 30%가 온열증상을 호소하고 있고, 27건의 중대한 안전사고마저 발생하는 등 인력 확충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공공성)를 훼손하는 혁신(구조조정) 방침에 충실히 따르기라도 하듯, 지역난방공사는 최근 이러한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안전인력 충원이 아닌, 시설물 점검주기를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시설물 안전점검 주기 확대는 결과적으로 100도 안팎의 고온수가 예고 없이 폭발하여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 등 연이은 노동현장의 중대사고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대사고 빈발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후진적 노동 경시 문화와 직결되어 있고, 이러한 노동 경시 문화는 정부 책임 영역인 공공부문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 정부가 ‘모범 사용자’(model employer)로서 공공부문의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고 노동존중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아닌, 불안정 고용 및 노동 배제 정책을 선도하는 흐름이 계속되면서 노동의 가치를 경시하는 후진적 문화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구조조정) 강행 드라이브 및 이로 인한 안전업무의 인력 감축, 불안정 고용 확대는 이러한 후진적 흐름을 더욱 확대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